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24개 증권사의 직원 수는 작년 보다 2700여 명 줄었다. 한 해 사이에 직원 100명 당 8명꼴로 회사를 떠나보낸 양상이다. 성별로는 남자보다 여자 직원을 더 많이 감축했다. 대다수 증권사들이 직원을 감축하는 가운데서도 ‘메리츠증권’은 직원을 더 채용해 눈길을 끌었다.

본지가 24개 증권사의 직원 수 현황을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작년 1분기 조사 대상 증권사의 전체 직원 수는 3만 4460명이었는데 올 1분기에는 3만 1738명으로 7.9% 감소했다.

◆증권사 75% 인력 감축했다…24곳 중 18개사 직원 수 줄여

24개 증권사 중 18개社는 작년보다 직원 수가 감소했고, 6개社만 직원이 더 증가했다. 증권사의 75%가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한 셈이다.

대다수 증권사가 직원 수를 줄일 때 반대로 늘린 기업도 있었다. 단순 인원수로 따지면 메리츠증권이 74명으로 가장 많은 직원을 증가시켰다. 작년 대비 올 1분기 직원 수가 가장 많이 늘어난 곳도 메리츠증권이었다. 8.7%나 증가했다. 이어 이트레이드증권 4.4%(18명↑), 키움증권 2.4%(12명↑), KB증권 2.0%(9명↑), 하이투자증권 1.6%(15명↑), 대우증권 0.5%(15명↑)도 작년 1분기 때보다 올해에 직원을 더 늘린 증권사 그룹에 포함됐다.

반면 가장 많은 직원 수를 감축한 곳은 동양증권(882명↓)이었다. 작년 1분기 때 2568명이던 직원을 올해는 1686명으로 34.3%나 구조조정 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화투자증권도 470명(28.3%↓)나 직원을 줄였다.

삼성증권도 463명(14.5%↓)나 되는 자리가 없어졌다. 작년에는 3194명이나 근무했는데, 올해는 2731명만 재직하고 있는 상황이다. KTB증권도 작년 557명에서 올해 345명으로 212명 감축됐다. 비율로는 38.1%로 증권사 중 가장 큰 폭으로 직원을 떠나보내게 한 불명예(?)를 얻었다.

메리츠증권, 보수 높고, 男직원 많이 뽑고 ‘잘 나가네’

증권사의 경우 올 1분기는 남자보다 여자 직원에게 시련의 시기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남자 보다 여자 직원을 더 많이 줄였기 때문이다.

남자 직원인 경우 작년 1분기 기준 24개 증권사 인원은 2만 995명이었는데 올해는 1만 9499명으로 1496명이나 줄인 것으로 확인됐다. 작년 대비 올해 감축 비율은 7.1% 하락했다. 이에 비해 여성 직원의 경우 작년 1만 3557명에서 올해 1만 2239명으로 1318명 줄었다. 비율로는 9.7% 떨어졌다.

앞서 비율만 놓고 비교해보면 남성 보다 여성 직원을 2.6% 더 줄인 셈이다. 24개사 증권사 중 남자 직원을 줄인 곳은 18곳인데, 여자 직원을 감축한 곳은 19곳으로 한 군데 더 많았다.

대다수 증권사들이 남녀 모두 직원을 줄여나갈 때, 반대로 직원을 더 늘린 곳도 있어 주목을 받았다.

메리츠증권은 남자 직원을 많이 늘린 증권사 주인공이었다. 이 회사는 작년 보다 12.2%(72명↑)나 되는 남자 직원을 더 많이 뽑았다. 특히 이 증권사는 올 1분기 월 평균 보수에서도 가장 높은 증권사로 나타나 화제였다. 다른 증권사들이 울상 지울 때 유독 메리츠증권은 크게 선전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어 이트레이드증권 10.2%(27명↑), 키움증권 3.6%(8명↑, 18명↑), 한화투자증권 2.1%(14명↑), KB투자증권 0.7%(2명↑) 순으로 남자 직원을 늘린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달리 KTB투자증권(38.1%↓), 동양증권(29.3%↓), 한화투자증권(28.5%↓), 삼성증권(15.5%↓), 유진투자증권(9.3%↓) 등은 남자 직원을 많이 줄여 대조를 보였다.

여자 직원을 많이 늘린 곳은 KB투자증권이었다. 이 회사는 작년 보다 4.2% 늘어난 7명을 더 채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키움증권(1.5%↑), 대우증권(0.9%↑), 메리츠증권(0.7%↑), 하이투자증권(0.3%↑)도 여직원을 더 늘린 증권사에 합류했다.

여성 직원을 많이 줄인 증권사 역시 앞서 남자 직원을 많이 감축한 곳과 다소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동양증권(40.8%↓), KTB투자증권(37.9%↓), 한화투자증권(27.9%↓), SK증권(22.4%↓), HMC증권(13.9%↓) 등은 여직원도 많이 줄여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직원의 감소로 인해 전체 직원 대비 남녀별 분포 현황에서도 다소 간 차이를 보였다. 지난 2012년 1분기 대비 올 1분기에는 남자 직원은 60.9%→61.4%로 소폭 늘어난 반면 여자 직원은 반대로 39.1%→38.6%로 다소 줄어들었다. 증권사 내 여성 직원 비율은 아직 40%벽을 깨지 못했다.

HR컨설팅 관계자에 의하면 “증권사 실적이 전반적으로 부진하면서 인력을 대폭 감축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통상적으로 지금까지 기업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저항이 강한 남자보다는 여자 직원을 우선적으로 내보내려는 경향이 두드러졌다”며 “증권사도 이와 비슷한 패턴을 보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회사 성장을 위해서는 경영진에서 영업직 남자 직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에 무게중심이 쏠린다고 설명했다.

참고로 올 1분기 24개 증권사의 직원 월 평균 급여는 693만 원으로, 명이 회사를 떠날 경우 24개 증권사 한 분기 인건비가 약 600억 원 정도 절약되는 효과가 있다. 1년이면 2000억 원 정도의 금액이다.

한편 이번 조사는 본지가 국내 금융감독원에 1분기 보고서를 제출한 24개 증권사의 직원 수 현황을 파악한 내용이다. 조사는 각 기업 분기보고서에 명시된 직원 수 현황을 참고로 했으며, 일부 기업은 미등기임원이 포함된 곳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