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이 비록 '한 다리 건너' 형성된 것이지만 '거미줄 혼맥'을 자랑하는 코오롱그룹과 사돈지간을 맺어 재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두산-코오롱 양 그룹간 혼맥 맺기의 주인공들은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의 차남인 박재원 두산인프라코어 부장과 고(故) 이원달 전 코오롱상사 사장의 손녀.

두 집안은 지난달 12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박용만 회장의 평소 철학과 세월호 참사의 애도 분위기 등을 고려, 양가 친지와 주요 지인들만 참석한 가운데 조용히 치러진 결혼식이었다.

당초 두산그룹은 이날 박 부장의 반려가 된 신부에 대해 ‘평범한 집안의 딸’임을 강조했다. 두 사람이 미국 유학시절에 만나 사랑을 키워오다 결혼에 성공한 것일 뿐 정략결혼과는 거리가 멀다는 말이었다.

그러나 두산그룹의 설명과는 달리 박 부장의 사돈가는 다름아닌 코오롱그룹과 깊은 연관을 지니고 있었다.

재계에 따르면 박 부장의 장인은 서울대학교 출신의 유명한 치과의사인 이철민 씨이며, 그의 부친이 고 이원달 전 코오롱상사 사장이었던 것이다.

지난해 4월 별세한 이 전 사장은 고 이원만 코오롱그룹 창업주의 육촌동생으로 코오롱그룹의 모태인 한국나일론의 창립 멤버로 활약했다.

이 창업주의 동생인 이원천 전 코오롱그룹 회장, 이동찬 코오롱그룹 명예회장 등과 함께 초창기 그룹의 기반을 닦는데 기여한 인물인 셈이다. 한국나일론의 자회사로 나일론과 폴리에스테르 원사 등을 판매하는 코오롱상사 사장으로 1972년 취임한 이 전 사장은 회사를 1975년까지 이끌며 그룹의 주력 회사로 키운 바 있다.

결국 박재원 부장의 결혼으로 두산그룹과 코오롱그룹 간 혼맥이 엮이게 됐다. 흥미로운 점은 코오롱그룹이 재계에서도 최정점을 달리는 '거미줄 혼맥'으로 이어져 있다는 점이다. 두산그룹의 비교적 '소탈한 혼맥'이 코오롱그룹과 만나면서 대폭 확장된 셈이다.

이동찬 명예회장의 동생인 이동보 전 코오롱TNS 회장은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의 장녀 김예리씨와 결혼했다. 이들의 결혼은 당시 영부인이었던 고 육영수 여사가 주선한 바 있다. 김 전 총리가 고 박정희 대통령의 조카사위라는 점을 감안하면 박근혜 대통령과도 멀지 않은 혼맥으로 이어진 것이다. 또한, 이 명예회장의 막내 동생인 이미향씨는 허영인 SPC 회장과 결혼했다.

이 명예회장의 딸들이자 이웅렬 코오롱그룹 회장의 여자 형제들도 정·재계의 굵직한 혼맥으로 이어져 있다. 장녀인 이경숙씨는 고 이효상 전 국회의장의 삼남인 이문조 영남대 교수와, 삼녀인 이혜숙씨는 고 이학철 고려해운 창업주의 장남인 이동혁 고려해운 회장과, 사녀인 이은주씨는 고 신병헌 전 부총리의 장남인 신영철씨와 결혼했다.

재계 최고(最古)의 기업임에도 소탈한 혼맥을 지녔었던 두산그룹이 방대한 혼맥의 코오롱그룹을 만나 어떤 시너지를 가져올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