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인생, 양말로 국민 발 건강 책임지겠습니다”개그맨 데뷔 이후 영화 제작, 속옷 사업까지 승승장구하던 정이래(51) 씨. 하지만 IMF 외환위기로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모든 걸 잃고 빚더미에 앉았다. 공사판을 전전하며 어렵게 생계를 유지하다가 마흔 다섯의 나이에 남들과 다른 기능성 양말 사업으로 재기, 본격적인 인생 2막을 살고 있다. 현재 항균과 탈취, 전자파 방지 등 각종 기능성 양말을 군에 납품하고 있으며  최근엔 여군 양말까지 출시하는 등 그의 양말 사업은 날로 번창해 가는 중이다.

ⓒ이코노믹리뷰 박지현 기자
“개그맨 정이래입니다. 제가 3년 4개월간 연구해서 기능성 음이온 J7 양말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신는 순간, 발 냄새를 억제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양말을 착용한 지) 15~30일이면 무좀, 발톱무좀, 여성의 발 각질이 잡히기 시작합니다. 개그맨 김정렬 씨도 이 양말로 46년 만에 자신의 발 냄새를 잡았다며 고마움의 표시로 J7 양말 홍보이사 일을 무료로 해준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정중히 거절했습니다. 선배라서 부담스럽기 때문이 아니라 사실은 인기가 없어서 거절했습니다. 이 글을 읽는 손님께서는 휴대전화에 J7의 번호를 입력하셨다가 시간 날 때 전화 주세요. J7 양말을 바로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물론 입금 확인 후입니다.”

지난 9일 정오 무렵 경기도 의정부시 의정부2동의 ‘J7(제이세븐)’이라는 양말회사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내부엔 이런 문구가 걸려 있었다. 누가 개그맨 아니랄까 봐, 이 짧은 메시지에도 유머가 녹아 있다. 눈치 챘겠지만 정이래(51) 씨는 잘나가던 개그맨에서 마흔 다섯의 나이에 양말 사업가로 인생행로를 바꿨다.

J7은 그가 세운 기능성 음이온 양말 회사. 양말도 그냥 양말이 아니다. 발 냄새를 억제시켜주는 기능성 양말에 승부를 걸었다. 정 씨의 갑작스런 ‘변심’이 궁금하기도 했거니와 최근 여군 양말을 출시했다는 소식을 듣고서 그를 만나기로 작정했다. 하지만 지금의 자리까지 오는 과정이 그리 만만치 않았다는데… 정 씨는 양말보따리와 함께 제2의 인생을 살게 된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냈다.

발 건강에 초점 맞춘 기능성 양말로 승부

25살이 되던 1987년, 정 씨는 방송국 개그콘테스트에서 동상을 받으며 개그맨으로 데뷔했다. 얼굴이 알려지면서 돈도 벌고 인기도 얻었다. 콩트 작가로 시작해 개그맨이 된 그는 기획력과 아이디어가 좋아 간판 프로그램에서 활약하며 승승장구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TV 화면에서 그의 모습이 사라졌다. “주 무대에서 밀려나 야간 업소 무대를 뛰는 선배들을 보면서 문득 말년에 내 개그맨 인생도 저렇게 끝나면 어떡하나 싶더라고요. 이쯤에서 크게 사업을 해보자고 결심했죠.”

1990년대 초반 정 씨는 속옷 사업, 영화 제작 등에 참여해 경제적으로 풍족하게 지낼 만큼 성공했다. 하지만 1997년 IMF 외환위기로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빚더미에 올랐고 모든 걸 잃었다. 좋은 차를 타고 통 크게 돈을 쓰던 그는 하루아침에 단돈 몇천 원으로 근근이 버티는 밑바닥 현실로 내몰렸다. 길가의 컨테이너 박스에서 먹고 자고 공사판을 전전하며 막노동을 했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의 기획력과 아이디어를 높이 산 친구가 동업을 제안했다. 남들과 차별화된 사업 아이템으로 뭐가 있을까 고민을 거듭한 끝에 생각한 것이 기능성 양말. 일반 양말로는 승산이 없을 것 같아 기능성에 주목했다.

“제가 군 생활을 하던 시절, 무좀과 발 냄새로 고생하던 장병들이 떠올랐어요. 그때만 해도 웰빙 바람이 한창 불 때였는데 건강, 그러니까 발 건강에 초점을 맞추면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봤죠. 비싸도 소비자가 찾을 거라고 믿었어요.” 국내 기능성 제품 시장점유율도 1~2%밖에 안 되던 상황이었으므로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갈 절호의 기회였다.

ⓒ이코노믹리뷰 박지현 기자

영업전략은 ‘발품’…“신겨보고 입소문 나게 하라”

기능성 양말에 문외한이었던 정 씨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저명한 음이온 연구원을 매주 찾아가 연구하기를 수차례, 3년여 만에 냄새 억제에 효과 있는 양말을 개발했다. 이 양말은 한국원적외선 응용평가연구원에서 항균(99.9%)과 탈취(92%) 효과를 공인받았다. 당시 발 냄새를 잡아준다는 양말이 아예 없었던 건 아니었다. 땀 배출을 돕는 화학성분의 실을 주로 사용하는 다른 제품과 달리 그는 자연에서 채취한 음이온을 양말에 접목, 건강에 이롭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정 씨는 2007년 지인에게 중고 컴퓨터 한 대와 월세 50만원짜리 사무실을 빌려 기능성 음이온 양말 회사 ‘J7(제이세븐)’을 열었다. 사정상 친구와의 동업이 아닌 자신만의 회사를 차렸다. 상호명은 자신의 이름을 모티브로 해서 지었다. J는 ‘Jung(정)’의 알파벳 이니셜에서 따왔다. 7은 ‘이래’라는 이름이 일곱째 날을 뜻하는 ‘이레’와 비슷하다는 데 착안했다.

회사를 오픈하긴 했지만 일은 생각대로 풀리지 않았다. 주문 한 건 없이 공치는 날도 많았다. 홍보가 전무했으니 그럴 만도 했다. 알지도 못하는 브랜드에 누가 선뜻 투자할 리도 만무했다.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하는 격이었다. 사업 자금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그는 양말 샘플을 만들어 직접 영업에 나섰다. 발 냄새로 고생하는 직업군을 찾아 양말을 신어보게 했다. 제품에 자신이 있었기에 무조건 신겨서 입소문 나게 하는 전략을 택했다. 그래서 무조건 발로 뛰었다.

주문이 들어오면 소량으로 제작해 판매하고 제품 배달도 손수 했다. 바쁜 와중에 직접 배달하는 이유는 영업을 하기 위해서다. 일일이 사람들을 만나 자신의 양말을 깨알같이 홍보하고 소개하는 것이다. 직원을 둔 적도 있었으나 지금은 모든 일을 혼자 한다. “우연한 기회에 의정부시청의 직원 산악회 모임 회원들에게 J7 양말 500~600켤레를 판매하게 됐어요. 포장도 안 된 ‘날 제품’으로 말이죠. 본격적인 사업은 그때 수입으로 들어온 300만원을 가지고 시작하게 됐습니다.”

사업 초기에는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았다. 정 씨는 영화 일을 하는 친구가 맡긴 재촬영 작업을 하면서 번 600만원으로 양말을 만들어서 팔았다. 또 이홍렬, 김정렬, 배영만, 김학도 등 개그맨 선후배들과 작가, PD 등 지인들이 양말을 1인당 30만원어치씩 구입해줬다. “그때 수중에 들어온 돈이 대략 800만원 정도였을 거예요. 주변의 도움이 없었다면 제가 다시 일어설 수도, 양말 사업이 자리 잡지도 못했을 거예요. 정말 고맙게 생각합니다.”

항균·탈취 양말 군납에 이어 여군 양말까지 출시

ⓒ이코노믹리뷰 박지현 기자
정 씨는 쇼핑몰 솔루션을 이용해 인터넷 홈페이지도 구축했다. 그가 직접 개발하고 디자인한 기능성 양말을 온라인으로 판매한다. 콘셉트로 일곱 가지를 내세웠다.

발 냄새를 억제하고 무좀을 없애주며 습진을 잡아준다는 것. 또 각질을 제거할뿐 아니라 발톱무좀을 막아주고 원활한 혈액순환으로 하지정맥을 잡아주면서 건강한 발을 유지시켜준다는 것.

J7의 기능성 양말 생산 공정은 대략 이렇다. 그가 양말 제작에 쓰일 실을 구매해 하청 공장에 공급하면 편직이 이뤄진다. 짜인 양말은 음이온 물질을 결합시키는 과정을 거쳐 가공소로 보내지고 완제품으로 포장돼 나온다.

제품군은 기능성 군용 양말·안전 양말·신사 양말·숙녀 양말·스포츠 양말(등산, 골프, 축구, 마라톤) 등 다양하다. 가격대는 3000~9000원대. 고객층은 남성과 여성이 반반이라고.

J7의 기능성 양말은 온라인 판매가 전체의 30%를 차지한다. 대형 인터넷쇼핑몰에 입점할 만큼 자리를 잡았다. 기업의 주문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 LA 등 해외에서도 관심을 보여 샘플을 보낸 데도 여러 곳. 그가 직접 발로 뛰며 땀을 흘린 결과요, 직접 효과를 본 고객들의 입소문 덕이다. “제가 개발한 양말은 ‘마약’ 같아서 한 번 신어본 고객은 꼭 다시 찾습니다. 직접 신어보면 제 말이 이해가 될 거예요.”

정 씨는 2010년 해외 파병부대인 동명부대에 양말 500켤레를 공급한 것을 시작으로 항균과 탈취, 전자파 방지 등 각종 기능성 양말을 군에 납품하고 있다. 최근엔 여군 양말까지 출시했다. “여군 양말이라고요? 그런 양말이 있다는 얘기는 처음 듣는데요.” 생소한 제품 이야기에 기자가 되물었다. 정 씨에 따르면 여군이 추가로 지급받는 물품으로는 하이힐, 생리대, 선크림, 스타킹 등이 있지만 남군 기본 품목인 양말은 없다. 여군 수가 적어 ‘군용’을 만드는 것보다 시중 제품을 사다 쓰는 게 더 저렴해 지급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는 장병들에게 자살 예방 교육을 하다가 여군들의 애환을 듣고 여군 양말 개발에 착수했다. “여군의 경우 발이 작은데 남군이 신는 큰 양말이나 등산 양말을 신고 훈련을 받다 보니 전투화와 발이 따로 놀아 다치는 경우가 많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여군 양말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더군요.” 훈련 때마다 등산 양말이나 남성 군용 양말을 신지만 ‘전용’이 아니기 때문에 오는 불편함을 해결해야 했다.

정 씨가 내놓은 여군 양말의 특징은 여군 맞춤형 설계로 훈련 시에도 전투화와 발이 따로 노는 일이 없다는 점이다. 발 냄새와 무좀, 각질 등을 막아주는 음이온 성분도 담았다. 시제품을 모 군단 여군에게 신겨봤더니 호평이 이어졌다고 했다. 전국 군장 유통의 80%를 담당하는 ‘태성사’와 납품계약을 맺는 성과도 올렸다.

그의 목표는 여군 양말을 전군에 보급하는 것, 나아가 자신이 개발한 항균·탈취 기능성 군용양말을 전군에 신기는 것이다. “발이 얼마나 중요한데요. 꼭 맞는 양말을 신어 다치지 않아야 전투력도 생기죠. 보이는 데만 신경 쓸 게 아니라 안 보이는 곳도 신경을 썼으면 좋겠어요."

직접 개발한 양말로 발 건강 전도사 되고파

그가 기능성 양말 사업을 하겠다고 나섰을 때, “안 될 것 같은 일에 왜 또 뛰어드냐”며 우려 섞인 시선으로 보는 이들이 많았다. 그러나 제품에 자신 있으면 시간이 해결해 줄 거라고 그는 믿었다. 화려한 시절을 보냈기에 더 크게 다가온 시련. 힘든 시간을 이겨내고 8년 후, 정 씨는 보란 듯이 재기에 성공했다.

양말 사업 첫해 매출은 밥을 굶지 않을 정도였다. 지금은 연평균 매출 5억~6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속된 말로 부지런히 발품을 팔아 ‘밑밥’을 뿌려 놓은 데가 많으므로 운 좋으면 올해 매출은 50억원도 넘을 수 있을 거란다. “희망과 고통, 꿈과 미래, 그 모든 것은 살아있어 느낄 수 있는 거잖아요. 바닥까지 가보니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어떤 일이든 포기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있어요.”

인생 2막에서도 그의 도전은 멈추지 않는다. 본래 강원도 화천이 고향인 정 씨는 23년 차 의정부 시민으로서 자신의 양말 브랜드로 제2의 고향인 의정부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 중이다. 더불어 ‘건강은 발에서부터 시작한다’는 것을 널리 알리면서 대한민국 국민은 물론 세계인의 발 건강을 책임지겠다는 야무진 꿈까지 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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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성공노트

자본금

사업 자금이 거의 없어 지인에게 중고 컴퓨터 한 대와 월세 50만원짜리 작은 사무실을 빌려 회사를 차림. 우선 양말 샘플만 만들어 직접 영업에 나섬. 이렇게 하면서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양말을 생산해 판매하고 그 수입을 사업 자금으로 사용함.

준비기간 및 과정

양말에 문외한이었으므로 음이온 연구원 등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기능성 양말을 개발하고, 전문기관에서 그 효과를 공인받음. 사무실을 마련하고 쇼핑몰 솔루션을 이용해 인터넷 홈페이지도 구축, 직접 개발하고 디자인한 기능성 양말의 온라인 판매 시스템을 갖춤.

성공 노하우

일반 양말로는 승산이 없을 것 같아 기능성에 주목함. 발 냄새와 무좀, 각질 등을 막아주는 음이온 성분을 이용한 기능성 양말을 개발함. 땀 배출을 돕는 화학성분의 실을 주로 사용하는 다른 제품과 달리 자연에서 채취한 음이온을 양말에 접목, 건강에 이롭다는 점을 부각시킴. 발 냄새로 고생하는 직업군을 찾아 양말을 신어보게 하고, 무조건 신겨서 입소문 나게 하는 전략을 구사함. 항균과 탈취, 전자파 방지 등 각종 기능성 양말을 군에 납품하고 여군 양말까지 출시하는 등 타깃 고객에 따라 제품을 개발한 것이 주효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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