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순간부터 ‘본방사수’라는 말이 점차 사라지기 시작했다. 이러한 환경을 만들어낸 가장 큰 원인은 다름 아닌 스마트 디바이스의 출범이다. 이로 인해 인기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 심지어 뉴스, 영화까지 해당 프로그램의 방영 시간을 지킬 필요가 없어졌다. 또한 모바일 기기의 확산과 함께 시간은 물론 공간의 제약까지 없어졌다. 실시간 보기, VOD 등을 통해 변하고 있는 미디어 산업의 승자는 누구일까?

스마트폰 등장 이후 IT업계의 생태계는 분명 변했다. 그 대표적인 원인 중 하나가 모바일 기기의 강점을 살린 이동성 증가다. 이는 분명히 데스크톱, TV 산업 등 ‘공간의 중요성’에 영향을 미쳤으며 이로 인해 사람들은 더는 고정된 자리에 얽매이지 않는다. 과거 회사원들은 이동 중에 컴퓨터로 처리할 일이 생기면 PC방을 찾아 전전했고, 사람들은 놓칠 수 없는 TV 프로그램 방송 시간에는 ‘본방사수’를 위해 집이든 음식점이든 TV가 있는 곳을 찾아 시간에 맞춰 필사적으로 움직였다.

하지만 이제 더는 그럴 필요가 없다.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웬만한 작업은 그 자리에서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혹시나 반드시 컴퓨터로 처리해야 하는 일이 있다면 테더링서비스(휴대폰을 모뎀으로 사용하는 기능)를 통해 휴대용 노트북으로 일을 마무리하는 방법도 있다.

또한 어느 순간부터 ‘본방사수’라는 단어는 우리 곁을 멀리 떠난 지 오래다. 모바일 기기 안에서 DMB나 웹사이트 그리고 미디어콘텐츠 서비스 플랫폼 등을 통해 실시간 보기는 물론 일부 서비스는 다시보기도 가능해 더는 필사적이지 않다.

이 모든 것이 스마트폰을 시작으로 한 다양한 스마트 디바이스의 발전 덕분이다. 마치 세상을 손안에 쥐고 있는 것처럼 모든 서비스가 스마트폰 안으로 들어온 것이다. 그렇다. 앞으로 소비자들은 더욱 움직일 필요가 없을지 모른다. 모든 재화와 서비스가 사람이 이동하는 속도보다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의 폭발적 성장

미국의 비디오 대여 및 스트리밍 서비스로 유명한 넷플릭스가 처음 설립될 당시만 하더라도 이 기업에 대한 관심도는 현저히 낮았다. 당시 DVD 대여 시장은 수천 개의 오프라인 매장을 소유한 블록버스터가 장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누구도 넷플릭스가 블록버스터를 상대할 수 잇을 것이라고 생각지 못했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인터넷 산업의 성장과 이를 통한 온라인쇼핑의 발전을 간파하고 이곳에 발을 들였다. 고객이 주문한 DVD를 직접 문 앞까지 배달해준 것이다. 이후에도 넷플릭스는 스마트 디바이스의 발전을 간과하지 않았고 실시간으로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놓았다. 더욱 놀라운 것은 넷플릭스의 변화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우스 오브 카드’가 시즌 2를 넘어 오는 2015년에는 시즌 3가 방영된다. 이 프로그램은 넷플릭스가 자체 제작하는 드라마다. 미디어콘텐츠 수요의 증가로 콘텐츠 구입비가 상승하자 플랫폼 제공업체였던 넷플릭스가 자체 제작 프로그램으로 시장에 대응한 것이다. 결국 넷플릭스의 전략은 성공적이었으며 시대 변화에 가장 적응을 잘한 기업으로 부상했다.

시대 변화의 적응 그리고 플랫폼과 콘텐츠가 이끄는 미디어 산업

넷플릭스의 사례를 보면 기업의 흥망성쇠는 ‘시대’, ‘변화’, ‘적응’이라는 세 단어로 함축된다. 이 세 가지를 충족하면 ‘흥’하는 기업,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망’하는 기업이 된다.

이 중 방송산업. 특히 드라마, 영화, 예능 프로그램의 경우는 신속성은 물론 시대에 맞는 옷을 입어야 한다는 점에서 변화에 빠르게 적응할 필요가 있다. 특히 콘텐츠가 중심이 되는 시장에서는 인기 콘텐츠를 누가 얼마나 빠른 시간에 많이 확보하는가가 관건이다.

이는 콘텐츠를 소비하는 입장에서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만약 A업체가 1000개, B업체가 2000개의 콘텐츠를 가지고 있다면 사람들의 관심은 B업체에 쏠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A업체는 인기 콘텐츠를 500개 확보하고 있는 반면 B업체가 300개를 보유하고 있다면 상황은 역전될 수 있다. 즉, 양과 질을 동시에 충족해야 한다.

하지만 더 중요한 문제는 이러한 콘텐츠를 더 다양한 기기를 통해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모바일 플랫폼 경쟁은 콘텐츠 경쟁에서 출발해 서비스 경쟁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콘텐츠만 확보한다고 해서 단순히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는 것을 말해준다. 제한된 기기를 통한 콘텐츠 제공은 제한된 서비스로 이어지고 이는 결국 소비자로부터 제한된 선택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출처: 한국인터넷진흥원

이 때문에 최근에는 OTT(Over-The-Top)을 중심으로 플랫폼과 함께 동반 성장하려는 것으로 관측된다. OTT란 기존 통신 및 방송 사업자는 물론 제3의 사업자들이 인터넷을 통해 드라마나 영화 등 다양한 미디어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여기서 OTT의 마지막 'T(Top)'는 TV에 연결되는 셋톱박스를 의미하는 것으로 초기에는 TV 셋톱박스와 같은 단말기를 통한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를 제공했으나 현재는 셋톱박스의 유무를 떠나 다양한 기기를 통해 서비스가 가능해졌다.

세계의 주요 OTT 사업자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시장을 선점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진출 기반은 크게 3가지로 플랫폼, 콘텐츠, 단말기다. 하지만 이전보다 다양해진 단말기를 통해 플랫폼과 콘텐츠 중심의 업체들이 진출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단말기 중심의 업체들은 그 힘이 약한 모습이다. 특히 콘텐츠 수요의 증가는 콘텐츠 가격의 상승을 불러와 플랫폼업체들에게도 부담이 돼 콘텐츠 중심의 시장은 더욱 강해지고 있다.

사양산업이라 치부하기엔 너무 이른 케이블TV 산업

최근 케이블TV 산업을 두고 사양산업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물론 스마트기기로 영화, 드라마, 뮤직비디오를 보는 세대들이 많아진다는 점은 분명 케이블TV 산업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케이블TV 업체들이 변화를 꾀하고 있다는 점에서 단순히 사양산업이라 치부하기엔 이른 감이 없지 않다.

국내 대표 케이블 업체인 CJ헬로비전을 보면 그렇다. Cj헬로비전은 OTT 서비스인 티빙(TVing)을 통해 영화, 드라마 등 수많은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시대에 따른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특히 CJ헬로비전의 경우, 계열사인 CJ E&M을 다양한 미디어콘텐츠를 플랫폼을 통해 공급하고 있어 플랫폼은 물론 콘텐츠에서도 강점을 보이고 있어 단순 케이블 업체라 불리기엔 억울한 감이 있다.

박종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료방송의 경쟁 심화에도 불구하고 CJ헬로비전의 가입자 성장이 지속되고 있다”며 “유료방송 시장의 경쟁 우려와 높은 밸류에이션으로 인한 조정을 받았지만 하반기 이익개선이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이뿐만 아니라 국내 OTT 시장은 현대HCN과 판도라TV의 합작인 ‘에브리온TV’, 지상파 콘텐츠 연합플랫폼인 ‘푹(POOQ)’ 그리고 이동통신 3사의 플랫폼 등이 시장에서 경쟁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미국과 달리 TV를 메인으로 하는 OTT 플랫폼 시장이 제대로 구축되지 않아 PC와 모바일 기기에 국한된 과도기적 형태로 향후 승자를 명확히 가늠할 수 없는 실정이다.

김가영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연구원은 “다양한 스마트기기 내에서 OTT서비스 이용이 증가할 것”이라며 “이는 미디어 소비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국내 미디어 시장의 지각변동은 지속될 것이며 소비자의 만족도를 높이는 콘텐츠의 양과 질이 보장되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