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바친 직장서 인생 2막도 열었습니다”

서창엽 씨는 30년 ‘포스코맨 생활’을 마무리하고 정년퇴직 후, 포스코 인도네시아 일관제철소 건설현장의 ‘코크스공장 건설’ 팀에 재취업해 근무하고 있다. 모든 두려움과 걱정을 뒤로하고 예순한 살, 낯선 곳에서 인생 2막을 연 지 4개월여. 적도의 뜨거운 태양 아래 그는 하루하루 의욕 넘치는 새로운 날들을 보내며 일하는 기쁨과 보람을 만끽하고 있다.

 

가고 싶다. 한 번쯤.

나이 50 후반을 훌쩍 넘은 언제쯤이었다. ‘제2의 인생’을 위한 전기가 찾아왔다. 인도네시아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였다. 희미한 희망이 작은 불씨가 됐다. 불씨는 점점 가슴을 데웠다. 늘그막에 생뚱맞게 웬 인도네시아냐…. 그러나 늘어나는 흰머리도 불씨를 꺼뜨리지는 못했다. 세월이라는 바람은 오히려 불씨를 점점 타오르게 했다.

가고 싶다. 더 늙기 전에.

시간이 흐르던 어느 날, 결국 불덩이가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말았다. 인도네시아, 인도네시아…. 책과 인터넷을 마구 뒤지기 시작했다. 낯선 영역에 대한 호기심 반, 두려움 반. 누군가에게는 먹고살기 위한 터전. 누군가는 기회를 얻기 위해, 또 전하기 위해 지나야 했던 무대.

서창엽(61세) 씨는 가슴속으로 인도네시아를 걷고 있었다. 30년 ‘포스코맨 생활’을 마무리하고 정년퇴직 후, 이곳에서 인생 2막을 시작하고 싶었던 그는 매일 저녁이면 상상 여행을 했다. 흙냄새 가득한 대지. 이국적인 풍경, 그리고 사람의 땀 냄새. 어디 정취에만 취해 있을쏘냐. 수도 없이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해봤다. 비행기를 타고 인도네시아 찔레곤시에 도착한다. 숙소에서 첫날 밤을 지내고 다음 날은 현지 적응에 돌입한다. 낮에는 제철소 건설현장을 둘러보고 밤에는….

짜릿한 상상. 몇 개월간의 상상 여행만으로도 몸이 달아올랐다. 더는 미룰 수 없었다! 2013년 4월, 서 씨는 마침내 인도네시아 땅에 발을 디뎠다. 포스코의 인도네시아 일관제철소 건설현장에서 일하기 위해서였다. 그의 나이 61세. 동반자는 달랑 짐 꾸러미 하나였다. 청춘을 바쳤던 직장에서 제2의 청춘을 되찾게 된 셈이다.

 

예순 한 살, 해외근무에 도전하다

“꿈을 찾아 왔습니다. 개인적으로 해외에서 근무해보고 싶었던 꿈입니다. 또 제가 가진 경험과 기술을 보태 제가 평생 일한 직장 포스코의 인도네시아 일관제철소를 성공적으로 건설하고픈 포부도 있었고요.” 서 씨의 의욕은 충만했다. 그런 꿈을 이루기 위해 땀 흘린 시간이 벌써 넉 달여다. 연일 30도가 넘는 무더위, 말도 전혀 통하지 않는 인도네시아행을 결심했을 땐 솔직히 걱정도 됐다.

아내가 말렸다. 적지 않은 나이에, 가족과 함께도 아니고 혼자라니. 친구와 지인들에게도 조언을 구해봤지만 대다수가 고생만 할 거라며 가지 말라고 반대했다. 서 씨는 원래 퇴직하면 포항 근교에서 밭농사를 지으며 소박하게 살아갈 요량이었다. 그의 운명을 바꾼 건 회사 부장님의 제안이었다.

“우리 회사가 인도네시아에 일관제철소를 짓는데 그곳에서 근무해보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포스코가 진행해오고 있는 재취업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숙련된 기술과 경험을 보유한 퇴직자들을 적극적으로 다시 채용하는 것. 이보다 더 좋은 기회는 없다고 생각했다.

“제 나이가 올해 예순 하나예요. 예전 같았으면 환갑잔치를 해야 하는 나이죠. 하지만 요즘은 우스갯소리로 나이 예순은 경로당에도 못 간다고 하잖아요. 그렇다고 60대를 위한 마땅한 일자리가 많은 것도 아니고요. 이렇게 해외에서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도전이라는 단어는 참 매력적이에요. ‘내가 아직 무언가에 도전할 수 있는 힘이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왠지 젊어지는 기분이랄까요.”

해외 근무의 꿈을 이제라도 실현할 수 있게 됐는데 그까짓 고생이 무슨 문제가 되겠는가. 서 씨는 인도네시아행에 대한 결심을 굳히고 아내 설득에 나섰다. 이 나이에 불러주는 곳이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며, 일할 수 있을 때 하는 게 좋다고 호소했다. 결국 아내도 그의 진심을 이해하고 승낙했다.

 

전문직 얻고 새 인생은 활기차고

인도네시아의 일관제철소 크라카타우포스코는 포스코와 인도네시아 국영 철강사인 크라카타우스틸이 합작해 건설 중인 동남아 최초의 일관제철소다. 2009년 10월 착공에 들어갔는데 연간 300만 톤 규모의 1단계 공사를 오는 12월 말까지 완료할 예정이다. 서 씨는 이 건설현장의 코크스공장 건설팀에 있다. 특히 코크스공장의 핵심설비인 ‘코크스오븐파트’에서 기술 지원 컨설턴트 업무를 담당한다.

그는 정년퇴직하고 재입사하기 전, 포스코 포항제철소 코크스공장에서 30년간 근무했다. 코크스는 용광로에서 철광석을 녹이기 위한 연탄 같은 열원으로, 석탄을 코크 오븐이라는 기계에 넣어 만드는 거라고 그는 설명했다. 마치 제빵사처럼 양질의 코크스가 만들어지도록 석탄을 잘 굽는 게 그가 담당한 업무였다. “퇴직 전과 지금의 업무가 서로 연장선상에 있어 업무를 수행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어요. 다만 인도네시아어가 아직 익숙하지 않아 현지인들과 일할 때면 언어에 손짓, 발짓을 더해가며 소통하고 있죠.”

그는 타지에서 혼자 생활하면서 그동안 못해봤던 일,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경험들을 하고 있단다. 처음엔 가족과 떨어져 있으려니까 외로움이 밀려왔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아내를 매일 보지 못하니 늘 보고 싶고, 그래서 연애하던 시절의 기분이 난다고. “반찬이나 찌개를 만들기 위해 아내에게 전화로 조언을 구할 때면 아내에 대한 사랑도 다시 확인할 수 있죠. 매일 고민하며 남편에게 정성껏 밥을 지어준 아내의 사랑을 이제야 느끼게 된 겁니다. 기숙사에서 아침저녁으로 마주하는 동료들도 새삼 아내의 고마움을 느낀다고 하더라고요. 아내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더니 이제 철들었다며 웃네요. 하하.”

몸은 바쁘지만 하루하루가 새롭고 의욕이 넘친다는 서 씨. 만약 인도네시아에 오지 않았다면 이렇게 활기차게 일하고 새 인생을 열 수 있었을까 반추해본다. “맨주먹 하나로 입사한 저에게 포스코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인 것 같아요. 지난 30년 동안 다양한 기술과 경험을 쌓을 수 있게 해줬고, 이제는 인생 2막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일터까지 마련해줬으니 말이죠. 포스코 재취업은 퇴직자의 새로운 인생을 위한 감사의 배려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믿고 일할 수 있는 든든한 회사가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있어요.”

그는 “60대에 접어들도록 포스코에서 근무하며 배운 것이 하나 있다”며 “바로 실패를 두려워하면 결코 성공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늘도 적도의 뜨거운 태양 아래 하루하루 의욕 넘치는 새로운 날들을 보내며 일하는 기쁨과 보람을 만끽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