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생상품'하면 독자분들은 어떤 생각이 떠오르시나요?

무시무시한 금융투기세력이 사용하는 무기, 피도 눈물도 없는 머니게임의 현장.

각종 매스컴에서 전해진 파생상품의 이미지는 대개 이러할 것입니다.

실제로 파생상품은 2008년 금융위기의 주범이기도 했고,  가치투자로 유명한 워렌 버핏은 '대량살상무기'라고 표현하기까지 했으니까요.

 

그러나 파생상품의 탄생은 이러한 투기적인 목적을 위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파생상품은 바로 '헤지(hedge)'를 위해 탄생한 것이었습니다.

헤지란 무엇일까요? hedge의 사전적 의미는 '울타리'입니다.

늑대로부터 양을 보호하기 위해 울타리를 설치하는 것처럼, 울타리는 무언가를 보호하는 역할을 합니다.

금융에서도 hedge는 자산을 가치하락이라는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럼 헤지는 어떤 방식으로 자산가치의 하락을 막을까요?

그 방법은 간단합니다. 바로 현재 포지션과 반대의 포지션을 파생상품에서 취하는 것입니다.

자산의 매입 포지션(long position)을 보유하고 있으면 매도 포지션(short position)을 취하고,

매도 포지션(short position)을 보유하고 있으면 매수 포지션(long position)을 취하는 겁니다.

(금융에서 매수는 'long', 매도는 'short'이라 합니다.)

 

그럼 보유자산을 팔아버리는 것과 뭐가 다르냐고 반문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보유자산의 가격이 떨어질 것을 염려해 당장 팔아버리는 것과, 파생상품으로 헤지하는 것.

대체 뭐가 다를까요?

 

현재 보유자산의 가격이 떨어질 것 같으니 당장 팔아버리면 포지션이 아예 없게 됩니다.

그런데 그 대신에 파생상품을 매도하면 '현물자산 매입포지션+파생상품 매도포지션'을 갖게 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그리고 보유자산의 가격이 하락하면 매입 포지션이므로 손실을 보지만, 파생상품에서는 매도 포지션이므로 이익을 보게 됩니다.

보유자산의 손실이 파생상품의 이익으로 상쇄되는 것입니다.

 

즉, 당장 보유자산을 처분하고 싶지는 않으나 가격하락이 염려되는 경우에는 파생상품에서 매도포지션을 취하여 간단하게 가격하락 위험을 막을 수 있습니다.

또한 파생상품, 그 중에서 선물은 유동성이 매우 높으므로 언제든 포지션을 정리할 수 있습니다.

더 이상 헤지를 원하지 않으면 바로 파생상품 포지션을 청산해버리면 됩니다.

 

간단한 예를 통하여 헤지를 정리해보겠습니다.

A펀드매니저는 100억원 가치의 주식을 운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앞으로 주식시장의 전망을 어둡게 보기 때문에, 주가 하락위험을 막고자 파생상품을 이용하려 합니다.

선물시장에서 KOSPI 200 선물지수는 현재 220이고, 거래승수는 50만원입니다.

(KOSPI 200은 시장을 대표하는 주식들로 구성된 주가지수입니다.)

A펀드매니저는 KOSPI 200 선물을 100계약 매도합니다.

한달 후, 예상대로 주가는 하락하여 주식 포트폴리오의 가치가 90억원으로 되었습니다. (10억원 손실)

그러나 KOSPI 200 선물지수가 하락하여 200으로 되었습니다.

선물에서는 100계약의 매도 포지션을 취했기 때문에 이익이 발생합니다.

선물에서 발생하는 이익의 규모는 다음과 같습니다.

[(220-200)times 500,000times 100=1,000,000,000]

따라서 선물에서 10억원이 이익이 발생하였고, 이것으로 현물에서 10억원의 손실을 메꿀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파생상품은 헤지로서의 기능이 보다 본질적인 존재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