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 실버배송원 임호근 씨70이 넘은 나이에도 끄떡없다. 일하면서 시간이 어떻게 가는 줄 모를 정도로 그저 재미있을 뿐이다. 쉴 새 없이 움직이니 저절로 건강해진다. 실버배송원 임호근 씨는 오늘도 아파트 사이사이를 누비며 종횡무진 한다.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건축업에 수십 년을 몸담은 뒤 지금은 택배 일을 하는 임호근(73) 씨. 그는 “60대 중반에 일을 그만두고 쉬는 2년 동안 하루하루가 무료했는데 택배 일을 하며 많이 움직이면서 생기와 삶의 의미를 되찾았다”고 말했다. 뭐니 뭐니 해도 일하면서 느끼는 재미의 속도는 LTE급이라고. 근무 시간은 하루 3~4시간. 이 시간을 훨씬 앞당기게 만든 것은 일자리를 만들어준 CJ대한통운의 ‘실버택배’ 프로젝트 덕분이었다. 이 회사는 실버택배 전문회사인 실버종합물류를 설립하고 시니어 인력을 배송원으로 채용하고 있다.이런 일자리 기회가 있다는 건 우연찮게 알게 됐다. 몇 년 전, 인천 남동구 구월동의 한 아파트로 이사 오면서 단지 내에 붙어 있는 실버배송원 채용 공고를 보고 지원하게 된 것이 계기였다. 임 씨는 CJ대한통운의 실버배송원으로 채용돼 6년째 근무하고 있다. 활동 지역은 자신이 사는 아파트 단지 안이다. 택배차량이 아파트 경로당이나 동사무소 등 실버택배 거점까지 운송물을 실어 나르면, 여기서부터 실버배송원들이 자전거나 스마트카트로 수신인에게 물품을 전해주는 방식이다.“제가 일하는 곳은 8900세대의 대단위 아파트 단지예요. 제 경우 오랫동안 건축업을 해서인지 택배 일을 시작할 때 별 어려움은 없었어요. 하지만 단지가 워낙 크니까 이 지역에서 함께 일하는 실버배송원 대부분이 처음엔 배송지 위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많이 어려워하더라고요.”그는 “이 일이 얼핏 보기에 쉬운 듯 보이지만 시니어들에겐 힘에 부칠 때가 많다”며 고충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의 이야기에 따르면, 택배 물량이 많을 때는 카트에 15kg이나 되는 물품을 싣고 날라야 한다. 체력이 뒷받침돼야 하는 업무 특성상 여성보다는 남성이 대부분인 이유다. 눈·비가 오면 택배차량이 늦게 오기도 해서 배송원들의 대기 시간이 종종 길어지기도 한다고.게다가 요즘엔 개인정보 보호를 목적으로 도입된 ‘안심번호 서비스’로 인해 택배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 애로를 겪는다고 한다. “물품 상자에 부착되는 수령정보란에 수신인의 실제 전화번호 대신 가상의 연락처가 기재돼요. 이 번호가 배정되는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해 배송사고가 나는 거예요. 택배 상자에 부착된 운송장에는 안심번호가 찍혀 있었는데 정작 수신인이 아닌 전혀 다른 사람의 전화로 연결되는 경우가 상당해요. 에휴.”하지만 때때로 힘들지 않은 일이 어디 있나. 그보다는 긍정의 효과가 더 크단다. 걷기 운동 덕분에 뱃살과 군살이 빠지고 건강도 좋아졌다. 당뇨, 고혈압, 우울증이 있던 다른 시니어들도 일하면서 증세가 많이 호전됐다고 한다. 오히려 자녀들이 건강을 위해 부모에게 이 일을 권하기도 한다나. 택배 배달을 가면 처음에는 어색해하던 젊은 고객들도 이제는 반갑게 맞이하고 음료수도 대접하는 훈훈함은 덤이다.임 씨는 달력에 빨간색으로 표시된 날을 제외하고는 근무한다. 월수입은 50만~60만원 정도. 자식에게 손 벌리지 않고 스스로 돈을 벌어서 쓸 수 있으며 손주에게도 용돈을 줄 수 있어 만족한다고 했다. “70이 넘은 나이에도 할 일이 있다는 게 얼마나 좋아요. 함께 일하는 동료 중에는 80세가 넘은 분들도 꽤 있어요. 아침마다 출근할 수 있는 직장과 동료가 있다는 것이 정말 감사합니다. 건강이 받쳐준다면 언제까지나 할 생각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