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이민 고려하는 사람 갈수록 늘어… 목적 분명해야 낭패 없다

새로운 환경에서 색다른 삶을 개척하려는 바람으로 해외에 눈길을 돌리는 이민자들이 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은퇴를 앞두고 있는 50대 남성들의 행보가 관심을 끈다. 부양가족과 함께 이민을 떠나는 경우가 많고 투자 목적의 이민 또한 증가하는 까닭에서다.

이러한 50대 이후 해외 이민족들은 대부분 이민에 따르는 경제적 비용을 감당할 여력이 있기에 ‘삶의 질’을 추구하는 경향이 높다. 물론 투자 효과도 간과할 수 없다. 소득 창출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자신을 포함한 가족의 미래가 장기적으로 보장되기 때문이다.


손자 교육 위해 노부부가 가기도

은퇴 직전이나 이후에 투자이민을 고려하는 사람들의 수요는 늘고 있다. 특히 작년 11월부터 한반도 전역에 고조된 남북 정세의 긴장감은 국내보다 국외로 거주 지역을 이전하는 이민자들을 급증시킨 바 있다.

이들의 이민 목적은 대체로 비슷하다. 그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이유는 자녀 교육이다. 외국 주재원이 돼 거처를 옮기는 경우도 있고 도피성 이주도 있다.

눈에 띄는 경우는 60대 이상 노부부의 이민이다. 이들의 맞벌이 자녀는 한국에 남아 일하고 손자들이 함께 이동하는 식이다. 즉, 조부모가 손자들을 데리고 이민을 떠나 교육을 시키는 풍토가 나타나고 있다.

이민 지역 결정시 고려하는 요소는 다양하다. 자녀 교육을 목적으로 이주하는 가족이 많은 연유로 학군이 가장 결정적인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최근 삼한사온이 사라지는 등 추운 날씨가 계속되자 기온을 고려해 따뜻한 지역으로의 이주를 선호하는 현상도 나타난다.

자연환경도 중요한 요인이다. 우리나라에서 볼 수 없는 천혜의 환경을 누리고자 하는 수요가 늘고 있는 것. 미국 LA, 캘리포니아, 캐나다 밴쿠버, 호주 브리즈번, 뉴질랜드 오클랜드 등이 대표적인 선호 지역이다.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골프장이 잘 갖추어진 나라를 선호하기도 한다. 정착을 위해 현지 사업체 구입, 법인 설립, 세금, 자동차 구입 등 관련 사항에 대한 다양한 문의가 이주 전문 회사에 쇄도하고 있다.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50대 이후에 안정적인 사업처를 확보하기 원하는 까닭에 동전 세탁소처럼 일정한 수입을 꾸준히 유지하는 업종을 택한다. 또 이미 국내에서 유명한 치킨 전문점, 수학 교육 업체 등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운영하기도 한다.

거주 유형도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현지에 주택을 매입하고 정착하는 경우가 있는가하면, 영주권만 취득하고 주택을 렌트해 한국을 빈번히 오가는 경우도 많다. 돋보이는 아이디어로 현지의 틈새시장을 공략해 사업을 번영시킨 사례도 눈에 띈다.

투자이민 전문그룹 국민이주㈜에 따르면 호주 멜버른으로 이주한 50대의 박모씨는 투자이민으로 대박을 터뜨렸다. 초등학교 졸업 학력으로 한국에서 미장업에 종사하다가 자수성가해 지역에 모텔을 두 채 운영하던 박씨는 멜버른 지역에 있는 주택 구조를 보고 사업 아이디어를 얻었다.

바닷바람이 강해 현지의 목조주택이 외풍에 취약한 점을 보고 콘크리트를 발라 외풍을 막는 시도를 한 것. 또 우리 문화인 온돌을 깔고 싱크대도 국내 브랜드 제품을 설치한 주택을 만들었다.

초기 투자 자금은 대출 받아 매입한 노후주택에 대한 20만 달러와 인테리어 포함 제반 비용 11만 달러로 총 31만 달러였으나 이러한 형태로 리모델링해 되팔아 받은 금액이 40만 달러였다. 10만 달러에 가까운 수익을 내는 리모델링 사업을 확대 운영하며 박씨는 거액을 모아 들였다.

이밖에도 호주에서 대부분 내다 버리는 양 내장과 곱창을 수거해 우리나라나 일본에 되팔아 연 250억~300억 원 정도의 매출을 거둔 한국인 사례도 있다. 미국에 없는 찜질방을 특히 날씨가 추운 뉴욕 동부지역에 설립해 하루 고객만 2500명을 유인하는 사업주의 성공 사례도 돋보인다.

한편 한국에서 모은 퇴직금을 별다른 사업 경력이나 충분한 정보 없이 사업비가 싸다고 투자해 국내보다 2배 높은 고정비로 깎아 먹는 경우도 있다. 해외 투자 전문 상담사들이 현지 회계사나 변호사에 대한 컨설팅 비용을 아끼지 말 것을 권고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안전성 고려 이민 지역 신중히 골라야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지역은 수년간 변함없이 미국으로 나타났다. 캐나다와 호주는 과거에 은퇴지로 많이 부각되다가 최근 이민법이 강화되며 투자이민의 문턱이 높아졌다.

특히 미국은 자녀 교육을 위해 이주하는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지역이다. 국립학교는 자녀가 고등학교 재학 시까지 학비 감면 혜택을 주며 영주권을 취득할 경우 주립대학에서 학비를 100% 보조해주기 때문이다. 양도세, 비과세 등 각종 세제 혜택과 의료보험 혜택도 받을 수 있다.

동남아 지역도 투자이민 지역으로 선호된 바 있다. 태국은 만 50세 이상에 노후 비자를 발급해 장기 체류를 원하는 이들에게 연금 수혜 등 혜택을 주고 있으나 정치 불안이 심해 기피되는 경향을 보인다.

필리핀은 영어를 사용하며 자녀 교육 시 튜터 고용비가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으나 치안이 불안하다는 단점이 있다. 또 말레이시아는 사회 인프라가 잘 발달되었을 뿐 아니라 정치와 치안 상태가 안정적이라 과거 동남아 국가 중 유망 투자이민 국가로 꼽힌 바 있다.

그러나 은퇴이민은 대부분 의료 서비스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이 부분에 취약한 동남아 국가는 갈수록 비인기지역으로 퇴화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선호 지역을 겨냥한 각종 투자이민 상품도 눈길을 끈다.

국민이주는 최근 미국 뉴욕 주 정부가 운영하는 브루클린 경기장 인프라 구축 사업 투자 프로젝트에서 한국인 대상으로 40명의 쿼터를 얻어내 투자자를 모집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뉴욕시 리저널센터(NYCRC)가 진행하는 것으로 1인당 50만 달러의 비용이 필요하다. 김지영 국민이주 사장은 “이 프로그램이 고용 창출이나 원금 상환 부분에서 안전하다”고 말했다.

미국투자이민 전문 법무법인 위너스도 NYCRC가 내놓은 맨해튼 BMB빌딩 재건축 투자이민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1인당 50만 달러에 전 세계적으로 150명의 투자이민자들을 모집한다. 남장근 담당 변호사는 “향후 1800명 이상의 고용 창출이 가능하며 5년 뒤 투자 원금을 안정적으로 상환하기 위한 채권과 담보 등 2중 안전장치를 마련한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해외 거주지역 선택 체크포인트 ‘톱 5’

해외이민 지역 선정 시 보통 우리나라 사람들은 지인들의 의견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자신에게 맞는 지역을 선정하려면 반드시 이민 목적과 선호도에 맞게 비교·평가를 내려야 한다. 이를 위해 고려할 점은 다음과 같다.

■거주 목적: 자녀 교육이 주된 목적이라면 언어 실력을 쌓을 수 있는 지역을 선정해야 하고, 가능하면 직접 가서 현장 분위기를 살피는 것도 중요하다.
■할 수 있는 일: 목적을 달성하면서 함께 할 수 있는 일도 찾아야 한다. 취업을 하고 싶다면 어떤 직업을, 언제, 어떤 업체에서, 얼마의 급여를 받으면서 할 것인지 점검해야 한다.
■필요한 기관들: 공립학교, 사립학교, 직업훈련학교, 외국인 직업 알선기관, 한인단체 등 꼭 필요한 기관이 어디에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주변에 필요한 사람: 언어나 문화를 배울 목적으로 특정 인종들이 많은 곳을 선택하는 실수를 범하는 경우가 많은데, 주변에 가족이나 친지 또는 한국인이 많은 곳인지 충분히 고려해 목적에 맞는 곳을 선택해야 한다.
■거주비용 감당 능력: 현지에 거주할 동안 지출할 수 있는 비용도 체크해야 할 필수 사항이다. 지역마다 거주 비용, 주택 임차료, 자동차 연료비, 식료품비 등이 다르기 때문이다. 또 비용을 정기적으로 한국에서 송금 받을 경우 환율 변동에도 항상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백가혜 기자 lita@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