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사회초년생이 서울 도심권 내 아파트를 산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게다가 아이가 있는 신혼부부라면 상황은 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수도권 지역으로 조금 눈을 돌려보면 서울 전셋값보다 싸고 좋은 주택을 찾을 수 있다.

◆전셋값 고공 행진 속 물건 찾기도 ‘하늘의 별 따기’

#서울 종로구에서 회사에 다니고 있는 직장인 김신혼 씨(34세)는 최근 고민이 많다. 결혼식을 3개월여 앞두고 신혼집을 알아보려 매주 발품을 팔고 있지만, 김 씨가 생각하고 있는 가격대의 전세매물은 ‘한양에서 김 서방 찾기’다.

최근 전셋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며 서민들의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따라서 큰돈이 없는 신혼부부나 사회초년생들은 월세나 반전세로 거주하거나, 부양가족이 없으면 허름한 고시원이나 원룸을 찾아 들어가고 있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써브에 따르면, 6월 마지막 주 시세 기준 서울 아파트(주상복합 포함) 총 118만5528가구 대상으로 평균 전세가를 조사한 결과 2012년 2억6840만원에서 2014년 현재 3억1269만원으로 4429만원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미선 부동산써브 선임연구원은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그동안 치솟았던 전셋값에 대한 피로감과 비수기로 전세가가 안정화되는 모습이지만 많은 사람이 매매가 하락에 대한 불안감으로 여전히 전세를 선호하고 있어 전세가 상승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 연구원은 “따라서 전세 재계약 등을 앞둔 세입자들은 추가 전세금 마련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돼 세입자들의 주거비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서울 중소형 전셋값으로 수도권 대형아파트 산다

전셋값 고공행진으로 인해 신혼부부들의 서울살이가 녹록지 않은 가운데 최근 서울 전셋값으로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는 서울 인근 수도권 아파트에 대한 문의가 늘고 있다. 서울과 가깝고 생활편의시설도 잘 갖춰진 수도권 내 새 아파트에 수요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

특히 지지부진했던 개발 사업들이 탄력을 받으면서 인천, 김포 등 수도권 서남부지역의 부동산 시장이 주목받고 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서울시 평균 전셋값(3.3㎡당 966만원)이면, 인천시(3.3㎡당 평균 매매가 709만원)에서는 대형아파트를 매매할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라가 인천 중구 영종하늘도시에서 분양 중인 ‘영종하늘도시 한라비발디’의 전용 101㎡ 평균 분양가는 3억1000만원 선으로 서울시 강서구 내발산동 우장산힐스테이트 전용 59㎡의 전셋값 3억1000만원과 가양동 강서한강자이 전용 84㎡의 전셋값 4억3000만원과 비슷하다.

인천 지역 외에도 김포, 시흥 등 서울 전셋값으로 분양받을 수 있는 단지들은 많다. 지난 3월 국토부가 김포골드라인(김포도시철도) 사업계획을 최종 승인한 이후 도시철도사업이 본격화되고 있는 김포지역은 공항철도 및 서울지하철 5·9호선 환승역인 김포공항역과 연결돼 향후 서울 접근성이 크게 향상될 전망이다.

대우건설과 동부건설은 경기 김포시 풍무2지구에 ‘김포풍무 푸르지오 센트레빌’를 분양 중이다. 이 아파트는 지하 2층~35층, 23개동 규모의 2712가구 대단지 아파트다. 전용면적은 59~111㎡로 구성된다. 주변에 김포골드라인(김포도시철도)의 풍무역이 신설될 예정이다. 3.3㎡당 분양가는 900만원대로 책정됐다.

대림산업은 김포한강신도시에 ‘김포한강신도시 자연앤 이편한세상’을 분양 중이다. 전용면적은 84㎡ 단일형으로 구성되며 총 1167가구 규모로 건립된다. 김포도시철도 구례역(가칭)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다. 3.3㎡당 분양가는 820만원대다.

경기도 시흥시에 위치한 배곧신도시는 최근 서울대 시흥캠퍼스와 서울대학병원 등을 유치하면서 교육·의료특화 자족도시로 개발될 예정이다. 배곧신도시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는 저렴한 분양가로 기존 분양단지들의 평균 분양가가 3.3㎡당 850만원 선이다.

한라는 시흥 배곧신도시에 오는 10월 1차로 ‘배곧신도시 한라비발디’ 분양을 앞두고 있다. 이 아파트는 배곧신도시의 핵심개발사업으로 진행되는 서울대 시흥캠퍼스가 들어서는 특별계획구역 내에 입지해 있다.

◆내 집 마련 꿈꾸는 당신, 이왕이면 금융혜택 받자

최근 분양시장 내 금융혜택을 부여하는 단지들이 늘고 있다. 중도금에 대한 이자와 계약금 혜택, 발코니 확장비 지원 등 다양한 금융혜택으로 내 집 마련의 문턱을 낮추고 있는 것.

과거 금융지원은 미분양 물량을 소진하기 위한 일종의 ‘최후의 보루’와 같았지만, 최근에는 부동산 시장의 화두가 ’실속’으로 바뀌면서 신규 분양시장에서도 금융혜택을 제공하는 단지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실제 이러한 금융혜택은 수요자들의 가격부담을 얼마나 낮춰줄 수 있을까? 대한주택보증에 따르면 5월 말 기준 서울의 민간아파트 평균 분양가격은 3.3㎡당 1994만원 선이다. 해당 분양가를 기준으로 공급면적 105㎡(전용 약 84㎡) 아파트를 분양받을 때 대출금리를 연 4%로 가정해보면 중도금 60%에 대한 이자가 약 1725만원으로 계산된다. 즉, 중도금 전액을 무이자로 대출받으면 1725만원가량의 이자비용이 절약되는 셈이다(단, 중도금 1차 납부일부터 잔금 시점까지가 21개월인 경우).

업계 관계자는 “집 한 채를 장만하기 위해서는 억 단위의 큰돈이 필요하기 때문에 실수요자들의 경우 내 집 마련에 대한 부담이 만만치 않다”며 “따라서 입주까지의 가격 부담을 낮출 수 있도록 중도금이나 계약금을 치를 때 금융혜택을 제공하는 단지들의 선호도가 높게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목돈‧세금부담 적은 ‘분양전환 임대아파트’ 뜬다

#결혼하고 6년째 전세로 거주 중인 이전세 씨(36세). 집값 전망이 불투명해 그동안은  집 살 생각이없었지만 잦은 이사로 인해 정착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그렇다고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매하기에는 훗날 대출금 상환 부담도 만만치 않다.

최근 분양전환 임대아파트가 무주택자들의 내 집 마련 ‘징검다리’ 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분양전환 임대아파트는 세입자가 5~10년간 임대로 살다가 훗날 시장 상황을 봐가면서 구매를 결정할 수 있는 주택이다. 이 씨처럼 모아둔 목돈이 적거나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자녀를 둔 예비 학부모의 경우 장기간(10년) 거주할 수 있어 주거생활이 안정적이며, 말 그대로 분양전환이기 때문에 임대로 살다가 마음에 들면 구입도 가능하다.

소비자들이 분양전환 임대아파트를 선호하는 이유는 목돈 부담은 물론 세금 부담이 적기 때문이다. 임차보증금의 경우 대개 주변 시세보다 낮다. 임대료 인상률 역시 연 5% 이내로 제한하고 있어 임대료 인상에 대한 부담도 적다. 특히 최근 민간에서 공급하는 분양전환 임대아파트는 임차인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매월 내야 하는 임대료 없이 임차보증금만 내고 거주할 수 있는 전세형으로 공급하는 추세다.

임대로 거주할 때는 취·등록세는 물론 재산세, 종합부동산세와 같은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LH에서 주도적으로 공급했던 분양전환 임대아파트가 최근에는 민간 건설사들로 확대되면서 평면이나 마감재 등이 일반분양 아파트 못지않게 개선됐다”며, “주택 매매에 부담을 느끼는 수요자들이 늘면서 주거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매김해가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