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드러커와 헨리 키신저. 한 사람은 경영학 대가이고 또 한 사람은 외교 전문가다. 그런데 이들이 잘나갈 때 했던 한국에 대한 평가가 흥미롭다. 한국 경제의 미래, 한국인의 품성에 대한 평가였기 때문에 더욱 그런 것 같다. 시각에 따라서는 이들의 평가에 무척 섭섭한 마음도 금할 길이 없다.

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이들 두 사람의 평가가 새롭게 들리는 것은 최근 외신들의 한국 때리기에 금융, 외환시장이 요동친 경험을 했기 때문에 더욱 그런 생각이 드는 것 같다.

1952년이었다. 전쟁으로 인해 한국은 잿더미나 다름없는 상태였다. 그때 한국을 방문한 사람이 있었다. 피터 드러커가 바로 그다. 나중에 그는 “모든 경영이론은 드러커의 각주(脚註)에 불과하다”는 말을 들을 만큼 경영학의 대부로 통했지만 당시 그가 한국을 방문한 것은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고문 자격이었다.

한국을 방문한 그는 아주 비관적인 진단을 내렸다. 회복 가능성이 없는 국가라는 보고서를 본국에 제출했다.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앞으로 30~40년 동안 회복 불가능’이라는 단서를 붙인 것이다. 그러나 그의 진단은 빗나갔다. 한국은 10년 만에 치열했던 전쟁의 상흔을 극복했다.

지금 와서 보면 이 같은 급성장의 이면에는 피터 드러커의 힘이 적지 않았던 것 같다. 그는 한국의 미래를 그처럼 비관적으로 전망하면서도 한국을 도울 수 있는 길이 무엇인가를 생각했던 것 같다.

한국을 회복 불가능한 나라로 판단했던 피터 드러커의 얘기를 당시 한국인들이 들었더라면 무척 섭섭했을 것이다. 힘없어 넘어진 사람을 다시 짓밟는 것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미국으로 돌아간 후 정부에 건의를 했다.

미국 정부에 한국인을 위한 다양한 장학금 제도를 만들도록 한 것이다. 그의 이 같은 생각은 한국이 변화하는 산업사회에 성공적으로 적응하는 에너지가 됐다.

피터 드러커와 시각은 다르지만 얼핏 듣기에 한국인들에게 아주 섭섭한 말을 또 한 사람이 헨리 키신저다. 그는 2006년 백악관을 방문, 부시 대통령과 극비의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그런데 그 대화내용이 두고두고 마음에 걸린다.

이유는 한국인들을 럭비공에 비유했기 때문이다. 럭비공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헨리 키신저가 부시에게 한 말을 옮겨보면 이렇다.

“한국인은 럭비공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예측을 불허하는 국민성을 갖고 있다. 만약 미국이 한국을 통일시켜 주면 통일한국의 합의서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24시간 내에 반미운동의 바람이 불어 미군철수운동이 점화될 수 있고, 48시간 내에 중국과 동맹을 체결하자는 친중(親中) 무드가 조성될 수 있다.

과거의 은혜는 다 잊어버리고 한·미동맹 해체론이 등장할 것이다. 우선 통일된 한국 정부는 한반도 긴장완화를 핑계로 미국산 무기 구매력을 현저히 줄일 것이다. 또 미국산 쇠고기에서 더 값이 싼 중국산 돼지고기로 수입선을 다변화하려 할 것이다.

아무래도 한반도 통일은 미국에게 득보다는 실이 많을 것이다. 많은 미국의 외교관들이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한때 주한 미국대사관에 근무했던 한 선배가 이메일로 이런 편지를 보내왔다.)

1952년에 했던 피터 드러커의 예측이 빗나가 그동안 한국이 경제강국의 성공신화를 만들었듯이 헨리 키신저의 이런 비판도 잘못된 판단이 되기를 바란다. 글로벌 경제위기로 물거품이 될지도 모를 경제강국의 불씨를 다시 살리는 해법이 거기에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경제신문·이코노믹 리뷰 회장 (president@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