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찬휘씨, 그가 말하는 인디의 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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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소개할 뮤지션은 홍대의 떠오르는 어쿠스틱 싱어송라이터 ‘그냥 찬휘씨’이다.

처음 약속장소인 ‘카페 언플러그드’에 들어선 모습에선 연예인 느낌이 물씬 풍기는, 그런 ‘멋진’ 남자였다.

이런 분과 직접 인터뷰를 하다니! 정말 영광스럽고 특별한 경험이었다.

 

하지만 그도 뮤지션인바, 예술가의 기품이 느껴짐 또한 무시할 수 없었다.

이름부터 뭔가 독특하지 않은가. ‘그냥 찬휘씨’라니.

언뜻 대충 지은듯한 이름 같지만, 이 이름에도 나름의 사연이 있다고 한다.

 

Q1. 안녕하세요. 그냥 찬휘씨, 이름이 굉장히 독특한데요.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요?

-“찬휘님, 찬휘형님, 찬휘오라버니‘ 이런 거 말구요. 편하게 그냥 찬휘씨라고 부르시라고 ”그냥 찬휘씨“입니다. 싱어-송라이터라는 타이틀이 머쓱해서 붙인 말이기도 해요. 그리고 제 소개를 따로 하자면 (웃음) 삶 속의 작은 지혜와 깨달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노래를 합니다. 가르치려 하기보단 더 많이 듣고 배우는 30대가 되고 싶습니다.

 

Q2. 인디음악을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빠돌이 출신입니다. 홍대씬 초창기인 97년 고딩 때부터 인디밴드들을 쫓아다녔습니다. 그러다 스물여섯 때였나.. 밴드 뷰렛 팬카페에서 만난 친구들과 뷰렛 커버밴드를 만들어서 처음 클럽무대에 서봤어요. 그 뒤 직장인밴드 같은 걸 이것저것 하다가 서른 넘어서 본격적으로 공연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냥 찬휘씨라는 이름은 작년부터 썼네요. 지금도 제가 노래하는 것 못지않게 다른 뮤지션의 라이브를 보는 즐거움이 큽니다. (공짜구요!)

 

Q3. 최근 공연과 소감은?

밴드 핑크퍼니에이드가 디딤홀에서 기획하는 ‘잔치를 열자’라는 시리즈 공연이 있었어요. 지난 3회 때 저를 초대해주어서 함께했죠. 4년 전부터 핑크퍼니에이드의 열렬한 팬이었는데 어느새 뮤지션 대 뮤지션으로 섭외를 받아서 감개무량했습니다. 마음에 품은 중요한 목표 하나를 이루었어요. 진심으로.

 

Q4. 개인적으로 가장 아끼는 본인의 노래와 그 이유는?

최근에 만든 <불완전변태>라는 곡을 밀고(!) 있습니다. 다행히 좋게 봐주시는 분들이 많구요. 예전엔 일단 주의를 끌기 위해 혹은 자기만족을 위해 웃기거나 자극적인 가사를 많이 썼다면, 지난 1년여는 반성, 이해, 용서, 소박한 행복 같은 주제로 고민을 많이 했어요. 더 어른다운 어른이 되고 싶달까.. <불완전변태>는 지금의 내 모습을 긍정하자는 노래입니다. 흔한 얘기지만 실천하긴 어렵죠. 노래와 연주에서도 욕심을 내지않고 담담하게 표현해보려 애썼어요.

 

Q5. 완전범죄라는 곡을 영상으로 본 적이 있습니다. 가사가 굉장히 재밌었어요.

착해보이는 외모와는 달리 파격적인(?) 가사를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이미 답은 나와 있네요. (웃음) 죄송하게도 <완전범죄>는 이제 셀프 금지곡입니다. 많은 분들이 재밌게 들어주셨고 저도 신나게 부르고 다닌 노래지만 크게 두 가지 문제가 있어요.

1. 엽기-개그 가수로 이미지가 굳어져 가고 있었다. 2. 혼자 연습을 할 때마다 사람을 죽여 파묻는 상상을 하니 스스로 괴로워졌다. 2시간짜리 공포영화를 만들기 위해 제작진은 몇 개월씩 몇 년씩 귀신놀음을 해야 하잖아요. 그게 싫어지더라구요. 이젠 노래하면서 카타르시스보다는 행복감을 얻고 싶달까요.

 

Q6. 홍대에 인디밴드가 몰리게 된 가장 결정적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90년대까진 홍대 앞 땅값이 쌌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젠 달리 갈 곳이 없기 때문이죠.

점점 홍대 바깥에서도 카페공연이나 버스킹이 활성화될 거라 생각합니다. 1~2인조 포크음악은 그런 면에서 자유롭죠. 상대적으로 풀밴드음악은 씬의 미래를 예측하기 어렵네요.

 

Q7. 롤 모델이 있다면?

이장혁. 90년대 락밴드를 하시다가 2000년대 들어서서는 포크음악으로 전향을 하셨죠. 기타와 목소리만으로도 무대를 꽉 채울 수 있고, 무대가 아닌 어디에서라도 노래를 부를 수 있고, 노래에 담을 수 있는 이야기엔 끝이 없다는 걸 알려준 뮤지션입니다.

 

Q8. 창작의 바탕이 되는 경험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다른 답이 없어요. 연애죠. 사랑노래가 아니더라도, 사람을 가장 성숙케 하는 건 학교도 종교도 아닌 연애라고 생각해요. 타인과 온몸으로 교감하고, 모든 게 부서질 듯 다투고, 그 과정에서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지고. 창작은 거기서 나오는 (좀 과장하자면) 부산물 같은 것일지도 모르죠.

 

Q9. 인디음악 입문자들 또는 이 글을 보는 독자들을 위해 노래 추천 부탁드립니다!

이장혁 - 봄

스카피시 - 성냥팔이 소녀

곽푸른하늘 - 곰팡이

이근중 - 이별

신현희와 김루트 - 캡송

 

... Off The Record

인터뷰 전에 미리 답변을 준비해 오시는 등 많은 정성을 들여주신 부분에 감동했고, 매 질문마다 진심어린 답변을 해주셔서 너무나 감사했다. 인간적으로 보았을 때 이름 그대로 ‘그냥’ 찬휘씨가 아닌, 많은 수식어가 붙을 수 있는 그런 사람이었다. ‘친절한’, ‘여유 넘치는’, ‘자신의 삶을 사는’, ‘간지나는’ 등등. 나는 인터뷰를 하면서 그의 인간적인 매력에 반했고, 그런 그가 하는 노래가 어떤 것일지 궁금해졌다.돌아오는 이번 주 일요일에 홍대 재머스에서 7시에 공연이 있다고 하는데, 관심이 있다면 꼭 가보기를 추천한다!

그는 인디음악이라는 것에 대해 굳이 특별히 정의를 내릴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냥 좋아서 하는 음악. 자기 자신만의 음악을 하는 것.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라고.

그렇다. 인디음악이란 그런 것이 아닐까. 특별하지 않은, 그냥 사람냄새가 물씬 풍기는, 그 사람의 진솔한 매력을 직접 느낄 수 있는 것. 그 래서 그 사람의 진면목을 음악으로서 확인할 수 있는 것.

원래는 락밴드를 좋아해 음악을 시작했다는 그가 어쿠스틱 싱어송라이터가 될 줄 누가 알았으랴. 음악은 인생과 너무나 닮아있음을 이번 기회를 통해 다시한번 느낄 수 있었다.[김성욱 드림플러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