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 셋째 주, 올 한해 50+ 취재를 담당했던 기자들이 방담(放談)을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50+는 대다수 직장인들의 은퇴 시기인 50대에 새롭게 인생 2막을 개척하는 '백발청년'들을 다각적으로 조명하려는 의도에서 기획됐다. 50대를 넘어 60, 70대에 새로운 일거리를 찾아 도전하고 좌절하고 이를 극복하는 과정을 현장 취재를 통해 생생히 전달함으로써 50대 이상 고령자들의 고민과 삶의 애환을 공유하고자 했다. 지난 1년간 현장을 누빈 기자들이 자신이 겪은 경험담을 막전막후(幕前幕後) 형식으로 재미있게 풀어냈다.

전희진: 50+인터뷰이(interviewee)를 보면 기존에 갖고 있던 직업과 전혀 다른 분야에서 인생 2막을 여는 분들이 대다수였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막연히 마음속에 그리던 꿈을 인생 2막에서 실현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그 자체로 가슴뛰는 일이다. 나이와 무관하게 당당하고 보람차게 새로운 인생을 사는 분들을 보며 정말 멋지다는 생각을 여러번 했다. 나이 들수록 소심해진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이들이 용기를 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더불어 내 인생 2막도 진지하게 고민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원영: 50+단행본을 정리하면서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던 분이 있었다. 왕호떡 대표 김민영씨다. 밀가루 안에 들어가는 재료를 차별화 하면서 단돈 500원도 카드결제를 해줬다고 한다. 이 인터뷰 내용을 보고 ‘내가 왕년에 사장까지 했는데 어떻게 호떡 장사를 해?’라는 생각으로 창업을 망설였던 사람들이 감동을 받고 희망을 얻게 됐다는 얘기를 전해듣고 다시한번 왕호떡 사장님이 떠올랐다. 사람들에게 업종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새로운 용기를 주었다는 점에서 50+의 훌륭한 모델로 삼을만한 분이다. 블루베리 생산-판매와 같은 새로운 업종을 알릴 수 있다는 점도 매우 유익했다. 이는 제2의 인생을 준비하는 분들에게 새로운 분야에 대해 힌트를 주는 것과 같다고 본다.
전희진: 귀농을 생각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그러나 실제로 귀농한 사람들에 따르면 살 터만 갖는 게 다가 아니란다.

특히 현지 마을사람들과의 친화력을 쌓는데 실패하면 귀농을 통해 성공하기란 하늘의 별따기처럼 힘들다고 한다. 강화나들길 이사 김신형씨 같은 경우, 그 점 때문에 마을 한 복판에 살 집을 짓고 현지 주민들과 동화되려고 무진 노력했다고 하더라. 외지에 가서 정착하려면 친화력쌓기에 특히 신경써야 한다는 것이 김씨의 조언이었다. 카누 제작자 장목순씨도 특이한 케이스다. 아무 연고도 없는 강원도에 인생을 같이 할 동창 5명과 훌쩍 들어가 새 마을을 만들어가는 얘기는 그 자체로도 소설처럼 흥미롭다. 이런 경우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정보는 귀촌, 귀농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유용한 팁이 됐을 것이다.

성병찬: 독자 입장에서 50+를 읽으며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인생 2막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비전을 제시해 줄 수 있는 사람을 인터뷰 한다면 풀빵 장사를 하든 거리의 악사가 되든 누구든 간에 ‘나도 뭘 준비해야겠구나’라는 방향을 제시해 줘 매우 유익하다고 생각한다.

박영주: 얼마전 처음으로 50+ 취재를 했다. 그 사람의 살아온 인생을 위주로 인터뷰 했는데 기획 취지를 살렸는지 다소 아쉬웠다. 50+ 기획물은 개인의 살아온 궤적을 중심으로 인물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제2의 인생을 어떻게 개척하고 살아가는지, 과연 어떤 시행착오를 거쳤는지 등을 두루 다루는 코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결국 인생의 1막에서 기본적으로 삶의 여유를 가졌던 분들이 대부분 2막에서 자신의 꿈을 펼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최원영: 인생 2막을 보다보면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보니 일정부분의 투자금액이 필요하다. 때문에 가진 자들 만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이라는 인상을 주는 경우도 적지 않다. 주변을 보면 창업보다 퇴직 후 다시 재취업을 위해 노력하는 분들도 많이 보게 된다. 사업자금이 있는 특정인들 외에 일반적인 샐러리맨들의 퇴직 후 이야기도 다뤄야 하지 않을까 하는 고민도 있다.

전희진: 이는 일반적인 사람들 가운데 퇴직 후 인생 2막을 제대로 잘 해나가는 사람들이 드물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인터뷰 대상을 찾다보면 경비원 아니면 창업자가 대부분이다. 그러다보니 소재의 다양화에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다. 다양한 도전에 성공한 사람을 다루려니 이것 또한 어려움이 적지 않다. 카누 전도사 장목순씨처럼 여러 분야에 도전해서 성공한 사람을 인터뷰해야 하는데 그런 분을 찾아내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

또 하나 아쉬운 점이 있다. 아무리 찾아도 여성의 사례가 없다. 사실 베이비붐 시대는 여자들이 일할 수 있는 시기가 아니었다. 사례가 많지 않고 남자 이야기에 편중된 것은 정황상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여성들의 50대 이후도 조명해보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한상오: 사람들이 나이 오십이면 이미 새로운 창업이나 인생 2막을 개척하기는 늦었다고 말한다. 젊었을 때부터 연금 부으려고 사는 것도 아닌데 20대, 30대가 당장 뭘 할지도 모르면서 노후를 준비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고 있는 듯해 안타깝기도 하다. 50세 이전인 1막에서도 제대로 못하면서 2막을 준비한다니 쉽지 않은 일인 것만은 확실하다. 실은 40대, 50대가 찬란한 나이인데 제대로 준비를 못하는 딜레마가 있으니 이를 극복하기 위한 묘안을 짜내야할 것 같다.

성병찬: 각 세대별로 어떻게 은퇴를 준비할지 끄집어내서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독자들 만을 위한 30대, 40대에 준비하면 좋은 것 등 중요한 부분을 콕 찝어서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바람도 있다.

박영주: 50+ 인터뷰이에 대한 검증이 이루어졌는가 하는 점도 짚어볼 문제다. 이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이 말한 것과 얼마나 일치하는가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울러 인터뷰이의 절친을 소개 받아 ‘내가 본 000은?’과 같은 상자기사로 함께 담아낸다면 다양한 포맷의 변화와 볼거리뿐 아니라 검증장치 역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김은경: 맞다. 현장에 나가보니 1주일 단위로 섭외해야 하니까 검증이 안 되는 부분이 적지 않더라. 그 사람의 인생에 대해 짧은 시간 안에 묻고 이해해야 하는 일도 버거운 일이다. 서로가 지치는 일일 수도 있다. 사전 취재를 많이 해서 되도록 정확하게 짚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또한 구체적인 사업 노하우나 돈벌이 수준 등 경제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춰 질문하면 대다수가 대답하기 싫어하며 모호하게 응답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현재 뭘 잘하고 있는지 과거에 뭘 했는지 등의 구도로 이야기를 엮어 나갈 수 밖에 없는 것도 이때문일 것이다. 독자 타깃을 제대로 설정해 경제쪽으로 풀어나간다면 사전 취재에 더욱 많은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최근 봉사하는 사람 박병창씨를 인터뷰 하면서 개인적으로 이야기는 재미있게 들었지만 사실 매체 성격과 맞을까 하는 고민이 없지 않았다.

전희진: 동의한다. 경제적으로 접근해 섭외하면 상대가 제한될 수 있고, 꿈을 본다면 조금 다양해질 수 있겠다. 다만 그 사이에 괴리감이 존재한다. 소재 선정에 있어 돈 문제 같은 경우 대답을 듣지 못하면 알맹이가 빠진 격이어서 고민이 되기도 한다.

최재영: 소재의 고갈이라는 점에서 내년에는 50+를 다른 방향으로 틀어보는 것도 좋겠다. 그동안 기업의 임원 등 어느정도 여유있는 삶을 누린 분 가운데서 주로 대상자를 찾았는데 이것도 변화가 필요하다. 50이후에도 하루하루 치열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뒤안길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다.

한상오: 올해 가장 큰 화두가 ‘창직’(창업과 취직)이다. 세컨드 라이프를 어떻게 준비할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자는 취지인데 뭘 일궈놓고 즐기자가 아니라 50대 이후 새로운 창직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효정: 경제적으로 제2의 인생을 즐길 수 있는 여건이 있는 사람들 위주로 50+가 진행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1막에서 성공했던 사람이 여유롭게 2막에서 자신의 꿈을 펼쳐나가는 것이라면 공감보다는 오히려 위화감을 조성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내년에는 다양한 직군에 있는 사람이면서도 봉사보다는 적은 돈으로라도 창업을 해서 열심히 사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독자들의 공감을 끌어내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할 듯 싶다.

한상오: 치열하게 사는 사람도 많은데 어떻게 발굴해야 하는지가 관건이다. 우리가 시선을 낮출 필요가 있다. 꼬장꼬장한 교장선생님이 퇴직 후 학교 앞에서 술집을 하는 사례도 있다. 이게 현실이기도 하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교직에 있었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장사도 꽤 잘되는 걸로 알고 있지만 과연 이런 사람을 50+ 인터뷰 대상자로 삼을 수 있는가 하는 문제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물론 이런 분은 인터뷰해도 게재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 또한 현실이 아닌가(웃음). 어디에 가치를 두고 어떤 면으로 끌고 갈 것이냐가 중요한 과제다.

최원영: 동의한다. 그게 애매할 때가 있다. 해법을 찾는 것도 좀 더 고민해야 한다.
한상오: 65세면 퇴출해야 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바꿔나가야 하는 것도 50플러스 기획의 임무라고 생각한다. 평균 연령 90세를 바라보는 사회인데 55세에 은퇴시키면 나머지 35년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벌써부터 고민이다. 이제 실질적으로 노인문제도 구조적인 시스템 차원에서 다룰 필요가 있다. 그런 시스템을 우리 기자들이 고민하고 50+를 통해 가야할 정책적 방향을 제시하고 환기시키는 순기능을 해야 할 것이다.

정리=이효정 기자 hy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