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방부는 엄정한 군기 확립을 강조하고 있다. 군기 확립은 현대 군대뿐만 아니라 전근대 시대의 군대에서도 최우선으로 강조하던 사항이다. 조선 후기의 병서인 무신수지(武臣須知)도 군기 위반을 일곱 가지 유형으로 나눠 엄중하게 단속해야 한다고 소개하고 있다.

엄하게 단속해야 할 첫 번째 유형은 군령을 가볍게 여기는 ‘경군’이다. 집결시간을 지키지 않는 행위, 이름을 불러도 대답하지 않는 행위, 갑옷과 장비를 갖추지 않는 행위가 바로 군령을 가볍게 여기는 행위에 속한다.

두 번째로 단속해야 할 유형은 군령을 업신여기거나 군령 준수에 태만한 ‘만군’이다. 명령을 받고도 전달하지 않는 행위, 전투시에 전진과 후퇴를 명령하는 신호인 금고 소리를 듣지 않거나 각종 깃발 신호를 보지 않는 것이 바로 ‘만군’이다.

세 번째로 금지할 행동은 군용 물품을 훔치거나 민폐를 끼치는 ‘도군’이다. 식량을 훔쳐 먹거나, 빌린 물건을 갚지 않는 행위, 전투 성과를 측정하는 지표인 적의 머리를 탈취하는 행위가 바로 ‘도군’의 대표적 유형이다.

네 번째 엄금해야 할 행동은 허위 보고를 하거나 장비 상태를 속이는 ‘기군’이다. 이름을 바꿔 대리 근무를 하거나, 군복을 잘 관리하지 않는 것도 ‘기군’에 속하는 행위다. 칼을 예리하게 잘 관리하지 않거나, 화살에 깃이 없거나 활과 쇠뇌에 시위가 없는 등 무기 상태를 부실하게 관리하는 것도 ‘기군’으로 보고 엄하게 금해야 할 행동으로 보았다.

다섯 번째 단속해야 할 행동은 전투 시 명령 불복종에 해당하는 ‘배군’이다. 깃발 신호에 복종하지 않거나, 깃발을 들었는 데도 일어나지 않는 행위, 전투에서 앞을 피하고 뒤쪽에 서려는 행위가 바로 ‘배군’이다.

여섯 번째는 군을 혼란스럽게 하는 ‘난군’이다. 앞뒤에서 고함을 질러 명령을 못듣게 하는 것이 바로 ‘난군’의 대표적 유형이다.

마지막 일곱 번째 금해야 할 행동 유형은 쓸데없는 소문으로 군을 혼란스럽게 하거나 부대 출입 군기를 혼란시키는 ‘오군’이다. 고향 이야기를 하는 행위, 다시 말해 군대 밖에서 나온 불확실한 이야기를 부대 내에 전하거나 정해진 출입문 외의 장소로 진영을 출입하는 행위, 놀란 목소리로 고함쳐서 사람들을 흥분시키거나 의혹을 품게 하는 행위가 바로 오군이다.

이처럼 조선시대 군대도 현대 군대와 마찬가지로 명령 불복종, 장비 관리 부실 등을 군에서 반드시 금해야 할 행동으로 보고 엄하게 단속했다. 이 같은 군기 단속 내용을 소개하고 있는 무신수지는 정조 때의 무신인 이정집(1741~1782)과 그의 아들인 이적(?~1809)이 지은 책이다.

이정집은 당시 무신들이 병법을 체계적으로 익히지 않고, 단순히 글귀만 외워서 무과 시험을 통과하는 폐단을 막기 위해 여러 병서의 내용을 발췌해 군인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군인 입문서를 만들려 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책이 바로 무신수지다.

이정집은 책을 엮으면서 장재(將才) ·경권(經權) ·진법(陣法) 등의 3절로 나누고, 강령과 조목을 세워 보기에 편하도록 만들었으나 주해를 마치지 못하고 사망했고, 그의 아들 이적이 상세한 주해를 붙여 무신수지를 세상에 내놓았다.

무신수지라는 제목은 ‘군인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지식’이란 뜻이므로 이정집이 책을 쓴 의도가 책이름에도 잘 드러나 있다. 이 책에는 군인들이 갖춰야 할 재주, 정신자세, 사람을 쓰는 법, 군령 엄수, 행군요령, 적정 탐지방법, 성곽을 둘러싼 전투방법, 진법 등 전근대 병법체계에서 다루는 다양한 내용을 요약 소개하고 있다.

무신수지는 1809년 무렵 간행됐으며 조선시대 판본은 서울대학교 규장각과 고려대 도서관 등에서 소장하고 있다.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의 전신인 전사편찬위원회에서 1986년 한글 번역본을 간행한 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