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장소 정해주면 전문가 팀 출장 서비스… 속 시원한 맞춤형 재무상담

증권사가 초우량고객(VVIP) 유치에 발 벗고 나섰다. 거액 자산가를 위한 서비스도 강화하는 추세다. 상품 개발은 기본이고 최근에는 맞춤형 서비스까지 내놨다. 출장 서비스도 마다하지 않는다. 단순한 출장이 아니라 전문가 팀을 꾸려서 고객에게 다가간다. 시간과 장소도 고객이 정한다. 상담 전에 고객이 원하는 내용을 듣고 전문가 팀을 꾸리는 것도 특색이다. 증권사들이 초우량고객과 거액 자산가를 유치하기 위해 마련한 다양한 서비스를 분석해봤다. <편집자 주>

정보통신(IT) 기업을 경영하는 A 대표. 기술에 파묻혀 살다보니 금융 부문의 정보가 취약했다. 경기 호황에 힘입어 매출이 늘면서 기업공개(IPO)도 고민해봤다. 하지만 정확한 정보를 어디서 파악해야 할지 난감한 상태였다. A 대표는 신한금융투자 초우량고객(VVIP)팀과 연락이 닿았다. 그는 IPO를 어떻게 해야 할지 상담했다. 전화상으로 이것저것 물어본 뒤 명쾌한 답을 얻기 위해 면담을 신청했다.

신한금융투자 초우량고객(VVIP)팀은 A 대표가 궁금해 하는 부분을 파악한 뒤 전문가 4명을 꾸렸다. A 대표가 정한 약속 시간과 장소로 전문가 4명을 파견해 자산 관리와 종합금융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날 시황 애널리스트, 주가연계증권(ELS) 전문가, 세무 전문가, 기업공개(IPO) 전문가가 참석했다. 상담은 이 기업의 대표 사무실에서 오후 3시부터 오후 7시30분까지 이어졌다.


시장 전망과 증권 상품은 신한금융투자 내 전문가들이 설명했다. 이어 세무 실무와 함께 기업공개(IPO)의 방법을 상담했다. 일반적인 세무 분야는 A 대표도 어느 정도 안다. 이를 감안해 세무 실무는 증여와 상속에 집중한 설명이었다. 이날 상담의 핵심은 IPO였다. 이 부분은 A 대표가 요구했던 사항이다. 거의 4시간30분에 걸쳐 진행된 릴레이 개인 특강이었지만 A 대표가 지루해하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A 대표는 자신만을 위한 이번 설명회로 금융상식을 넓히는 계기가 됐다. 또한 어떤 증권 상품을 골라야 하는지 알게 됐다. 이번 설명회에 만족한 A 대표는 신한금융투자에게 IPO 주관사를 맡기겠다고 약속했다.

길 잃은 뭉칫돈 찾아 어디든 출동

강남에 사는 자산가 C씨는 자수성가한 것으로 유명하다. 50대인 그는 은행권 상품보다 증권사 상품에 관심이 높다. 증권사 상품은 다양하다. 그래서 수익을 올릴 기회가 많다. 하지만 혼자서는 쉽지 않다. 상품 분석에 시간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신한금융투자 김상철 VVIP팀장은 “일반적으로 40대 중반에서 50대의 고객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며 “나이가 많은 고객들은 안전성을 선호해 은행으로 간다”고 말했다.

강북의 중심지에서 건물 임대업을 하는 D씨도 나이가 들면서 부동산 컨설팅을 원했다. 나이를 먹을수록 건물 관리가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D씨도 신한금융투자의 VVIP팀을 활용했다. D씨는 VVIP팀에 상담을 요청했다. 자신의 사무실에서다. VVIP팀은 D씨를 찾아가 기본적인 시장 전망과 금융상품 포트폴리오 구성, 건물 관리 방법을 설명했다.

동남아에서 사업체를 운영하면서 자산을 모은 B씨. 그는 부인과 며느리까지 동행해서 재무컨설팅 상담을 받았다. 보통 고객과 전문가의 1:1 상담이 이뤄지는데 이날은 고객 3명에 전문가 1명이 붙어서 설명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해외에 주로 있었던 B씨는 국내 부동산 관리 방법에 관심이 많았다. 자식에게 상속할 때 절세 방법으로 무엇이 있는지도 궁금했다. 이들을 위해 VVIP팀은 시황 애널리스트를 비롯해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총 출동해서 고객이 원하는 정보를 알려줬다.
서울 태평로 서울파이낸스센터 빌딩 20층의 삼성증권은 최근 ‘SNI서울파이낸스센터’의 문을 열었다. 삼성증권의 VVIP지점인 이곳은 예탁자산 30억 원 이상 초고액 자산가를 위한 전초 기지다. 지난해 강남에 2곳과 강북에 1곳에 이어 추가로 이곳을 개설함에 따라 ‘강북 부자’가 편리한 서비스를 받게 됐다.

자산가들 증여·상속 세무상식 원해

“자산가인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돌 선물로 공제한도인 1500만 원까지 증여했습니다.” “자녀가 태어나자마자 적립식펀드 등을 아이 앞으로 가입해 증여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증여가 평생에 걸쳐 이뤄져야 할 정도로 자산이 많다면 가능한 빨리 증여할수록 여러 번의 기회가 옵니다.”

초우량고객과 거액자산가를 대상으로 일선에서 조언해 주는 세무 상담의 일부다.
증권사 상담 중 초우량고객의 만족도가 높은 분야는 자산 관리(61%)다. 그 뒤는 세무 서비스(31%)와 부동산(5%)이다. 세무 상담은 상속과 증여를 비롯해 절세 관련 상담이 대부분이다. 더욱이 중소기업 대표는 가업 승계를 위한 증여 및 상속을 가장 어려워한다.

중소기업이 가업 승계를 위해 주식을 증여하거나 상속할 때, 아들이 창업을 위해 자금을 증여받을 때 세법에서 특례를 두고 있다. 이를테면 창업자금 특례는 30억 원을 한도로 10% 증여세를 내고 나중에 상속재산으로 합산해 정산한다.

세무 상담 전문가들은 “증여는 빠를수록 좋다”고 입을 모았다. 증여는 10년 단위로 합산돼 누진 적용되기 때문에 10년 단위로 나눠 증여 계획을 세우라고 조언했다. 알짜배기 자산을 골라서 증여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보유 자산 중 가장 좋은 자산을 우선 물려주는 게 유리하다.

삼성증권 세무 담당자는 “최소한의 증여세를 부담하더라도 자산을 효율적으로 이전할 수 있는 장기간의 증여 및 상속 플랜이 필요하다”며 “증여할 때 한 사람보다 여러 자식에게 나눠 주는 방법으로 높은 세율을 피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증권사, 감동주는 종합 패키지 서비스

이처럼 증권사들이 세무 상담을 자세하게 설명하는 이유는 고객에게 ‘감동’을 주기 위해서다. 신한금융투자는 금융상품과 세무, 부동산 등을 소개하는 종합적인 패키지 서비스를 제공한다. 삼성증권 투자컨설팅팀도 주식, 채권, 펀드 등 일반적인 투자 조언에 전체 자산을 어떻게 배분해서 운용해야 할지를 결정하는 종합자산관리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더불어 세무와 부동산 등 개인 맞춤형 자산관리 상담도 이뤄진다.

김경원 기자 kwkim@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