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의 작은 나라 두바이 전체 인구는 약 150만이다. 그렇다면 두바이의 자국민 수는 얼마나 될까. 공식 통계에 따르면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인구 450만명 가운데 85%가 외국인이다. 내·외국인 비율이 다른 토후국과 비슷하다면 두바이의 자국민 수는 약 22만5000명이어야 한다.
영국 학자가 최근 발간한 책에 따르면 두바이 자국민은 이보다 훨씬 적은 8만명(5.6%)이다. 두바이의 순혈주의가 아랍에미리트의 다른 토후국들보다 훨씬 강하다는 뜻이다.

인구 불균형은 정치 안정의 기반
과거 진주조개 채집 시절이나 19세기 자유방임주의를 도입할 당시 이미 두바이는 많은 외국인의 보금자리였다.
1960년대 두바이에서 석유가 발견된 뒤 석유 붐과 함께 비석유 부문으로 확대된 두바이 경제는 외국인 수를 크게 늘렸다. 적은 수의 자국민이 심각한 인구학적 불균형을 야기해 많은 사회적 문제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두바이의 엘리트층은 이런 인구학적 불균형을 선호한다. 심각한 수준의 인구학적 불균형은 두바이 국민에게 부동산 임대업으로 고소득을 올릴 수 있게 만든다. 국민들이 얻는 높은 소득은 정치안정의 든든한 기반이다.
두바이 전체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3만달러다. 두바이 인구가 150만 정도라면 두바이 자국민 8만명의 1인당 GDP는 10만달러를 웃돈다는 통계도 있다. 두바이 엘리트층이 외국인과 혼인을 장려하고 외국인에게 국적을 부여했다면 지금처럼 높은 수준의 분배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두바이의 순혈주의 정책 어떻게 유지되나
소수 자국민 유지는 두바이 통치자의 핵심 과제다. 두바이의 통치자는 순혈주의를 유지하는 이들에게 혜택이 돌아가고, 순혈주의에서 벗어나는 이들에게 불이익이 돌아가도록 다방면으로 애쓴다.
괄목할 만한 것은 아랍에미리트 연방 정부가 지난 2002년 ‘셰이크 자이드 결혼펀드’라는 종합 보조금 정책을 도입했다는 점이다. 결혼펀드란 점증하는 예비신랑의 결혼 준비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국가가 일시불로 1만1000달러나 제공하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 국가에 의한 부의 재분배를 실현하는 수단이다. 게다가 이는 결혼 적령기의 젊은 남성들이 자국민 신부를 택하도록 유도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외국인 신부와 결혼하는 신랑은 보조금을 받을 수 없다.
아랍에미리트의 여성은 국가 차원에서 보호한다. 아랍에미리트의 여성들은 사회와 일정 정도 거리를 유지하며 성장·생활한다. 아랍에미리트는 자국민 여성 전용 비치클럽 등 레저시설을 운영하고 자이드대학 같은 국립 교육기관도 설립했다. 아랍에미리트는 이성 간 교제의 마당으로 이용되는 인터넷 사이트를 차단한다. 이는 국제결혼을 막기 위함이다. 아랍에미리트의 여성은 외국인과 결혼하면 국적을 포기해야 한다. 자녀도 아랍에미리트 국적을 취득할 수 없다. 외국인과 결혼한다는 것은 복지국가 아랍에미리트에서 제공하는 많은 혜택을 포기해야 한다는 뜻이다. 순혈주의 정책의 또 다른 예로 자국민 의상에 대한 엄격한 규정을 들 수 있다. 두바이 남성이라면 반드시 하얀 ‘디시다샤’를, 두바이 여성이라면 검은 ‘아바야’,‘샤일라’를 입어야 한다. 이런 의상으로 두바이 자국민과 걸프지역의 다른 나라 국민을 구분할 수 있다. 이는 두바이 국민의 특권을 상징하는 유니폼인 셈이다.
아랍에미리트의 이런 순혈주의는 비교적 최근 나타난 것으로 국가가 주도해 만든 석유 시대의 산물이다. 아랍에미리트의 종교나 전통문화와는 거의 무관하다.
아시아경제 김병철 두바이특파원
(bckim@asiaeconomy.co.kr)

사진서명-셰이크 왕자가 2008 아부다비 국제 석유 전람회를 둘러보고 있다.

강혁 편집국장 kh@ermedi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