단기 국고채 금리가 기준금리를 하회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최경환 경제팀 출범과 함께 경기부양에 대한 기대감이 시장금리를 짓누르며 기준금리를 압박했기 때문이다. 시장은 이미 기준금리 인하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은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수준 결정과 이에 대한 명분이다. 그리고 금리결정을 통한 결과는 환율이 미리 말해줄 것이란 의견이 제시됐다.

지난 17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하반기에 투입될 재정규모는 한창 작업 중”이라며 “추경에 버금가거나 그 이상의 규모가 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최 부총리의 발언에 국내 채권시장이 반응했다. 국고채 1년물이 기준금리인 2.50%를 하회한 것이다. 이어 지난 23일 국고채 3년물마저도 기준금리 밑으로 하락하며 금리 역전 현상이 벌어졌다. 분명 최 부총리는 단 한 번도 금리결정 및 그 수준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을 한 적이 없다. 오히려 금리결정은 ‘한은의 판단’이라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시그널을 줬다는 측면에서 최 부총리가 금통위의 금리결정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시장의 입장이다.

공동락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정책의 성립과 실제 실현 가능성을 위해 저금리 환경의 뒷받침이 필요하다”며 “채권시장에 직접적으로 시사하는 것은 ‘상당기간 저금리’가 필요하다는 것”으로 해석했다.

최경환 경제팀이 제시한 재정정책 및 부동산정책은 모두 저금리 환경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원활한 정책 수행이 어려워질 수 있다. 결국 시장은 ‘상당기간 저금리’라는 필요조건에 의해 금리인하 쪽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따라서 시장은 금리하락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높이고 있다. 만약 금리인하가 이뤄질 경우, 이는 향후 우리나라 경제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최 부총리는 물론이고 금리결정 권한을 가진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체면이 설 수 없다. 하지만 금리결정을 두고 생각할 시간이 별로 남지 않았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비록 한 명이지만 지난 금통위의 금리결정에서 금리인하에 대한 발언이 나왔다는 것에 시장은 빠르게 인식을 확산해나갔다. 금리인하의 주목적은 분명 경기회복이다. 경제학 관점에서 본다면 금리인하는 투자자금 수요를 확대하고 소비를 활성화한다. 또한 부동산 경기 활황 및 가계부채부담 감소 등 긍정적인 효과가 발생한다.

이뿐만 아니라 금리인하는 시장의 자금이 풍부해지기 때문에 원화가치의 하락을 유도한다. 이는 최근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원/달러 환율의 하락세를 저지할 가능성이 높아 우리나라 수출기업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이론일 뿐이다.

민경섭 현대증권 연구원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라며 “금리가 인하되거나 인상된 후 환율이 변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환율이 변화해 금리가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는 상황 인식의 중요성을 지적한 것이다.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과거 한국의 기준금리와 환율 추이는 상관관계가 높지 않았으며 당시 경제 상황에 따라 각기 다른 모습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금리인하가 우리나라 수출에 반드시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말할 수 없다.

민 연구원은 “결국 경기에 따라 환율은 움직이게 된다”며 “단기적으로는 금리인하가 원화약세를 유도할 수 있지만 이를 통해 경기가 살아나고 경제가 활성화된다면 이는 다시 원화강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최경환 경제팀이 수출보다는 내수부양에 초점을 맞춘 만큼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내수를 위해서는 대기업들이 해외에서 번 돈을 국내로 유턴해야 함은 물론 외국투자자들의 자금도 국내로 유인해야 한다.

한편, 한 증권사 연구원은 “금리인하가 반드시 경기부양에 도움이 된다는 확신은 없다”며 “사내유보금 과세 외에 투자자본들의 유턴을 기대할 만한 요인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런 방식으로 성장을 이룬다고 했을 때 과연 ‘정상적인 성장’이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