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터진 미국 국가신용등급 강등과 프랑스까지 번진 유럽의 재정위기는 가히 전 세계를 ‘패닉’으로 몰아넣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일주일 새 강남 아파트 모두를 합한 금액이 주식시장에서 허공으로 사라졌다는 것만 봐도 그 파장이 얼마나 심각했는지 가늠해 볼 수 있습니다.

일본을 휩쓸었던 지진에 이은 쓰나마와 함께 쏟아져 들어온 외신 사진 중에 눈길을 끄는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폐허 속에서 건진 개인금고가 야적된 창고의 모습이었습니다.

일본은 전 세계에서 초고령화사회에 가장 먼저 진입한 국가 가운데 하나입니다. 일본 경제는 지난 1990년대 이른바 ‘잃어버린 10년’을 거치면서 유동성 공급을 통한 경제 활성화 정책을 펼친 결과 상당 기간 ‘제로금리’ 시대를 보냈고 현재도 경제 회복이 여의치 않자 이 같은 기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고도 성장기에 경제 활동 인구로 활약한 은퇴 노인들은 경제성장의 과실로 획득한 자산 가운데 상당 부분을 개인금고에 보관했던 것입니다. 금융기관을 이용해봐야 이자가 없기 때문에 번거로운 은행거래보다 개인금고가 더 나았다는 얘기죠. 죽을 때까지 자산을 가장 안전하게 보관하겠다는 일본식 방법인 셈입니다.

잃어버린 10년을 보낸 또 다른 나라 미국의 노인들은 일본 사람들 보다 더 불행한 노후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쌍둥이 적자로 불리는 재정적자와 무역적자 때문에 다우지수가 장기간 하락한 여파로 ‘유람선을 타고 전 세계를 일주하려던 계획’은 물거품이 되고 오히려 고용 안정성이 떨어지는 직장에서 힘든 일을 하면서 노후자금을 벌어서 써야만 했습니다.

증권시장 붕괴 때문이었습니다. ‘401k’라는 연금플랜을 믿었던 그들은 증시 폭락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연금을 수령했기 때문에 연금만으로 안락한 노후를 보내려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습니다.

지금 세계 경제 위기의 중심축인 유럽의 주요 국가들은 노인들에 대한 공적 부조를 포함한 높은 사회보장 비용 때문에 나라가 파산할 위기에 처했습니다. 이래저래 초고령화 사회 진입에 따른 후유증은 국가 뿐 아니라 국민들까지 어려움을 겪도록 만들었네요.

이런 얘기를 꺼내는 것은 노후자금은 정말로 안전한 곳에 돌다리를 두드리는 심정으로 골라 맡겨놔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어서 입니다. 부산저축은행에 돈을 맡기고 떼일 위기에 처한 분들의 인터뷰 화면을 보면 유독 노인분들이 많습니다. 워낙 금리가 낮다보니 한 푼이라는 이자를 더 주는 저축은행을 찾았고 그 때문에 낭패를 본 경우가 있다는 얘기죠.

금융자산 가운데 안전자산은 과연 무엇일까요. 자산 규모가 큰 부자들이라면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생각하겠지만 그렇지 않고 빠듯하게 노후자금을 준비한 경우라면 더더욱 안전자산에 투자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자가 낮더라도 정기예금에 투자하거나 혹은 국가가 발행한 장기국채에 투자하는 정도로 만족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자 때문에 회사채에 투자하는 경우가 있지만 이 또한 매우 위험한 투자법입니다. 경기가 나빠져 해당기업이 자금난이라도 겪게 되면 그야말로 휴지로 변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회사채에 투자를 한다고 하면 신용등급이 매우 높은 초우량기업이 발행한 채권에 투자해야 합니다. 주식과 이를 기초로 한 파생상품 등은 어떠한 경우에도 노후자금 투자 대상에서 제외해야 합니다.

조영훈 기자 dubbcho@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