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빨리~” 외국인들이 가장 먼저 배우는 한국말 중 하나다. 다들 뭐가 그렇게 바쁠까? 왜 그렇게 바쁘게 살아야 되는 걸까? 물론 엄마들도 바쁘겠지만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아빠들은 정말 바쁜 것 같다.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줄어들다 보니 가족으로부터 소외되는 가장도 많다고 한다. 회사 일로 출장 갔다가 며칠 만에 집에 갔더니 아기가 아빠를 못 알아보고 울더라는 웃지 못할 얘기도 있고 보면 가볍게 생각할 문제만은 아닌 것 같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돈이 어디에 필요하기에 이렇게 돈 돈 하게 되는 걸까. 이런 궁금증으로 시작한 연구의 결과가 ‘인생의 5대 자금’이라고 한다. 인생의 5대 자금이란 본인결혼자금, 주택자금, 자녀양육 /교육자금, 은퇴자금, 이벤트자금 이렇게 다섯 가지를 말한다.

인생의 5대 자금 중에서 결혼, 주택, 자녀, 이벤트자금은 한창 돈을 버는 동안 필요한 돈이지만 은퇴자금은 더 이상 돈을 벌 수 없는 상황에서 필요한 돈이기 때문에 가장 걱정되는 자금이라고 할 수 있다.

은퇴자금은 얼마나 있어야 되는 걸까. 재무설계사들은 ‘10억원이 필요하다’ 또는 그 이상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과연 10억원 이상을 모으는 것이 가능할까.

이자나 투자 수익의 도움 없이 내 돈만 모아서 10억을 만들려면 한 달에 100만 원씩 모은다 해도 1000개월 즉, 매월 83.3년이 걸린다. 현재 남성 평균수명이 82세인데 83년 동안 100만 원씩 모은다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그렇다면 희망은 없는 것일까?

인류의 발명 중에 가장 위대한 발명은 복리라고 천재 과학자 아인슈타인이 말했다고 한다. 복리의 원리를 이용해서 아인슈타인이 만들어낸 것이 바로 원자폭탄이다. 복리도 원자폭탄과 같은 위력을 갖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는 것이 복리이기 때문에 복리의 힘을 빌린다면 10억 원이라는 큰 돈을 만드는 것도 가능해진다.

아래 표는 연복리 5%와 8%를 적용했을 때 10억 원을 모으기 위해 매달 얼마만큼의 돈을 얼마 동안이나 저축해야 되는지 계산한 결과다.<표-참조>

기간이 길어질수록 매달 적립해야 되는 금액이 급격히 줄어드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이 복리의 힘이 다. 표에 나타난 대로라면 60세에 은퇴하기 위해서 50세부터 은퇴자금을 적립하기 시작한다면 한 달 에 575만~663만 원을 저축해야 되지만, 40세에는 182만~252만 원, 30세에는 74만~125만 원만 저축하면 된다는 얘기가 된다.

일반적인 월급쟁이가 한 달에 몇 백만 원씩 저축한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결국 은퇴준비를 쉽게 하기 위해서는 가능한 빨리 시작해서 가능한 긴 시간 동안 복리의 효과를 최대한 누려야 된다는 결론이 나온다. 따라서 은퇴준비는 지금 바로, 하루라도 빨리 시작하는 것이 좋다.

확장해서 생각하면 아주 어려서부터 또는 태어나자마자 바로 시작하는 것이 은퇴준비를 가장 쉽게 하는 방법이라는 얘기가 된다. 아이는 경제능력이 없으므로 부모가 아이 대신 매월 10만~20만 원 만이라도 저축한다면 아이가 은퇴자금을 준비하는데 큰 힘이 될 것이다. 아이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조기교육이 아니라 조기저축일 수 있다는 것이다.

며칠 뒤면 어린이날이다. 매년 어린이날 가장 많이 하는 선물은 게임기나 장난감일 것이다. 올해는 장난감 대신 은퇴자금 통장을 만들어 주면 어떨까? 당신의 은퇴자금 통장을 준비하면서 아이의 은퇴자금 통장도 같이 만들어보자. 이왕이면 평생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면 더 좋겠다. 나중에 아이가 커서 부모에게 정말 고마워 할 선물은 게임기와 은퇴자금 통장 중에서 어떤 것일까.

윤호영 하나HSBC생명 파이낸셜플래너
■ING생명을 거쳐 하나HSBC생명 BEST지점에서 근무 중이다. 보험·세무를 전문분야로 고액 자산가들을 대상으로 한 자산관리와 재무구조 개선 등을 다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