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표현치곤 다소 간지러웠다. 민섭 씨는 지난 3주간의 알바 기간에 대해 “꿀, 초콜릿, 캐러멜 마키아토, 그 어떤 것에도 빗댈 수 없을 만큼 아주 달콤한 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대체 어떤 알바를 했을까. ‘하루 근무 시간은 보통 5시간 전후. 점심시간은 물론이고 꼬박꼬박 티타임과 휴식시간도 보장.’ 여기까진 평범하다. 그런데 업무 얘기를 들으면 생각이 달라질 걸. ‘펭귄 집짓기, 코알라 개체 수 세기, 여우, 고양이 번식 방지, 풀 뽑기….’ 그저 동물원 알바 아닌가 싶겠지만, 아니다. 근무 장소가 특별하다. ‘필립아일랜드’다. 호주 멜버른주에 위치한 자연생태공원이다. “매일매일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야생동물들과 함께 일할 수 있었던 게 정말 좋았습니다.”

대학생들 사이에서 ‘천국의 알바’로 통하는 이 알바는 3주간 총 1000만원 상당의 혜택을 받는 게 특징. 호주 왕복 항공권, 3주간의 숙박, 식사와 2주간의 활동비 200만원까지 모두 다. 2주간 활동이 끝나면 일주일간 멜버른뿐 아니라 시드니까지 무료로 여행할 수 있다. 연 2회 모집하는데, 민섭 씨는 9기. 지난 2월 11일에 출국해 3월 3일 귀국했다.

“일이 워낙 흥미롭고 근무강도가 세지 않아서 힘들지 않았어요. 기억에 남는 일이요? 한 번은 왈라비 한 마리가 농장에 침입한 거예요. 거긴 양들이 있는 곳이라 왈라비가 있으면 안 되거든요. 스무 명이 모여 쫓아냈어요. 3시간 동안이요. 국적도 다르고 피부색도 다른 사람들과 부둥켜안고 기뻐했던 건 그 무엇으로도 살 수 없는 경험이죠.”

점심때가 되면 필립아일랜드 내 식당에서 먹고 싶은 만큼 먹었다. 종종 도시락을 싸서 해변으로 피크닉을 가기도 했다. 저녁은 직접 만들어 먹었다. 기본적인 식재료는 필립아일랜드에서 제공한다. 주말에는 그저 쉬었다.

잊을 수 없는 추억은 또 있다. “일과가 끝나기 직전, 9기 활동생 네 명이 처음으로 모여 휴식시간을 가질 때였어요. 공터에 앉아 있는데 옆에 버려진 매트리스가 있었어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뛰어올라 신 나는 음악을 틀고 춤추고 놀았습니다. 특별할 것 하나 없는 장소였는데 그 순간은 아직 잊을 수가 없어요.”

그는 “흔히 ‘꿀알바’는 공을 들이지 않고도 돈을 벌 수 있는 일, 같은 노력으로 더 많은 보수를 받을 수 있는 일을 일컫는다”면서 “이번 알바는 보통의 꿀알바와는 다른, 영양 만점의 로열젤리”라고 했다.

민섭 씨는 경제학도다. 현재 대학교 3학년인데, 입학 후부터 안 해본 알바가 없다. 군 시절을 빼고는 내내 일했다. 특히 대학교 2학년 때는 동시에 4개의 알바를 뛰기도. 그 즈음 교내 게시판을 통해 천국의 알바를 접했다. ‘전국의 대학생이라면 누구나 지원 가능’이라는 말에 망설임 없이 지원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 경쟁률이 1000 대 1인 거다. “제가 1000 대1의 경쟁률을 뚫고 최종 선발 될 자격이 있었는지 지금도 의아해요.” 사실 이번 지원이 처음은 아니었다. 그는 “낙방했다고 포기하지 않았던 게 9기 합격의 큰 반석이 된 것 같다”고 했다.

“꿈은 항공승무원입니다. 이번 알바를 통해 항상 다른 사람이 쥐어준 과제만 풀다가 처음으로 스스로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를 달성했습니다. 높은 경쟁률도 뚫어보고, 평생 잊지 못할 저만의 스토리도 만들었습니다. 앞으로 어떠한 과제에 도전하더라도 무엇이든 다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을 얻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