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체의 유전자 조작기술이 급속히 발전하고 있다. 식물의 유전자 조작은 물론이고 동물들 나아가서는 사람의 유전자까지 고치고 바꾸는 수준에 있다. 이런 유전자 조작은 생명체가 자연 속에서 수백만 년 동안 살면서 겪게 되는 돌연변이보다 더 심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자연이 인공적으로 빠르게 개선될 수도 있고 훼손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유전공학자들은 생명의 원리를 탐구하고 인류의 생존 방안을 유전학적인 관점에서 발굴해 낸다는 각오다. 미생물에서부터 식물과 동물 그리고 인간에 이르기까지 모든 생명체들의 유전자와 단백질들이 서로 교차하는 생명계 현상을 과학기술이 얼마나 파헤칠 수 있을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유전공학기술은 자연계 생명현상의 근본을 밝히는 학문이고 생명기술의 미래잠재력을 키우는 핵심기술이다.

기상청이 발표하는 가뭄지수에 의하면 7월 12일 현재 한반도 전체에서 제주도 남쪽을 제외하곤 모두가 작물에 피해를 줄만큼 가뭄이 심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충청북도와 강원도 영서지방은 물 부족이 극심하다. 이런 극심한 가뭄 속에서도 농산물 작황은 비교적 좋다. 그 이유는 뭘까? 아마도 가뭄에 강하도록 개량된 품종들의 종자가 수입되어 퍼졌기 때문으로 짐작된다.

농산물 육종기술은 품종 선택과 잡종화 방식으로 유전자를 개조해 왔다. 이 과정에서 광선을 쬐기도 하고 씨앗에 화학적 돌연변이 유발 인자를 주기적으로 공급해서 DNA에 새로운 형질을 부여할 수도 있다. 유전자를 한 종에서 다른 종으로 이식시켜서 자연에 존재하지 않던 잡종을 만들기도 한다. 옥수수, 오트밀, 밀, 쌀, 감자, 호박, 콩, 치커리, 고추, 가지, 토마토, 프럼, 딸기, 파파야, 사탕수수 등 곡물, 과일 가리지 않고 많은 작물들이 요즘은 거의 다 이런 유전자 조작 식물들이다. 장미나 카네이션 등 화훼작물들도 예외는 아니다. 다만 산딸기, 야생 버섯, 물고기, 조개류 등은 제외할 수 있다.

생명력이 강화된 GM 농산물.

미국의 글로벌 농생명공학 기업인 몬산토는 유전자변형(GM) 기술을 석권하고 있다. 90년대 중반부터 옥수수, 알파파, 사탕무, 밀 등의 유전자변형작물을 개발했다. 이 작물들은 농민들이 더 이상 제초제를 뿌리지 않아도 될 만큼 강한 생명력을 지녔다. 밭을 갈지 않고 도랑에 씨를 심어 농사를 짓는 무경간농법이 가능해지고 가뭄이 닥쳐도 강인하게 버티고 소출이 크게 늘어 소작 농민들에게 수익을 안겨줬다. 이들이 사용한 유전자 공학기술은 바실러스 튜링겐시스(Bacillus thuringiensis)균의 DNA로 부터 곤충의 유충을 죽이는 단백질을 만들어 이를 작물들의 유전자에 심어주어서 작물의 면역능력을 높여주는 방식이다. 제초제에 강한 성질도 박테리아 유전자로부터 얻었다.

GM 작물은 인간의 건강뿐 만아니라 자연속의 다른 작물들에게 미치는 환경피해가 클 것이라는 의구심들이 많이 제기됐었다. 하지만 미국 국립과학아카데미, 미국 의학협회, 세계보건기구, 영국 왕립협회, 유럽연합, 미국첨단과학협회 등이 모두 조사활동을 통해 GM식량을 먹어도 안전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몬산토는 박테리아, 곰팡이, 다른 미생물 생명체들을 이용해서 씨앗들을 보호하거나 영양분을 공급해 주는 기술도 개발했다. 적어도 개념적으론 유기농법을 이용한 비결들이다.

몬산토는 지난해에 9억3천만 불을 들여 기상데이터 분석 및 날씨예보 기술을 가진 크라이메이트(Climate Corp.)를 인수했다. 이 회사는 역사적인 날씨 데이터를 기초로 지역날씨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기술을 가졌다. 날씨 정보를 이용해 농작물보험을 판매하는 회사다. 날씨 예측 모델에 의해 지역 농작물 수확량에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생기면 손실금을 신청하지 않아도 자동적으로 보험가입자에게 보상금을 내 준다.

몬산토는 이 회사를 합병한 후 농부가 이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제공하고 있다. 온도, 강우량, 토질, 종자, 해충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해서 농민들에게 맞춤 종자를 공급해 주기 시작했다. 같은 지역의 농지라도 다 똑같은 것이 아니다. 엄밀히 말하면 밭 귀퉁이마다 토양이나 수분량DL 다름으로 이를 점검해서 정밀경작을 하는 시대로 바꿔나가야 한다고 몬산토 기술진은 주장한다. 작물재배농법이 보다 더 효과적이고 친환경적으로 바뀌게 될 거란 기대를 갖게 한다.

인체의 조직세포 내에 포함된 유전자는 동물이나 식물들과 일부는 동일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사람의 세포핵 속에는 염색체가 23쌍이 있으며 염색체는 핵산(DNA)으로 이뤄졌다. 각 핵산은 32억 쌍의 염기들이 나선형으로 꼬인 구조를 갖는 수많은 유전자들로 이뤄졌다. 유전자의 길이는 각기 다른데 이는 단백질의 설계도다. 유전자의 염기서열이 달라지면 전혀 다른 단백질이 만들어진다.

미생물을 이용해 물질을 생산한다.

최근에 아일랜드의 바이오벤처 야신스바이오(Hyasynth Bio)는 유전자 공학기술을 이용해서 마리화나를 재배하지도 않고도 핵심화학성분을 대량으로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다. 마리화나 성분 중 심리작용을 담당하는 화학성분은 테트라히드로카나비놀(tetrahydrocannabinol, THC)이다. 도파민을 방출하는 뇌세포를 자극한다.

한편 카나비디올(Cannabidiol, CBD)은 여러 가지 치료효과가 있는 비정신작용을 하는 마리화나의 성분이다. THC와 CBD는 다발성경화증, 간질, 알츠하이머 병, 만성통증, 염증, 근육영양 장애 등 치료에 효과적임이 밝혀져 수요가 많지만 마리화나의 성장이 더디고 재배비용이 많이 들 뿐만 아니라 법적인 제재를 받기 때문에 안정적인 규모로 생산하기 힘들다고 한다. 마리화나의 품종 선정이나 재배기술도 어려워 경작이 까다롭지만 이런 복잡한 과정을 모두 생략하고 마리화나의 유전자 정보를 이스트의 유전자에 심으면 THC나 CBD 성분만을 며칠 만에 실험실에서 제조할 수 있다고 한다.

이런 유전공학적 방법은 다른 물질을 인공으로 제조할 가능성도 열어준다. 예를 들면 박테리아나 균조류 또는 이스트균을 이용해서 화학적으로 합성이 되지 않던 물질성분을 실험실에서 만들 수 있다. 의약품이 될 수도 있고 바이오 연료가 될 수도 있다. 현재 이스트를 이용해서 CBD를 제조하는 방식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반면에 THC는 약간 곤란하다고 한다. 그래서 의학적 용도로만 활용하고 있다.

유전공학으로 질병을 퇴치한다.

말라리아는 고열과 설사를 동반하는 무서운 전염병이다. 아프리카나 남아시아 어린이들은 아직도 말라리아에 전염되어 사망하는 율이 높다. 유전공학자들은 말라리아를 방지하기 위해서 병을 옮기는 모기를 퇴치하는 방법을 강구했다. 모기의 생식세포를 조작해서 95% 이상 수컷만 태어나도록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모기를 퍼뜨리면 수컷모기만 증가하고 암컷 모기 개체 수는 줄어들게 되어 결국은 모기번식이 줄어 말라리아 전염병도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생물의 성별을 결정하는 원리는 과학자들이 궁금해 하는 오랜 주제다. 그런데 워싱턴대학교의 생물학자인 우먼(Umen)이 이끄는 연구팀은 생명체의 성별을 결정짓는 비밀을 풀었다고 발표했다. 단순한 유전자 조작만으로 암컷 볼복스 카테리(Volvox carteri) 조류가 정자를 생산하고 수컷은 알을 낳도록 바뀌었다. 이런 성전환이 유전자 한 가지를 작동시키거나 억제시킴으로써 가능했다고 해서 학계를 놀라게 했다. 비록 세포가 서너 개로 이뤄진 조류에서 밝혀진 사실이지만 생명체의 성을 결정하는 원리가 유전자 한 개만으로 가능하다는 사실이 동물이나 인간에게도 적용될 수 있을지 비상한 관심을 갖게 한다.

미래전쟁은 바이오전쟁이 될 수 있다는 말이 있다. 미국 국방고등연구기획청(DARPA)은 미래전쟁에 대비해서 적혈구 세포에 단백질 해독제나 다른 항체기반의 의약성분이 첨가된 슈퍼혈액을 연구하고 있다. 이 혈액을 수혈 받게 되면 이론적으론 전쟁터 군인들이 화학무기가 내뿜는 생물학적인 독소를 더 쉽게 중화시킬 수 있다고 한다. 적혈구는 다른 세포들에 비해 염색체가 부족하기 때문에 암 종양으로 복제될 위험도 없어서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전한다. 적혈구의 수명은 4개월 정도이므로 이 혈액을 한번 수혈 받으면 장기간 항독소 기능을 갖게 된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유전자 조작을 한 혈액을 수혈한다는 아이디어에 거부감을 가질 수 있지만 이런 항독소 항체를 운반하는 적혈구를 이용해서 장기에 약물을 전달하는 방안도 모색되고 있다. 나쁜 콜레스테롤을 제거하는 단백질을 뇌 혈전이나 관상동맥의 혈전으로 보내서 막힌 혈관을 뚫는 방법이다. 아직은 유전자변형 혈액치료법이 먼 미래의 희망이지만 아이디어만큼은 대단하다.

바이오기술이 발달하면서 유전자 조작기술이 다양해지고 있다. 지구상에 살고 사는 모든 생명체는 미생물부터 사람에 이르기까지 모두 비슷한 유전자와 단백질 특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서로 연관성이 깊다. 인류는 이 유전자와 단백질의 비밀을 파헤쳐 식량 문제를 해결하고 질병을 예방하며 생명을 연장하는 방안들을 찾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