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체력·식욕이 고갈되면서 면역력마저 떨어지기 쉬운 계절이다. 몸매와 건강을 동시에 챙기려는 40대 이상의 중장년층에게는 다이어트와 건강한 여름나기가 지상 최대의 과제. 이 과제를 속 시원히 해결해줄 구세주는 쌀. 요즘 식사는 ‘빵심’으로 사는 이가 많다지만 한국인은 뭐니 뭐니 해도 ‘밥심’으로 산다. 올여름, ‘쌀’로 날씬하고 건강한 여름을 보낼 수 있는 쌀 건강법을 2회에 걸쳐 연재한다. 첫 회에는 밥을 먹으면서 살 빼는 ‘쌀 다이어트’를 알아본다.

 

 

“나잇살인가 보오. 별로 먹지도 않는데 배가 나오는 걸 보니. 다이어트 하느라고 밥을 끊은 지 한 달 째. 더는 못 굶겠소. 닭 가슴살로 원푸드 다이어트를 하는 것도 이젠 신물이 날 지경이오. 하도 먹어 입에서 닭똥 냄새가 날 정도라오. 그것보다도 배고파서 못 살겠소. 허기가 심해 뱃속은 매일 공황 상태에 빠져 있고 고구마나 과일 등 다른 음식을 더 자주 먹게 되는 것 같소. 목욕탕에서 거울을 보니 배가 볼록한 ‘ET’ 직전의 중년이 서 있는 게 여간 서글픈 것이 아니라오. ‘꽃중년’ ‘미(美)중년’ 열풍은 도대체 누가 일으킨 것이란 말이오.”

노출의 계절 여름, 다이어트를 고민하는 중년들의 한탄이다. 지방간, 당뇨, 고혈압 등 우리나라 대표 성인병 발병률을 2배로 높이는 중년 비만. 살 빼기는 중년의 멋진 외모뿐 아니라 건강과도 직결된다. 굶는 것으로도 어느 정도 효과를 보았던 20대와 30대. 하지만 중년의 나이가 되니 굶는 것도, 살을 빼는 것도 쉽지가 않단다. 하지만 이젠 절대 굶지 말자. 건강하게 살 빼고 싶은 중년에게 전하는 다이어트 생활의 지혜.

 

당신이 번번이 다이어트에 실패하는 이유

폭풍 체중 감량에 성공한 연예인의 다이어트 식단을 따라 하거나 원푸드 다이어트, 1일 1식 다이어트, 탄수화물 끊기 다이어트 등 유행하는 절식 다이어트를 시도한다. 하지만 무작정 굶거나 칼로리를 조절하는 절식 다이어트를 따라 했다가는 낭패를 보기 쉽다.

처음에는 체중 감량 효과가 눈에 보이는 것 같지만 각종 질환을 일으키거나 요요 현상을 부르기 쉽다. 근육이 줄어 기초대사가 저하되고 소비할 수 있는 칼로리가 줄어들어 요요현상의 수렁에서 헤어 나올 수 없게 된다.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영양 결핍·불균형으로 피부 노화, 탈모, 빈혈 등을 초래한다. 식사량을 급격하게 줄여 기초대사량이 현저히 떨어졌고 체질이 반대로 변해 식욕이 늘고 이로 인해 체지방도 많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기억력·집중력 등 일부 인지기능이 떨어진다는 보고도 있다.

탄수화물은 포도당으로 분해돼 뇌로 전달되는데 탄수화물 섭취를 장기간 줄이면 뇌 에너지원도 감소한다. 특히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다이어트를 함부로 따라 하다가는 중년 건강에 더 큰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40대 이상 중년의 다이어트에 부족한 것은 단것을 먹지 않는 인내심도 아니고, 엄격한 식사제한도 아니며, 체지방을 무리하게 연소하는 운동은 더더욱 아니다. 그것은 바로 ‘쌀’. 우리가 매일 먹는 쌀이 가장 완벽한 다이어트 식품으로 꼽힌다는 사실을 아는지. 밀가루나 설탕 등의 탄수화물 식품과 달리 혈당을 서서히 올렸다가 천천히 내려주고 섬유질이 많아 포만감이 오래 유지되기 때문에 비만, 고혈압, 동맥경화 등 성인병 예방에도 탁월하단다.

건강하게 살을 빼는 방법은 당신의 가장 가까운 곳에 있다. 그동안 당연하게 실천해온 ‘쌀’이 주식인 식생활로 돌아가면 되는 것이다. 쌀,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돼야 하는 이유를 좀 더 자세히 알아볼 필요가 있다.

 

밥 먹으면 살찐다는 것은 오해… 쌀의 놀라운 다이어트 효과

쌀밥의 주요 영양성분은 당질이다. 밥 한 공기는 약 300㎉의 열량을 내며 신체 활동에 절대적인 에너지 공급원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런데 오랜 기간 인간의 주식이었던 밥, 즉 탄수화물이 왜 오늘날 다이어트의 적이 된 것일까.

실제로 많은 사람이 쌀밥이 비만과 당뇨의 원인이 된다고 잘못 알고 있다. 일반적으로 탄수화물의 경우 신체 활동에 필요한 효율적인 에너지원으로 사용되면서 남은 것은 중성지방으로 축적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은 밥의 양을 최소화하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한다.

하지만 탄수화물을 먹는다고 무조건 살이 찌는 것은 아니다. ‘쌀이 다이어트에 효과적’이라는 국내외 연구 결과에 따르면 비만을 부르는 탄수화물은 설탕 등에 함유된 단순탄수화물이다. 쌀 속에 들어 있는 탄수화물은 복합탄수화물이다.

섬유질이 30~90% 정도 들어 있는 영양소로 포도당만으로 구성된 일반적인 탄수화물과는 다르다. 쌀 전분은 밀 전분에 비해 비만 예방에 효과적이고, 소화 흡수가 느려 급격한 혈당 상승을 방지한다. 쌀 단백질은 필수아미노산인 라이신이 밀가루, 옥수수보다 2배 이상 많아 혈중 콜레스테롤·중성지방 감소에 효과가 높다.

쌀은 고유의 기능성으로 체지방 감소 효과가 있지만, 이 기능성을 더욱 높인 다이어트 쌀도 나왔다.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다이어트용 ‘고아미2호’는 비만, 당뇨병, 대장암, 변비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식이섬유 함량이 일반 쌀보다 3배 이상 많다. 밥으로 섭취 시 상당량이 체내에 흡수되지 않고 몸 밖으로 배출되므로 다이어트에 매우 효과적이다. 체내 중성지방을 줄이고 혈당 상승을 억제하는 효과도 있다.

최근에는 쌀눈에 들어 있는 영양소 중 아미노산의 일종인 ‘가바(GABA)'라는 성분이 주목받고 있다. 농진청 신소재개발과 한상익 박사에 따르면 가바의 대표적인 효능으로 비만 억제, 혈압 강하가 있으며, 두뇌활동을 활발하게 해 집중력과 기억력도 높여준다고 한다. 농진청이 개발한 기능성 쌀 ‘눈큰흑찰’의 현미는 가바 함량이 일반 벼에 비해 9배 정도 높다.

세계적으로도 쌀의 영양학적 가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쌀을 이용한 다양한 다이어트 프로그램도 속속 등장했다. 미국 듀크대 의대는 70년째 ‘쌀 다이어트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참가자들을 살펴보면 4주 만에 여성이 8.6kg, 남성이 13.6kg을 감량했다. 1년 뒤에도 참가자 중 68%가 감량한 체중을 유지했다.

스페인 마드리드대학교 영양학과 안나 마리아 로페스-소바러 교수에 따르면 비만 여성 67명을 대상으로 탄수화물 식단과 채소 식단 그룹으로 나눠 비교 섭취한 결과, 탄수화물 위주의 식단이 체중 감량에 효과적일 뿐만 아니라 영양섭취 면에서도 우수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일본의 동양의학 전문가 쓰지노 마사유키가 고안한 ‘쌀 다이어트 프로그램’. 그는 쌀밥 중심으로 하루 세 끼를 식사하고 꼭꼭 씹어 먹기를 역설한다. 단순한 규칙만으로 살이 빠지고 만성피로 해소, 성인병 치료 등의 변화를 체험한 사람들이 늘면서 일본에는 한때 쌀 다이어트 열풍이 불기도 했다.

인제대 의대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강재헌 교수는 한식을 꾸준히 섭취하면 서양식을 먹는 것보다 뱃살이 빠지고 당뇨병을 예방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강 교수는 ‘한식과 비만 관련 대사질환’ 연구를 통해 “호주인을 대상으로 한식과 서양식 섭취군으로 나눠 실험한 결과, 한식 섭취군에서 허리둘레 및 체지방 감소가 더 크게 나타나는 등 한식이 복부비만 감소에 더 효과적이었다”고 밝혔다.

밥을 주식으로 하는 한국 식생활 문화에서 탄수화물을 극도로 제한하는 다이어트는 따르기 어렵다. 밥 양을 줄이는 다이어트는 장기적, 지속적으로 볼 때 요요현상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쌀 다이어트’ 초간단 가이드 10계명

우리 몸은 식사량이 불규칙하면 변화를 예측할 수 없어 일단 저축하려는 습성이 있다. 이는 곧 살이 찌는 원인이 되므로 하루 세 끼, 일정량을 꼬박꼬박 먹어야 한다. 밥을 중심으로 각종 채소, 생선, 적당한 육류를 반찬으로 한 한식 상차림을 균형 있게 적당히 먹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식습관이 될 것이다.

쌀:채소:고기는 5:2:1의 비율이 좋지만 이 비율을 지키기 위해 너무 강박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식사의 절반 이상을 밥으로 한다고 생각하면서 쌀 섭취를 늘려나가면 된다. 덮밥의 경우 밥의 비율이 높아 쌀 섭취를 늘리기에 적합한 음식이다.

그렇다면 밥과 어울리는 반찬에는 무엇이 있을까. 김치나 나물 등의 채소류와 된장국, 장아찌, 젓갈 등 숙성과정을 거친 발효식품이나 두부 등 저칼로리 건강식을 곁들인다. 밥 양을 늘린다고 해서 먹고 싶은 것을 억지로 참으란 얘기는 아니다. 파스타나 빵 등 먹고 싶은 것을 먹는 특별한 날을 만들고 평소에는 쌀을 중심으로 한 조촐한 식사를 하면 된다.

1. 하루 세 끼 식사는 반드시 밥을 먹는다.

2. 식사의 시작은 무조건 맨 먼저 밥을 한술 뜨는 것이다.

3. 아침식사는 잠깐이라도 움직인 후에 한다.

4. 반찬은 한식 위주로 먹되, 밥을 더 많이 먹는다.

5. 치킨, 피자, 케이크 등 살찌는 음식은 먼저 밥을 조금 먹은 후에 손을 댄다.

6. 식사는 천천히. 한 입에 50~60번 정도 꼭꼭 씹어서 넘긴다.

7. 젓가락은 반찬을 집을 때만 들고 그 외에는 내려놓는다.

8. 술은 밥을 조금이라도 먹은 후 마신다.

9. 가급적 갓 찧은 쌀을 고집할 것. 양도 한 달 안에 다 소비할 수 있는 만큼 산다.

10. 백미보다는 현미를, 밀가루보다는 백미를 먹는다.

 

‘중년 다이어트’ 절대 지켜야 할 원칙

성은주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중년 다이어트에서 중요한 건 식사의 양을 조금 줄이되 질을 높이고 식이요법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므로 운동을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될 수 있으면 식재료는 자연계에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먹고 제철 식재료를 먹는다. 제철 채소와 과일은 다른 시기에 수확한 것보다 맛이 진하고 영양가도 높다.

다만, 단기간에 큰 효과를 보기 위해 운동량을 급격하게 늘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젊은 층에 비해 고강도 운동을 하다 무릎, 발목 등 관절에 무리가 생기는 경우가 적지 않아요. 지속성을 담보할 수 있는 운동량을 설정하는 것이 좋죠. 통증이 느껴지면 하던 운동을 멈춰야 해요. 무엇보다 활동량과 몸의 근육량을 서서히 늘려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언제든지 운동을 할 수 있는 마음가짐과 환경을 만든다. 집 안에서 할 수 있는 운동을 생활화하자. 유산소운동을 병행하면 효과를 배가할 수 있다. 하루 30분 주 5일 이상 속보, 조깅, 수영, 등산을 하면 지방이 에너지원으로 동원되면서 체지방화를 막아준다.

만약 다이어트를 하는 동안 체중이 증가하거나 부종이 유독 심하게 느껴진다면 병원을 방문해 자신의 몸 상태를 체크해보는 것이 좋다. 다른 질병의 표현일 수도 있어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다이어트 자체로 스트레스를 받지 말 것. 오히려 살이 빠지지 않을 뿐 아니라 식이장애, 우울증 등 신체적·정신적 이상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게 성 교수의 충고다.

 

[다이어트에 관한 속설 10가지]

1. 윗몸일으키기를 하면 뱃살이 빠진다.

→ 윗몸일으키기가 뱃살을 빼는 특별한 운동법은 아니다. 특정 부위의 지방을 분해하는 운동법도 밝혀진 바 없다. 그러나 윗몸일으키기는 복부 근육과 피부 밑 조직을 탄탄하게 해 날씬하게 보이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2. 지방 분해를 돕는 저주파 자극 패드를 살에 붙이고 하는 운동이 효과적이다.

→ 운동을 하면 지방 분해 효과가 있는 것은 분명하나, 운동 중 저주파 자극으로 추가적인 지방 분해 효과를 가져온다는 연구결과는 거의 없다. 특히 저주파 자극의 비만 관련 효과는 아직까지 연구된 바가 없다.

3. 레몬 디톡스 다이어트는 몸의 독소를 배출하므로 건강한 다이어트 방법이다.

→ 레몬 디톡스 다이어트는 식사 대신 레몬 물을 마시는 방법이다. 칼로리 섭취를 줄일 수 있으나 끝난 후 요요가 올 확률이 높다.

4. 자주 먹는 것 자체가 칼로리와 관계없이 비만으로 이어진다.

→ 음식을 자주 먹는 사람들은 오히려 덜 비만한 경향이 있다. 자주 먹으면 공복감을 덜 느끼기 때문에 총 칼로리 섭취량이 많지 않고 이런 사람들이 에너지를 더 많이 소비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또 칼로리 섭취가 많고 적음은 비만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5. 비만을 치료하면 골다공증이 생긴다.

→ 체중을 감량하면 관절염으로 인한 통증은 많이 줄어들게 된다. 반면 뼈 자체에 주는 무게가 줄어들기 때문에 골다공증의 위험이 상승한다. 하지만 골다공증은 적절한 운동과 칼슘 섭취 등으로 충분히 예방 가능하다.

6. 경락이나 마사지를 받으면 뱃살이나 팔뚝, 허벅지의 지방을 효과적으로 뺄 수 있다.

→ 경락이나 마사지는 근육의 긴장을 풀어주고 통증을 완화하며 혈액순환에 도움을 준다. 지방이 연소돼 살이 빠지는 효과는 없다.

7. 음식을 빨리 먹으면 더 비만해진다.

→ 포만감은 식사 시작 후 20~30분 정도 지나야 느껴진다. 음식을 빨리 먹으면 더 비만해지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먹을수록 포만중추가 활성화되는 시간을 벌어 과식을 예방하고 체중 조절에 도움이 된다고 할 수 있다.

8. 건강보조식품(복합 리놀렌산, 식이섬유, 커피, 녹차 등)을 먹으면 비만 치료에 도움이 된다.

→ 적절한 식사요법과 운동을 병행했을 때 건강보조식품이 지방 대사과정과 기초 대사량 유지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는 있다. 그러나 아직 근거가 부족한 점이 많고 일부 제품은 안전성과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경우도 있으니 과장된 광고에 현혹돼 건강보조식품에 의존하는 다이어트는 지양해야 한다.

9. 저녁 식사가 비만의 원인이며 저녁을 적게 먹거나 굶을수록 좋다.

→ 저녁 식사가 비만의 원인은 아니다. 오히려 끼니를 거르면 음식 섭취 사이의 공복 시간이 길어져 공복감 증가, 인슐린 저항성 유발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

10. 마르기 위해서는 당질과 지방을 삼가는 식사를 해야 한다.

→ 체중감량 정도는 전체 칼로리 섭취량을 조절하지 않고 단순히 특정 영양소를 제한하거나 집중적으로 먹는 것으로 체중 조절에 성공하기 힘들다. 따라서 당질과 지방을 삼가기보다는 총 칼로리 섭취량을 줄이고 균형 잡힌 식사를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도움말= 농촌진흥청,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

참고서적= <쌀 다이어트>, <보건복지부-비만 바로 알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