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원 아무개 씨는 중고차 매매를 위해 서울 장한평 중고자동차 매매단지를 찾았다. 지하철 5호선 6번 출구를 나서자마자 매매인 한 명이 다가와 방문 목적을 물어본다. 구입의사와 희망 차종을 밝히자 바로 신분증처럼 보이는 매매인등록증을 확인시켜주고 단지 안으로 인도한다. 원 씨는 2002년식 뉴카렌스를 타고 있는데, 출퇴근용으로 경차 구입을 고려하고 있다. 원 씨가 현재 타고 있는 차도 중고로 구입한 것이다.`

이제 갓 두 돌이 지난 딸아이 때문에 새 차는 아무래도 유해물질이 우려되고 실제 중고차를 타보니 특별한 결함 없이 4년간 잘 탔기 때문이다. 매매인 최 씨는 단지 내 가게 형태의 여러 상사를 돌며 950만원, 680만원짜리 각기 다른 사양의 경차 모닝을 보여줬다. 최 씨의 손에는 상인회 등록 매매인에게만 지급된다는 소책차가 들려 있었다. 사전 크기의 책자는 마치 축소판 전화번호부 같다.

책자에는 모델명, 연식, 색상, 주행 킬로수, 보유 중인 업체 연락처까지 빼곡하게 적혀 있다. 최 씨와 방문한 두 업체는 원 씨가 타던 차까지 바로 매입해주고 그만큼의 비용을 구입 시 빼주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중고차 매매인들은 가장 인기 있는 모델은 기아 경차 모닝과 현대 준중형 아반떼라고 했다. 국산차는 5년 10만 킬로 무상보증이 가능하기 때문에 그 안에 드는 연식 모델은 감가상각이 적은 편이다. 반면에 수입차는 수리비, 비싼 부품값 때문에 문의는 많지만 실제 거래로 이어지는 비율은 적다고 했다. 2~3년만 지나도 새 차 가격의 반 토막은 각오해야 한다고 귀띔했다.

국내 중고자동차 시장 거래 규모는 이미 신차 판매의 두 배를 넘어섰다. 국토교통부 자료 등에 따르면 지난해 중고차 거래는 약 338만 대를 기록해 156만 대를 기록한 신차 판매를 크게 앞질렀다. 중고차 거래 시장 규모도 3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중고차 시장은 전국 300여 개 매매단지를 중심으로 4000여 개에 달하는 상사법인과 3만 명 정도로 추정되는 매매인들이 대부분 거래를 담당하고 있다. 매매인들은 전국 혹은 지역단위의 조합에 등록돼 있고 국토교통부 허가를 받은 상사법인에 가입되어 활동한다. 이와 함께 최근에는 온라인 중고차 매매 사이트도 늘어나는 추세다. 현재는 4~5개 큰 대형 사이트와 10여 개의 중소규모 사이트가 성업 중이며 그 밖에는 규모조차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사이트가 생겼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실정이다.

중고차 거래 사이트들은 대부분 오프라인 매장 없이 구매자와 매매상인, 혹은 소비자들을 연결해주는 역할만 담당한다. 경기침체로 실용적인 구매를 원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중고차 매매 시장은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가장 큰 걸림돌로는 정확한 제품 정보 파악이 어렵다는 점과 불량품 구매에 따른 피해 보상이 꼽힌다. 그렇기 때문에 업계 전문가들은 더욱 선진화, 산업화된 시장이 형성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으며 그만큼 관련 산업의 성장 가능성도 크다고 할 수 있다.

현재까지는 대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SK엔카가 중고차 시장에 참여하고 있다. SK엔카는 브랜드 이미지와 치밀하게 구축해온 온-오프라인 네트워크를 통해 최근에는 매년 20%가량 매출이 성장하고 있다. 전체 중고차 시장 점유율은 3%(약 6만 대) 정도다. 다만 정부는 2013년부터 중고차 시장을 대기업 사업 확장 자제 및 진입 자제 업종으로 규정했으며 SK엔카는 국내보다는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려 중국과 호주 진출을 포함해 약 50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이와는 별도로 정부는 중고차 경매 활성화를 위한 영업소 시설 기준을 폐지해 이 분야에 기업 진출이 예상된다. 현재는 현대글로비스, KT렌탈 오토옥션, SK엔카 및 AJ렌터카 계열 서울경매장과 동화엠파크 등 5곳이 참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