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중국증시에 대한 긍정적 전망이 제시되고 있다. 이에 대중국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경제에 긍정적 전망은 물론 한국증시에서도 기대감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하지만 ‘생산대국’에서 ‘소비대국’으로 변모하는 중국에 한국 수출경제는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빠른 변화에 적응하지 못할 경우, 중국의 경기부양책은 향후 한국경제에 ‘그림의 떡’이 될 수밖에 없다.

대중국 수출의존도 높은 한국 경제 그리고 증시

지난 16일(현지시간) 중국 국가통계국은 중국의 올해 2분기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7.5% 성장했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 컨센서스인 7.4%를 0.1%포인트 상회하는 수치로 중국 경제의 둔화 우려를 불식했다.

최근 국내경제는 대외경제 여건은 물론 세월호 참사로 인한 내수위축 여파로 먹구름이 드리운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경제지표 호조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수출시장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수출주도형 국가인 한국 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중국의 움직임에 늘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특히 중국 경제와 상관관계가 높은 산업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코스피지수 내 각 섹터가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IT가 27%로 가장 높으며 경기소비재(18.6%), 산업재(14.7%), 금융(13.2%), 소재(10.3%)등이 뒤를 잇는다. 이 중 산업재와 소재 섹터는 연초 이후 중국의 경기부양책이 발표되기 전인 지난 5월까지 각각 4.5%, 13.3% 하락해 지수 상승의 발목을 잡았다. 공교롭게도 산업재와 소재 업종은 중국 경제와 높은 상관관계를 보인다.

민병규 동양증권 연구원은 “국내 소재와 산업재 섹터는 중국 경기 모멘텀 지수와 유사한 흐름을 보인다”며 “향후 중국 경기 회복 수혜를 입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의 경기회복으로 인해 뉴욕증시는 사상 최고치를 갱신 중이다. 반면 한국증시는 여전히 답보상태로 뉴욕증시와 디커플링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이와 함께 최근 5년간 한국증시가 중국증시와 가장 높은 상관관계를 보였다는 것은 미국보다 중국 경제가 우리나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는 것을 입증하는 셈이다.

G2의 역할 변화 그리고 한국 경제

하지만 이번 중국의 GDP 성장률이 호조를 보인 내막을 보면 그리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산업별로 보면 3차산업 성장률은 8.0%를 기록했으며 2차산업과 1차산업 성장률은 각각 7.4%, 3.9% 성장률을 기록했다. 중국 산업 내 3차산업의 성장이 빠른 속도로 규모를 확대하고 있으며 이는 중국의 전체 경제성장률을 이끌고 있는 것이다. 즉, 서비스업 성장률이 농업, 제조업 등의 1, 2차 산업을 능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미국의 ‘셰일혁명’과 중국의 ‘노동 경쟁력 감소’가 원인으로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금융위기 이후 양적완화에 이어 셰일붐에 의한 풍부한 천연가스와 저렴한 전기료를 앞세워 제조업 부활을 통해 제2의 르네상스를 누리고 있는 반면 중국은 자국 내 임금상승으로 그들의 강점인 노동경쟁력을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즉, ‘미국은 소비국가, 중국은 제조국가’라는 공식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금융위기가 G2(미국, 중국)의 ‘소비’와 ‘제조’의 역할을 뒤바꾼 것이다.

최필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원은 “석유·화학제품을 중심으로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액이 하락하고 또 이들 품목에서 수출가격 하락 현상이 관찰됐다”며 “그 원인으로 중국 본토에서의 생산증가 혹은 중국에 수출하는 다른 국가들의 공급이 증가했을 가능성이 동시에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한국의 국가별 수출에서 중국의 비중은 1위를 차지하고 있으나 그 증가율은 둔화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그 증가율이 급속히 둔화되고 있으며 그동안 우리나라의 대중국 무역정책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따라서 국내 수출구조의 변화가 없다면 중국이 3차 산업을 중심으로 성장할 경우, 한국 경제는 물론 증시도 소외될 수밖에 없다.

한편, 중국 경기부양에 대한 기대감 자체를 낮춰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현재 중국은 산업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과정에 있기 때문이다.

박형중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중국의 개선세가 경기부양책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며 “정부 정책의 스탠스 변화 및 경제구조 개혁의 강도 조정에 따라 중장기적 모멘텀이 둔화될 소지가 높다”고 지적했다. 또한 “특히 부동산 부문의 위축이 지속되고 있어 기대감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