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과 극은 통한다고 했던가. 권오준 포스코 회장의 ‘파격주의' 정도(正道) 경영이 눈길을 끌고 있다.

취임한 지 4개월이 채 되지 았았지만 권 회장은 그동안 숨 쉴 틈 없이 바쁜 일정을 소화해왔다.

포스코 호(號)의 키를 잡은 이후 권 회장은 ▲6개 부문을 4개 본부로 개편하고 경영임원의 수를 줄이는 등 조직을 슬림화했고 ▲직접 투자설명회를 주관해 자신이 구상 중인 새로운 경영전략을 투자자들과 나눴으며 ▲조선 3사 등 주요 고객사와 1, 2차 협력사들을 방문하며 협조를 다짐했고 ▲검토해오던 동부패키지의 인수를 포기했다.

이 같은 권 회장의 행보에는 여지없이 ‘파격’이라는 단어가 따라붙는다. 포스코 회장으로서 직접 투자자들을 만난 점이나 그룹 내의 반발을 무릅쓰고 조직 개편에 나선 점은 재계로 하여금 권 회장을 다시 보게 만들었다.

특히 정부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동부패키지의 인수를 포기한 것은 권 회장 ‘파격행보’의 백미로 꼽힐 만하다. 민간기업으로 전환한 이후에도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역대 포스코 회장과 확연히 다른 선택을 했던 까닭이다.

흥미로운 점은 파격적으로 보이는 권 회장 행보의 기저에는 ‘정도경영’ 정신이 깔려 있다는 점이다. 비대한 조직에는 구조조정이 필요하고 불필요한 인수·합병(M&A)은 사업포트폴리오만 어지럽힐 뿐이다. 권 회장은 유별난 결정이 아니라 누가 봐도 당연한 결정을 해왔던 셈이다. ‘정도’가 ‘파격’으로 읽히고 ‘당연’이 ‘유별’로 해석되는 이상한 세상이 권 회장의 행보를 충격적으로 받아들이게 해왔을 뿐이다.

권 회장은 또 한 번의 ‘파격’을 선택했다. 성과 창출 위주의 업무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직원들에게 파격적인 보상을 약속한 것이다.

포스코에 따르면 권 회장은 8일 열린 ‘상반기 혁신 포스코 프로젝트 점검 회의’에서 “성과에 대한 파격적인 보상으로 직원들이 프로젝트에 대한 도전의식과 열정을 높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임직원이 추진 중인 프로젝트가 탁월한 성과를 내면 초과 실현이익의 일부를 돌려주는 특별보상제도를 신설한다는 계획이다.

‘성과 있는 곳에 보상 있다’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당연한 명제다. 문제는 그동안 임직원들이 아무리 성과를 내도 그 보상을 제대로 받지 못하게 만들었던 ‘구조’다. ‘프로젝트 중심의 일하는 포스코’를 천명한 권 회장의 ‘파격’적인 ‘정도경영’이 어떤 결과로 다가올지 기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