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으로 노후설계

주택연금으로 꿈 설계

2007년 공직에서 은퇴한 66세 최종범 씨. 매달 공무원연금을 받지만 우연히 아내로부터 주택연금 얘기를 들은 뒤, 여유로운 생활을 위해 주택금융공사의 주택연금에 가입했다. 지난해 2월 서울 신길동에 있는 42평짜리 아파트를 담보로 한 달에 170만원씩 주택연금을 받고 있다. 일 년에 한두 번은 해외여행을 계획하고 최근에는 덮어뒀던 영어 책을 다시 꺼냈다. 그는 요즘 노후 걱정 없이 편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코노믹리뷰 이미화 기자
‘그동안 먹고살기 바빠 노후를 챙길 여력이 없었지… 우리 세대가 거의 다 그렇지 않았겠나. 평생을 일했는데 은퇴한 이후만큼은 아내와 일 년에 한두 번 해외여행도 하면서 여유롭게 살고 싶다.’

38년간 공무원으로 일하다 2007년 정년퇴직한 최종범 씨(66세)는 현역 시절 노후준비를 충분히 하지 못한 데 대한 걱정이 앞섰다. 매달 290여만원의 공무원연금을 받지만 그럭저럭 먹고사는 데 어려움이 없다는 것이 능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서울 생활비로도 다소 빠듯한데 여가를 즐기기엔 턱없이 부족한 듯 느껴졌다. 아파트 한 채가 재산의 전부였던 그에게 노후준비는 먼 나라 이야기였다.

그렇다고 이제 와 결혼해 가정을 꾸려 독립한 자식들에게 도움을 받는 것도 내키지 않았다. “아내와 함께 단둘이 살기에는 집이 약간 큰 것 같아서 작은 집으로 옮기고 그 나머지 자금을 수익으로 활용할 방법이 없을까 고민했어요. 그런데 부동산 경기가 안 좋고 최근엔 매매도 어렵고 해서 뜻대로 되지 않았죠. 그런데 어느 날, 아내가 TV 뉴스에서 접한 주택연금에 대해 얘기하더라고요.”

내 집에 그대로 살면서 연금 생활을 하고, 설계도 내 맘대로 할 수 있다고? 그는 솔깃했다. 곧바로 주택연금 상품을 운영하고 있는 주택금융공사를 찾아갔다.

 

주택연금으로 설계한 ‘노후 포트폴리오’

ⓒ이코노믹리뷰 이미화 기자
‘주택연금(역모기지론)은 살고 있는 집을 담보로 맡기는 대신 노후에 필요한 생활자금을 매달 연금처럼 받는 상품으로 은퇴를 앞둔 사람들 중에 전체 자산의 80% 이상이 집에 몰려 있는 사람들에게 추천할 만하다. 장점은 매달 연금처럼 일정 금액을 받으면서 그 집에 살 수 있다는 것과 생활 패턴에 따라 자유로운 연금 설계가 가능하다는 것.’

매우 매력적인 상품이라고 생각한 최 씨는 상담을 받고는 지난해 2월,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에 위치한 5억1000만원가량의 42평짜리 아파트를 이용해 주택연금에 가입했다. 연금지급 유형으로는 물가상승을 감안해 처음에 많이 받다가 매년 3%씩 연금 액수를 적게 받는 ‘정률 감소형’을 택했다.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연금을 많이 받아 좀 더 활동적인 노후를 보낼 생각에서였다. 주택연금에 가입한 후 상황은 달라졌다. 주택연금을 통해 최 씨는 매달 170만원씩 연금을 받게 된 것이다. 노후생활 포트폴리오도 그가 원하던 방향으로 설계가 가능해졌다.

“공무원연금으로 아내가 생활비 설계를 하고, 저는 주택연금을 활용해 여행 설계를 맡아 하고 있어요. 미국이나 유럽 여행은 한 번 가려면 경비가 1000만원 정도는 들더라고요. 주택연금 170만원 가운데 100만원은 매달 꼬박꼬박 적금으로 붓고 있죠.”

그는 올 추석 전에 아내와 중국 북경에 다녀올 계획이다. 미국 동부 여행은 아마도 내년 5월쯤엔 가능할 것 같다며 밝게 웃어 보였다. 주택연금에 가입하고 나니 생활은 여유로워졌고 친구들은 부러워한단다. 노부부가 생활하기엔 부족함이 없으며, 여윳돈으로 손주들을 위해서 뭔가를 할 수 있다는 점도 뿌듯하다고.

최 씨는 “내 집에 그대로 살면서 연금을 받게 돼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마음도 편한 데다, 등산으로 꾸준히 건강을 챙겨서일까. 무척 건강해 보였다.

 

유산 상속보다 ‘은퇴 후 행복’

요즘 자기 집을 가진 노년층 4명 중 1명은 ‘자녀에게 집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주택금융공사가 최근 만 60~86세 노년층 주택보유자 2600명을 대상으로 한 실시한‘주택연금 수요 실태조사’에 따르면 주택 상속 의사가 없다고 대답한 노년층 비율은 지난 2008년 12.7%에서 올해 25.7%로 5년 만에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최 씨 역시 “앞으로 15~20년은 더 살 텐데 그때 가서 자식한테 집을 물려주는 게 큰 의미가 있겠느냐”며 이 같은 주택상속에 대한 인식 변화와 궤를 같이했다. “집을 물려준다고 하면 20년, 늦으면 30년 이렇게 되는데 그럼 아들도 나이 60이 넘어버리잖아요. 주택연금으로 손주들을 위해서 무엇인가를 할 수 있고 나도 건강할 때 그동안 못했던 해외여행도 하고요. 우리 부부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 자식들을 도와주는 게 아니겠어요?”

노후 걱정 없이 편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그는 퇴직한 동료들이나 지인들에게도 주택연금 가입을 적극 권유한다. “100세 시대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어요. 은퇴 후에 사는 기간이 길어진 만큼 노후소득이 매우 중요하죠. 자식에게 기대지 않고 당당하고 행복하게 노후를 맞으려면 주택연금 등을 통해 스스로 노후자금을 마련하고 대비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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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범 씨의 노후생활비 만들기

최종범 씨는 부부의 여유 있는 노후생활비로 월 400여만원을 생각했다. 290여만원의 공무원연금 외 모자라는 노후생활비는 보유 주택을 연금재원으로 활용해 메웠다. 자신의 노후생활 패턴을 고려해 5억1000만원 정도 나가는 아파트를 주택금융공사의 주택연금(정부보증 역모기지)에 정률감소형(초기에 많이 받고 월지급금이 매년 3%씩 감소되는 방식)으로 가입, 매달 170만원을 연금으로 받고 있다. 그 밖에 다른 개인연금을 준비한 것은 없으며 교통상해보험과 암보험만 들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