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자에게 SNS 홍보법 알려주다 새 직업 창출

정은상(60세) 씨는 40대 중반에 퇴직한 후, 흥미 있는 일을 찾아 배우게 된 지식과 경험이 새 직업으로 연결된 케이스다. 혼자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배우다가 주변 사람들에게 이걸 이용해 홍보하는 법을 알려주던 것이 계기가 됐다. 그는 2년 전, SNS로 다양한 홍보를 할 수 있도록 돕는 맥아더스쿨을 세우고 5060세대를 위한 본격적인 ‘소셜 비즈 코치 멘토링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코노믹리뷰 이미화 기자
우연이었을까, 필연이었을까. 어쨌든 흥미 있는 일을 찾아 배우던 게 발단이었다. 그는 회사를 그만둔 뒤 혼자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배우다가 한두 명에게 이걸 이용해 홍보하는 법을 알려줬다. 주 대상층은 예비 퇴직자 또는 퇴직자.

상당수 직장인들이 은퇴하면 당장 뭘 해야 할지 당황해하는 모습을 보며 은퇴 이후 삶을 미리 준비하지 못한 자신의 모습이 오버랩됐다. 오장육부 저 깊은 곳에서 살짝 고개를 쳐드는 게 있었다. 애틋함이었고 이들에게 작게나마 도움을 주고 싶은 연민이었다. 진심 어린 그의 ‘멘토링’은 점점 입소문을 탔다.

정 씨는 크게 호응하고 고마워하는 중장년층의 메시지를 받고서 그들을 돕는 데서 오는 가시지 않는 희열을 느끼며 생각했다. ‘내가 SNS를 이용한 홍보 노하우를 코칭(coaching)하고, 그 덕분에 은퇴자들이 집중하고 기뻐하는 분위기를 계속 만들어 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러면 정말 신나겠다.’

직장생활 20년, 마흔 여섯 나이에 퇴직하고 인생의 전환점을 마련한 시기. 시간이 갈수록 그는 누구나 즐거워하는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이 일’을 하며 평생을 살아도 좋겠다는 확신이 섰다.

SNS…인생을 바꾸다

“국내에 애플의 ‘아이폰3’가 출시됐을 무렵이에요. 저 스마트폰으로 분명 엄청난 것들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도저히 뭘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더라고요.”

일단 ‘사고 보자’는 생각에 두려움 반, 설렘 반으로 아이폰3를 구입한 그에게 아들내미는 이렇게 말했다. “아버지가 그걸 (아이폰) 뭐 하려고 사셨어요?” 그 말은 정 씨의 가슴에 비수가 돼 꽂혔다. 갑자기 오기가 생겼다. ‘그래, 이 아버지가 뭔가를 보여주겠어.’ 평소 SNS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던 터라 그는 페이스북과 트위터 사용, 동영상 및 홈페이지 제작 등 SNS와 관련된 각종 강좌는 죄다 찾아다니며 듣고 배웠다.

배워서 주변 사람들에게도 가르쳐줬다. 그렇게 하니 체득과 응용이 더 빨랐다. 2년쯤 지나자 그는 스마트폰과 SNS를 자유자재로 능숙하게 다룰 줄 아는 ‘전문가’가 됐다.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주변인, 특히 퇴직을 앞두고 있거나 이미 퇴직한 이들에게 일대일 코칭을 해왔는데 이 일을 좀 더 전문적으로 해보면 어떨까 싶었다.

그는 2011년, SNS를 통해 다양한 홍보를 할 수 있도록 돕는 ‘맥아더스쿨’을 세웠다. 콘셉트는 ‘5060세대를 위한 소셜 비즈 코치 멘토링 프로젝트’로 정했다. “좀 생소하죠? 이런 콘셉트의 학교는 아마 없을 거예요. 1인 기업이자 1인 창직의 개념이라 할 수 있죠.” 학교 이름도 예사롭지 않다.

“6·25전쟁 때 인천상륙작전을 지휘한 맥아더 장군의 나이가 70세였어요. 그에 비하면 50~60대는 새파랗게 젊은 나이죠. 100세 시대를 앞둔 요즘은 더더욱 그렇고요. 이 땅의 모든 5060세대가 용기를 갖고 제2의 인생을 새롭게 출발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의미로 학교명을 지었어요.” 맥아더스쿨을 설립하는 데 별다른 비용은 들지 않았다. 오랜 기간 축적된 그의 SNS 지식과 코칭 기술이 기반이 됐다.

ⓒ이코노믹리뷰 이미화 기자

시니어 소셜 비즈 코치 양성

맥아더스쿨은 5060세대를 위한 소셜 비즈니스 코치 양성기관이다. 중견 및 중소기업, 소상공인, 1인 기업, 시니어 창업, 학원, 갤러리, 음식점, 제과점 등 다양한 분야의 시니어 소셜 홍보 전문 코치를 길러내는 것이다.

신청자를 받아 지역별로 3~7명 단위의 반을 편성, 주 1회 이상 오프라인 모임을 통해 코칭 대상에게 일대일 멘토링을 진행한다. 코칭 프로그램은 이론보다는 철저한 실습 위주로 진행된다. 멘토가 멘티와 함께 현장을 다니며 어떻게 잠재 고객을 만나 대화하는지, 어떻게 비즈니스 모델을 준비하고 설득해 고객의 요구사항을 효율적으로 반영하는지를 직접 보여주는 식이다.

정 씨는 “제2의 인생을 스스로 개척하도록 시니어들에게 용기와 자신감을 불어넣는 것이 이 과정이 추구하는 핵심 가치”라고 강조했다. 교육 기간은 6개월이며 초기 3개월은 필수과정에 해당된다. 이 기간에 멘티의 출석률이 80% 이상이면 과정 수료증을 주고, 비즈니스 코칭 실적이 10회 이상 되면 소셜비즈코치 자격증을 부여하고 있다.

교육비는 3개월에 20만원이다. 무료로 할까도 생각했지만 공짜 교육이 배움의 열정과 가치를 퇴색시킬 수 있다고 생각해 교육비를 받기로 했다. 다만 부담되지 않으면서도 돈이 아까워 거르지 않고 수업을 받으러 올 수밖에 없는 수준으로 비용을 책정했단다. 현재 80여 명이 맥아더스쿨을 통해 SNS 홍보 방식을 배웠으며 점점 사업이 확장되고 있다. 개인 코칭뿐 아니라 기업 및 단체와 연계해 프로젝트별 마케팅을 대행하는 일도 한다.

또 다른 40년을 꿈꾼다

ⓒ이코노믹리뷰 이미화 기자
그의 수입은 얼마나 될까. 그는 “애초부터 돈을 많이 벌려는 목적이 아니었다. 진심으로 남을 돕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됐다”며 정확한 수입은 밝히지 않았다.

“제가 코칭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소개하고 또 거기서 비즈니스를 의뢰하는 사람을 알게 되고… 계속 가지를 뻗어 나가는 형태이기 때문에 시간이 흐를수록 인적 네트워크가 탄탄하게 구축되죠. 이것이 수익으로 연결이 되는 거라고 보면 돼요.”

일대일 코칭이 일주일 평균 3~5회. 이 외에도 비즈니스 관계자 등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하루를 보낸다는 정 씨. 피곤할 법도 한데 “진정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삶이 정말 행복하다”며 활짝 웃어 보였다. “만약 그때 회사를 그만두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생각만 해도 아찔해요. 지금의 저는 없었을 테니까요.”

정 씨는 “은퇴 후 1년간은 욕심 부리지 말고 다양한 분야를 공부하면서 경험을 통해 자신이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찾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서 그는 “가령 직장에서 30년 경력을 쌓은 토목 분야 전문가라고 해서 퇴직 후에도 꼭 토목 일만 고집하지 말라”며 “자신감을 갖고 다른 영역에 도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주변의 것을 제대로 활용만 해도 얼마든지 좋아하는 일, 새로운 일을 잘할 수 있다”고 했다.

그의 바람은 맥아더스쿨을 통해 5060세대가 기존의 나약한 모습에서 벗어나 제2의 직업을 찾고 남은 인생을 당당하게 살아가는 세대라는 사회적 인식을 심어주는 것.

“행복은 나비와 같아요. 잡으려고 하면 날아가 버리지만 뭔가에 열중하고 있을 때 나비는 내 어깨 위에 살포시 앉는답니다. 자신이 정말 즐길 수 있는 일에 집중한다면 행복은 어느 새 곁에 와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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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성공노트

자본금

1인 기업 및 1인 창직의 개념으로 맥아더스쿨을 설립하는 데 별다른 비용은 들지 않음. 글쓰기와 SNS 홍보 등의 일은 집에서 하고 강의나 일대일 코칭은 외부 강의실 및 카페 등에서 할 수 있으므로 사무실이 따로 필요 없음. 맥아더스쿨 홈페이지도 자체 제작.

준비기간 및 과정

은퇴 후 욕심 부리지 않고 흥미 있는 분야를 공부하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찾아냄. 오랜 기간 배우면서 축적된 SNS 지식과 경험, 코칭 기술을 기반으로 전문가로 거듭남.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주변인, 특히 퇴직을 앞두고 있거나 이미 퇴직한 이들에게 일대일 코칭을 지속적으로 해왔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새로운 직업으로 연결될 수 있었음.

성공 노하우

‘5060세대를 위한 소셜 비즈 코치 멘토링 프로젝트’라는 차별화된 콘셉트로 틈새시장 공략. 맥아더스쿨에서 SNS 홍보 방식을 배운 이들을 통해 계속 가지를 뻗어나가는 형태이기 때문에 시간이 흐를수록 인적 네트워크가 탄탄하게 구축·확장돼 이것이 수익으로 연결되는 구조. 개인 코칭뿐 아니라 기업 및 단체와 연계해 프로젝트별 마케팅을 대행하며 사업을 확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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