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은 삼성전자의 무엇을 보고 매수를 하는 것일까? 지난 2분기 삼성전자의 실적이 부진하게 나타났지만 여전히 외국인 투자자들은 삼성전자의 순매수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삼성전자의 향후 실적 개선 기대라는 원론적인 명분도 존재하지만 이보다는 삼성전자의 향후 배당성향 확대 및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기대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삼성전자의 변화된 모습도 감지되고 있어 이는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더 확실한 매력으로 다가가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8일 삼성전자의 잠정실적이 발표됐다. 삼성전자가 내놓은 실적은 증권사들이 내놓은 리포트들을 모두 부끄럽게 만들정도 였다. 영업이익 7조 2천억 원. 이는 전년동기대비 24.5% 낮아진 수치로 지난 2012년 3분기부터 줄 곧 8조원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이후 처음으로 앞자리수가 바뀌었다. 매출액 또한 52조원을 기록해 같은 기간 9.5% 하락했다.

당시 삼성전자의 실적발표를 앞두고 예상보다 실적이 부진할 경우, 외국인들의 매도세가 이어지고 이는 증시에 충격으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가 팽배했다. 하지만 이러한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실적발표 전일인 지난 7일 외국인들의 삼성전자 보유 지분율은 50.79%였으나 11일 종가기준 외국인들의 지분율은 50.87%로 오히려 늘었다.

2014년 삼성전자 매매주체별 현황 [가격은 매수매도 전략의 유효성 개념]

본지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올해 외국인들의 삼성전자에 대한 포지션은 약 138만 7664원에서 순매수를 기록하고 있어 지난 11일 종가인 128만 4000원을 고려할 때, 손실을 보고 있다. 이에 반해 기관투자자들은 133만6764원에서 공매도 포지션을 취하고 있어 이익을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개인투자자들은 의외로 효율적인 매수매도 전략으로 인해 196만 627원에서 공매도의 포지션을 취한 것과 같은 효과를 보고 있다.

이를 보면 외국인들이 불리한 위치에 있는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외국인투자자들은 올해 초 삼성전자의 지분율이 49.55%였지만 이후 주가 등락과 관계없이 꾸준히 매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매수매도의 타이밍 전략을 펼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준섭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현재 삼성전자를 매수하는 주체는 밸류 플레이어로 보인다”며 “삼성전자의 가치를 보고 매수를 하기 때문에 꾸준한 매수세로 일관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단순 삼성전자의 가치만을 보고 매수를 하는 것이 아닌 지배구조 개편 및 배당성향 증대 등에 대해 기대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평균 10%도 되지 않은 삼성전자의 배당성향(주당배당금/주당순이익)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증권업계는 삼성전자의 실적발표 이전부터 삼성그룹 경영 3세들의 지배력 강화를 위한 방안으로 배당실시 및 자사주 매입과 같은 시나리오를 주장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실적 발표와 함께 이례적으로 실적부진에 대한 설명 자료를 내놓는 등 주주들을 주심(柱心)을 잡기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 더 큰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아이러니 한 것은 삼성전자에 실적에 실망한 주주들을 달래기 위해 배당확대와 자사주 매입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물론 이전에도 시장참가자들은 삼성전자를 향해 친 주주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배당성향은 오를 줄 몰랐다. 덕분에 삼성전자는 지난 1분기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 그리고 단기금융자산 규모가 무려 59조원에 달한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입장에서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실적 발표 이전 배당확대가 경영 3세들을 위한 상속세 재원 목적이라는 부정적 견해가 많았는데 이번 실적 부진으로 배당을 확대할 경우, 그 시선을 ‘친주주 정책’으로 돌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순매수 증가 배경에 ‘웨어러블기기’에 대한 기대감도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지난 4월 중국 보아오 포럼 아시아 경제전망 2014에 참석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삼성전자가 의료기기와 헬스케어 분야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기 위해 R&D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며 삼성전자의 미래 성장동력을 강조한 바 있다.

또 다른 증권사 연구원은 "최근 삼성그룹이 백혈병 노동자 인정, 아직은 미흡하지만 삼성전자 서비스 협력사 노조 등과의 대화 등을 통해 변화를 주고 있다"며 "경영 3세의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시장과의 마찰을 줄이려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