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나이 56세. 회장직 8년차. 며느리에서 그룹 경영권을 거머쥔 경영자는 그가 유일하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얘기다.

현 회장은 지난 18일 경기도 하남을 찾았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과 정몽헌 회장의 묘소를 찾기 위해서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이번 현대건설 인수로 경영자로서의 위상이 한층 더 높아질 전망이다.

“현대차그룹과 앞으로 잘 지낼 것이며, 정몽구 회장을 존경하고 집안의 정통성은 그분에게 있다.” 혹자는 이를 승자의 여유로 받아들일지 모르겠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속내를 들여다보면 자신을 향해 한 말이다. 남편의 빈자리를 메운 안방마님이 아닌 전문경영인으로 다시 태어나겠다는 다짐이다.

겉으론 유하게 보이지만 무모해보일 정도로 저돌적인 추진력은 그만의 장점. 현대그룹 사훈의 핵심 내용은 ‘강인한 추진력’이다. 정주영 명예회장은 추진력 하나로 국내 최고 경영인의 대열에 오르기도 했다.

안방마님에서 그룹 회장에 올라 5년 동안 보인 그의 노력은 결실로 이어졌다. 현대그룹의 2007년 매출은 9조5260억 원으로 현 회장의 취임 당시인 2003년 5조4446억 원과 비교하면 4조814억 원이 늘어났다. 2007년 영업이익도 6772억 원을 기록, 2003년에 비해 2배나 신장됐다.

특히 그룹의 2007년 순이익은 5683억 원으로 취임 당시 2654억 원 적자를 완전히 뒤집었고, 부채 비율을 대폭 감소시키며 경영권 안정을 이뤄냈다. 이후에도 꾸준히 경영 실적은 향상됐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가격도 가격이었지만 최고경영자의 강력한 의지와 그동안 보였던 경영 능력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말했다.

현대그룹은 현대건설 인수로 신성장 동력과 경영권 안정이란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았다. 현대건설 인수로 자산 규모 약 22조3000억 원, 매출 21조4000억 원의 재계순위 14위(2009년 기준, 공기업 제외) 그룹으로 도약하게 된다. 특히 경영권 방어 문제도 깔끔하게 정리됐다.

그러나 현 회장이 경영인으로서 우뚝 서기 위해선 아직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총 인수자금 5조5000억 원 중 3조원 이상이 외부에서 조달되는 만큼 유동성 위기를 잘 넘겨야 한다.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승자의 저주는 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 그는 또 “충분한 자금 조달 능력을 갖췄고, 채권단의 검증도 거쳤다”고 강조했다. 안방마님에서 현대그룹 회장으로, 현대그룹 회장에서 대표 전문경영인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는 현 회장. 현대건설의 본 계약까지 외부의 부정적 시선을 얼마나 잠재울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세형 기자 fax123@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