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변사자는 유병언일까. 경찰은 국과수의 DNA분석 결과를 내세우며 은근히 유병언이 맞는 것같다고 흘리고 있다. 그러나 경찰의 설명을 들어보면 곳곳에 헛점이 드러난다. 상식적으로도 의문이 갈 정도로 논리가 허술하다.

경찰은 지난 6월12일 전남 순천에서 발견된 변사자가 유병언 DNA와 상당부분 일치한다고 밝혔다. 국과수가 변사체의 시료를 기확보된 유병언의 친형(유병일) DNA와 비교해본 결과 상당부분 일치했다는 것이다.

유병언의 DNA는 확보하지 못했고, 친형과 친동생은 재판받고 있으므로, 친형 DNA와 일치한다면 당연히 변사체는 유병언이라고 봐도 될 것이다. 게다가 변사체가 발견된 메밀 밭은 유병언이 도주과정에서 마지막으로 흔적을 남겼던 비밀별장에서 불과 2.3km 정도 떨어져 있다.

하지만 변사체가 유병언이라고 단정할 근거는 부족하다.

첫째,국과수가 변사체를 직접 부검하거나 DNA정밀 분석을 하진 않았다. 아직 “DNA가 일치한다”고 단언할 수 없는 상태다.  그렇기 때문에 국과수의 정밀분석 결과 유병언과 ‘DNA불일치’로 나올 가능성도 없지 않다. 경찰은 오늘중 국과수로 변사체를 이송할 것이라고 한다.

둘째,시신의  상태로 보면 변사자는 겨울에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메밀밭 주인이 지난 6월12일 변사체를 발견했을 때 시신은 거의 백골상태였다. 시신 일부가  분리될 정도였고, 심하게 부패돼 지문채취가 불가능했다고 한다. 그 정도라면 아무리 습하고 무더운 시기를 거쳤더라도 3~4개월 이상 방치되었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살아있는 유병언이 전남 순천 비밀별장에 흔적을 남긴 것은 5월25일이었다.  따라서 유병언이 5월25일 급하게 도주하다가 숨졌다고 해도 발견시점인 6월12일까지는 불과 18일이다. 이 기간에 시신이 자연상태에서 그토록 부패할 수는 없다. 화학약품이나 들짐승에 의해 훼손됐다는 보고도 없다.

또한 변사자는 겨울 옷을 입고 있었고, 벙거지 모자를 썼다고 한다. 아무리 유병언이 변장해야 할 입장이라고 해도, 5월 하순에 겨울점퍼를 입을 리는 없다. 그랬다간 더욱 주위의 눈길을 끌었을 것이다.

셋째, 발견 당시 변사자는 하늘을 보고 누워 있었으며, 주변에는 막걸리와 소주병이 널려 있었다고 한다. 정황으로 보면 자살이다.  하지만 유병언은 결코 자살할 인물이 아니다. 경찰, 취재기자, 구원파신도 모두가 이 점에서는 견해가 일치한다. 설령 자살을 택했더라도 결벽증이 있고 자부심이 강한 그가 마치 노숙자처럼 허름한 옷차림으로 밭에서 술 마시다가 목숨을 끊었을 리는 없다.

넷째, 유병언은 치밀하게 도주계획을 짰던 것으로 속속 밝혀지고 있다. 현금을 충분히 확보했고, 동행자는 물론 자신의 도주를 도와줄 인물들을 구해 곳곳에서 접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에 검경이 총동원돼도 흔적조차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 비춰볼 때 유병언이 수행원이나 조력자들과 떨어진 채 혼자 숨져 시신이 밭에 방치됐다는 것도 극히 비현실적이다.

다섯째, 유병언은 가족이나 구원파 일부와는 지속적으로 연락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그래서 유병언이 혼자 숨져 연락이 끊겼다면, 그날 이후 가족이나 구원파에 특이한 움직임이 나타났을 게 분명하다. 상당한 동요가 일어나면서 조직내 분열과 이탈현상이 빚어졌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수사당국은 유병언의 가족이나 구원파 등에서 아무런 이상기류를 발견할 수 없었다. <YTN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