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가 대안이다"

부드러움과 정숙함의 끝! 렉서스 ES 300h

 

지나칠 정도로 독일차, 디젤 엔진 편중이 심한 국내 수입자동차 시장에 도드라지는 모델 하나가 눈에 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가 발표한 올 상반기 수입차 누적 판매실적을 보면 가장 많이 팔린 모델 1위에서 10위까지 단 하나의 모델을 제외하고는 9대 전부, BMW, 메르세데스-벤츠, 폭스바겐, 아우디 등 독일차이면서 동시에 디젤 엔진 차량이다.

그런데 일본차 렉서스 ES300h가 당당히 8위에 이름을 올렸다. 렉서스 ES300h는 하이브리드 차량이다. 6월까지 수입차의 연료별 판매량을 봐도 디젤 엔진이 68.3%로 압도적 1위를 차지하는 가운데 가솔린 엔진은 28.1%로 큰 차이를 보이며 뒤따르고 하이브리드 엔진은 단 3.5%인 점을 감안한다면 렉서스 ES300h의 인기는 이례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만큼 남다른 인기 비결이 있을 것이다.

가솔린, 디젤 엔진 중심의 내연기관차가 급격히 대중화되면서 대기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되던 1990년대 후반 ‘느닷없이’ 등장한 신개념 엔진이 세상을 놀래켰다. 바로 도요타 프리우스라는 하이브리드 모델 출시다. 가솔린 엔진을 기반으로 자체 전기 충전방식을 활용하는 이 구조는 고효율, 친환경적인 대안으로 주목받았고 지각 있는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사실 세계 자동차 업체가 사활을 걸고 개발 중인 전기자동차도 결국엔 화석연료를 사용해 전기를 생산해야 한다는 딜레마를 안고 있다. 그렇다면 그다음엔 뭘까? 국내 현대차가 우선 양산하고 있고 토요타가 대중화를 선언하며 뒤따르고 있는 수소연료전지차가 미래를 지배할 것이라는 관측이 주를 이룬다.

 

‘ES 시리즈’는 1989년 토요타의 프리미엄 브랜드 렉서스 론칭과 함께 출발한 가장 오래된 준대형 세단이다. 현재까지 140만 대 이상 팔리며 렉서스의 판매량 25%를 차지할 만큼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모으는 대표적인 모델이기도 하다. 국내에서는 2000년 중반 수입차 인기에 불을 지피며 ‘강남 쏘나타’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이 명성 그대로 2012년 하이브리드 기술을 접목한 모델이 ES300h. 하이브리드 모델은 역시 탁월한 연비에 기반한 효율성과 친환경적이라는 장점이 있다. 실제로 ES300h를 몰고 서울 성북에서 경기도 안성을 거쳐, 잠실로 다시 하남을 거쳐 성북으로 돌아오는 장거리 여행을 해보니 도무지 기름이 줄지 않는 마법을 경험할 수 있었다. 주말이라 저속 주행이 많은 이유도 있겠지만, 이것이 한국의 도로 상황이고 현실이다.

ES300h는 복합연비 16.4km/l, 고속도로에서도 16.7km/l의 연비를 자랑하며 103g의 상대적으로 낮은 이산화탄소 배출량까지 무장했다. 고속도로 주행에서는 주행모드를 바꿔 ‘스포트’로 전환하면 수입 디젤차와 레이싱해도 절대 밀리지 않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지속적 최고출력 203마력, 최대출력 21.6kg.m에 달할 정도로 힘도 충분하다.

ES300h의 또 다른 장점은 정숙성과 안정적인 승차감에 있다. 처음 시승한 사람은 시동을 걸고 고개를 갸우뚱한다. 엔진음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물론 일정 속도를 넘어 내연기관 엔진으로 전환돼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전기차를 탄 기분마저 든다. 그만큼 실내는 정숙하다. 비결은 내외장에 소음을 흡수하는 다양한 첨단 재질을 이용하고 고성능 방음 필름 이용 등 3중으로 처리된 유리까지 사용해 외부 소음을 완벽하게 차단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일본차 특유의 단단한 서스펜션과 차체강성을 높여 안정적이면서도 부드러운 핸들링, 승차감을 확보해 그야말로 ‘사장님’ 모시기에 최적화된 모델이라고 할 수 있겠다. 30년 넘게 자동차 업체에 근무한 경험이 있는 김동연 씨(65)의 시승 총평은 “부드럽고 조용하면서 안정적이다. 나이 든 자가 운전자뿐만 아니라 의전용 차량으로도 손색이 없다”는 것이다. 또 있다. “하이리드 차량이니 이 차를 타는 것만으로 친환경적인 이미지에 자부심을 더한다”고 말했다. 가격은 국내 경쟁차종 그랜저 하이브리드(3603만원)보다 비싼 4950~6190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