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임시투자세액공제 어떻게 해야 하나?’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열띤 공방을 펼치고 있다.


정부가 임시투자세액공제(임투공제) 제도 폐지를 선언했다. 대기업만을 위한 세금 감면 정책이니 없애야 한다는 점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임시라는 단어가 붙어 있는 만큼 언젠가 폐지해야 할 제도로 지금이 그때라고 했다. 정부의 곳간이 비었으니 누군가 세금을 더 내야 한다면 대기업이 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까지는 폐지가 유력해 보인다. 지난 8월 기획제정부가 제도 폐지의 세제개편안을 발표했고, 지난 10월 28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될 경우 내년부터 사라지게 된다.

임투공제란 경기가 좋지 않을 때 기업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설비투자액 중 일부를 법인세에서 감면해주는 제도다. A라는 기업이 공장을 짓는데 100억 원을 썼다면 7%에 해당하는 7억 원을 법인세에서 깎아주는 것.

한해 수천억 원의 설비투자금을 쏟았던 대기업의 경우 임투공제를 이용할 경우 적게는 수십억 원에서 많게는 수백억 원 정도에 달하는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반면 투자 금액이 적은 중소기업은 법인세 감면 금액이 적다. 정부가 임투공제를 대기업 위주의 세제 감면 제도란 점을 내세워 폐지해야 한다고 밝힌 이유다.

경제구조 활성화 빌미 폐지 선언

실제 임투공제는 중소기업보다 대기업을 위한 정책에 가까워보인다. 경기가 위축될 때 투자를 꺼리는 대기업의 자금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당근책이었기 때문이다.

시계추를 1982년으로 돌려보자. 당시 국내 경제는 정부의 금융시장 활성화 대책과 잇단 경기 부양책에 힘입어 상승세를 보였다. 그런데 5월 건국 이래 최대 사기사건으로 기록된 이철희 · 장영자 부부의 어음 사기로 급격히 침체되기 시작한다.

이들이 기업으로부터 어음을 받아 사채시장에서 할인하는 수법을 통해 유통됐던 7111억 원의 어음이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았다.

1982식 포니2 가격은 227만 원. 7111억 원은 포니2가 31만3260대 이상 팔린 금액으로 당시로선 상상을 초월하는 금액이었다. 어음 사기 사건의 여파로 관련됐던 수많은 기업은 부도를 선언했고, 급기야 멀쩡한 기업도 투자를 중단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어떻게 변화될지 모르는 상황에선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 최상의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섰고, 7개월 만인 12월에 임투공제를 시행했다.

경제 활성화를 위해 기업의 금고에서 잠자고 있는 돈을 꺼내기 위한 정부의 카드가 임투공제인 셈. 많은 돈을 갖고 있는 곳이 대기업인 만큼 임투공제는 이들의 구미에 맞게 설계됐을 수밖에 없는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이쯤 되면 임투공제 폐지는 건전한 경제 구조 활성화를 위해선 꼭 필요하다는 정부의 말은 설득력이 높아 보인다. 감면세의 85%를 대기업이 받고 있으니 말이다.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일대에 들어서게 될 대형 유통전문상가 ‘파주세운’


중소기업 “보호막 사라진다” 반발

그런데 결과가 이상하다. 산업 전반에 걸쳐 반대 움직임이 거세다. 반대를 외쳐야할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서 ‘생존’ 문제를 들먹이며 폐지해선 안 된다고 한껏 목소리를 높인다. 왜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임투공제가 폐지될 경우 중소기업이 받게 될 피해가 엄청나다는 것이다.

신상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임시투자세액공제폐지, 바람직한가>라는 보고서릍 통해 중소기업이 받게 될 충격을 우려하는 의견을 냈다. 2008년 임투공제로 조세 감면을 받은 8399개 신고 법인 중 중소기업 수가 7558개란 점을 근거로 들었다.

수치대로라면 감세 혜택을 보는 중소기업이 전체 기업 중 90%에 달한다(표1 참조).
그는 또 임투공제 폐지는 중소기업의 급속한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세계 금융 위기를 겪은 이후 정부는 경제가 활성화 됐다고 판단하고 있지만 현재 중소기업이 체감하는 정도에 차이가 있다는 것.

때문에 그는 중소기업에 대한 보호가 어느 때보다 더욱 필요하다고 했다. 감세 규모의 85%가 대기업에 집중돼 있다는 점보다 감세 혜택을 받는 중소기업이 90%에 달한다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중소기업의 감세 1억 원은 대기업의 100억 원과 같은 효과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대기업 관계자들도 비슷한 반응을 보인다. L그룹 관계자는 “(임투공제 폐지에 대해 대기업은) 감면 받는 법인세를 내면 그만이지만 중소기업 입장에선 엄청난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S그룹 관계자도 “(대기업은) 해외 등 감세 정책이 있는 곳으로 눈을 돌릴 여력이 있지만 중소기업은 고스란히 온몸으로 견딜 수밖에 없어 장기적 관점에선 (임투공제 폐지가) 경제 발전에 저해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여기에서 주목할 점이 있다. 임투공제가 임시 제도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오랜 기간 적용돼 왔다는 점이다. 1982년 도입 이후 현재까지 지속돼 왔다. 29년 동안 8년을 제외하곤 21년간 투자 촉진을 명목으로 유지됐던 것. 특히 2001년부터 2009년까지는 단 한 번도 중단된 적이 없다. 2001년부터는 오히려 적용 대상을 확대했다. 이 과정에서 임투공제 혜택을 받는 중소기업의 수는 꾸준히 증가했다(표 참조).


기업의 투자는 한해에 걸쳐 이뤄지지 않는다. 짧게는 2년에서 길게는 3년이 넘게 투자 전략을 세운다. 그동안 중소기업은 암묵적으로 임투공제가 연장되겠지라는 판단 하에 투자전략을 마련해 왔다. 이런 의미에서 갑작스런 임투공제 폐지는 중소기업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2000년부터 현재까지 매번 임투공제 폐지가 꾸준히 논의됐지만 막판에 유지됐던 점을 고려해 경영전략을 마련했던 업체는 투자전략 수정이 불가피하다. 중소기업 관계자는 “투자전략이 수정될 경우 경영전략에 큰 변화가 필요하다”며 “일부는 폐기되는 것도 있다”고 토로했다.

뿐만 아니다. 임투공제 폐지로 대기업이 설비투자를 줄일 경우 중소기업이 받게 될 피해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임투공제는 그동안 대기업의 국내설비 투자 확대의 동기를 부여해왔다. 이익을 따지는 장사꾼으로서 감세는 의사 결정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던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규모를 키우기 위해 국내와 해외에 설비투자를 하는 입장에선 감세정책이 사라졌을 때 해외를 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교통의 발달로 인해 공간적 개념은 무의미 해졌고 인도와 중국, 남미 등 신흥국가에선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엄청난 감세 혜택을 제공한다. 만약 대기업이 국내가 아닌 해외로 눈을 돌린다면 정부가 생각했던 세수 확대란 성과를 거둘 수 없게 된다.

해외로 진출할 수 없는 중소기업은 법인세를 납부해야 하고, 협력업체의 이탈로 매출이 줄어드는 이중고를 겪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장기적 관점에선 지역경제와 중소기업의 침체로 국가경제 발전에 저해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장지종 중소기업연구원 원장은 “국내 경제 특성상 대기업의 투자 활동은 중소기업에 신속하고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관계로 임투공제 폐지는 중소기업의 직접적인 설비투자 위축뿐만 아니라, 대기업 투자 위축에 따른 추가적인 영향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시점 조절로 중기에 숨통 터줘야

그렇다고 임투공제를 폐지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대기업 위주로 편중됐던 임투공제는 분명 폐지돼야 할 제도다. 다만 시점에 있어서 조절이 필요하다. 정부는 2013년부터 기업의 법인세를 인하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임투공제의 감면 대상은 법인세다. 법인세는 소득세와 달라 감세를 받아도 회사 유보금으로 쓰인다. 오너가 아닌 회사의 이익으로 향후 투자에 활용하는 돈이란 얘기다. 대기업의 감면 금액을 회사의 이익으로 보는 대신 투자금이란 점에 주목, 시기 조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법인세 폐지에 대비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경영전략을 새롭게 짤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통해 경영전략 개편을 도울 수 있다. 중소기업은 세 부담의 감소로 경영전략 수정을 최소화하고, 대기업은 국내 투자 확대를 통해 국가 경쟁력 제고를 위한 활동 범위를 넓힐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세수 확보 차원에서 임투공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확보된 세금이 어떻게 쓰일지에 대해선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를 비롯해 여당 내 의원들 조차도 임투공제 폐지를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경제를 살리고 재정 수입을 늘리기 위해 임투공제를 폐지하는가, 재정 수입이 줄더라도 기업의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임투공제를 유지해야 할 것인가. 양면적인 접근보다는 폐지로 인해 발생하게 될 피해를 최소화하며 순차적인 폐지가 이뤄지는 쪽으로 가닥을 잡는 것이 효과적이지는 않을까.

지난 10월 28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임투공제 폐지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때까지 국가 경제 차원에서 심각한 분석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김세형 기자 fax123@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