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2년 개봉한 영화 <어벤져스>는 공전의 히트작이 되었다. 사실 영화의 내용은 단순하다. <아이언맨>, <토르>, <헐크> 등 이전 슈퍼 히어로 영화의 주인공들을 한 팀으로 묶어 지구를 정복하려는 외계인과 대항한다.

이런 뻔한 스토리에도 히트를 한 것은, 각각의 영화에서 따로 봐야 했던 슈퍼 히어로들을 한 영화에서 모두 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 요컨대 한 명만으로도 충분히 지구를 지켜냈던 슈퍼 히어로들을 한꺼번에 볼 수 있다는 점이 기존 영화와 달리 공전의 히트를 한 이유였다.

금융업계도 슈퍼 히어로들을 모아 ‘어벤져스’를 구성할 수 있게 됐다. 금융위원회가 최근 3100여 개의 법률과 숨은 규제를 검토해 711개의 규제를 개선했기 때문이다. 이번에 개선된 금융규제개혁 중 핵심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금융지주 계열사 간의 복합점포 운영을 활성화해 금융소비자의 ‘원스톱’ 자산관리가 가능해지도록 한 것이다. 은행·증권·보험·카드사 등이 함께 있는 복합점포의 경우 업무 공간을 가로막고 있는 기존 ‘칸막이’를 허물기로 했다. 이로써 소비자는 백화점에서 쇼핑하듯 은행과 증권, 보험 관련 금융 거래를 한곳에서 손쉽게 처리할 수 있게 됐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복합점포를 통한 금융상품 원스톱 판매도 허용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재는 은행과 증권·보험·카드사 등이 같은 건물에 있어도 서로 방화벽을 설치하고 출입문까지 따로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고객의 미공개 정보가 새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한 명분이다. 고객이 은행 업무를 처리한 뒤 증권 업무를 보려면 다시 밖으로 나온 뒤 다른 출입문을 거쳐야 하는 일이 반복돼왔다.

두 번째는 개인자산관리종합계좌 도입이다. 이 계좌가 도입되면 은행·보험·증권·자산운용사 등의 다양한 세제혜택 금융상품을 한 계좌에서 관리할 수 있게 된다. 퇴직연금, 연금저축, 재형저축, 소득공제장기펀드 등 업권·상품별로 나뉜 상품을 하나의 계좌로 묶어 종합 관리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시장 상황에 맞게 중도해지 없이 상품을 자유롭게 갈아타도 세제 혜택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조만간 금융위원회는 기획재정부와 협의해 개인자산관리종합계좌의 구체적인 세제혜택 규모 등을 정할 예정이다.

이번 금융규제개혁에 대해 금융권 관계자들은 대부분 수익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반응이다. 그러나 세부적으로는 은행>증권>보험순으로 유리하다는 평이다. 또한 은행과 증권사, 보험사, 자산운용사 등을 모두 확보한 금융지주회사는 모든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예측이다. 요컨대 규모가 클수록 더 많은 혜택을 볼 것이라는 전망이다.

소비자의 경우 얼핏 보면 한 금융사에서 원스톱 서비스가 가능해 유리해지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소비자에게 유리한 상품이 아니라 금융사에 유리한 상품만 판매, 오히려 좋지 않은 상품에 가입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복합점포 활성화와 개인자산관리종합계좌 도입으로 고객들은 은행에서 모든 금융업무를 원스톱으로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은행 수익에도 긍정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금융컨설팅 업무가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며 “수준 높은 금융컨설팅과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는 증권사도 이번 개혁안 발표로 더 유리해진 부분이 많다”고 총평했다.

다만 보험사들은 볼멘소리다. 대형 보험사 한 관계자는 “지금도 갑의 위치에 있는 은행에 더 많은 기회를 준 것”이라며 “보험설계사들의 종합금융컨설팅 대신 은행의 방카슈랑스가 더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장기 침체에 빠져 있는 보험업권은 소외된 개혁”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반면 한 경제학과 교수는 “사실 보험업권에 한해서는 금융칸막이가 사라진 지 오래”라며 “보험대리점들은 여러 보험사들의 상품을 분석, 소비자에게 맞는 최상의 컨설팅을 한다는 명분으로 판매자에게 유리한 상품을 권했다”고 말했다. 덧붙여 “결국 이번 개혁안이 실시되면 소비자들은 좋은 상품만 가입하기 위한 컨설팅을 따로 받거나 소비자 스스로 현명해져야 한다”며 “금융업권을 살리기 위해 소비자는 죽이는 결과가 될 수 있어 세부적인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