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천 한식재단 이사장
■ 현 정부에서 농림수산식품부 초대장관을 지냈고, 현재 한식재단 이사장으로 한식의 세계화를 이끌고 있다. 철탑훈장을 받은 신지식 농업인에 선정됐고, 국내 농업 발전을 이룩한 점을 인정받아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5-1)에 참다래 아저씨로 수록된 이력이 눈에 띈다.

21세기 들어 ‘웰빙’이 세계적 트렌드로 정착되면서 음식문화에도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간편함과 높은 칼로리를 무기로 세계의 식탁을 점령한 서양식이 많은 문제점을 노출하면서 조화와 균형을 맞춘 동양식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그 중심에 바로 우리의 전통 발효식품이 있다.

패스트푸드(fast food)로 특징되는 육류 중심, 인스턴트 중심의 서양음식은 짧은 시간에 높은 칼로리를 공급한다. 이로 인해 몸이 비대해지고 고혈압이나 당뇨 같은 성인병에 쉽게 노출된다. 미국의 경우 국민의 60~70%가 비만이다. 성인병을 앓고 있는 국민이 전체의 30%를 넘는다. 국가 재정이 의료 비용을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심각하다. 유럽 각국도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상황은 마찬가지다.

반면 장독으로 대변되는 우리의 발효식품은 지수화풍(地水火風)이 빚은 최고의 자연식품이요 건강식품이다. 식물성 단백질의 보고인 콩을 삶아 메주를 만들고, 바람에 건조시킨 메주를 천일염과 함께 항아리에 넣어 발효시킨 간장, 된장, 고추장은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우리만의 독특한 음식이요, 문화다. 땅에서 나는 각종 채소를 천일염으로 발효시킨 김치나 바다생물을 발효시킨 젓갈 또한 마찬가지다.

세계 각국에서도 이러한 한식의 기능과 역할에 주목, 우리의 장독 음식에서 비만과 성인병을 극복할 돌파구를 찾고 있다. 이미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한식을, 영양을 고루 갖춘 모범식으로 소개했다. 세계적인 건강잡지 <헬스(Health)>도 김치를 세계 5대 건강음식으로 선정했다. 된장, 고추장에 대한 관심 또한 점점 높아지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도 이러한 발효식품은 장기간의 숙성을 통해 우리 몸에 필요한 각종 유산균을 생성, 많이 먹어도 살이 찌지 않고 몸의 활동성을 높여 주는 최고의 건강식품, 다이어트식품이다. 새롭게 부각되는 엔자임(효소) 시대의 대표적 아이콘이 바로 우리의 발효식품이다.

2008년 3월 이명박 정부의 초대 농림수산식품부장관으로 발탁되었을 때, 필자는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한식 세계화 사업을 시작했다. 그때까지 광물로 분류해 지식경제부에서 관리하던 천일염을 농식품부로 이관시켜 새로운 기초식품으로 육성하는 한편, 천일염을 기반으로 하는 간장, 된장, 고추장, 김치, 젓갈 등 5대 발효식품을 세계적인 명품으로 육성하기 위한 사업에 착수했다.

그렇게 시작된 한식 세계화가 이제는 하나의 트렌드가 되어 국내외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 3월 한식 세계화를 총괄하는 전담기구로 한식재단이 출범했으며, 한식 레시피의 표준화, 간편화, 메뉴화 등 구체적인 사업도 착실히 진행되고 있다. G20 정상회의를 비롯한 각종 국제행사에서도 한식이 주요 이슈로 등장하고 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말이 있다. 장독이 그러하다. 장독에 깃든 우리의 맛과 멋, 건강과 문화를 살려내 산업화하면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건강식품이자 문화상품이 될 수 있다.

특히 1시군 1한식 개발 등을 통해 지역 특산물 생산과 연계하면 우리 농산물 소비 확대와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지고, 농촌의 새로운 소득원으로도 각광받을 수 있다. 우리의 장독에는 건강이 있고, 문화가 있고, 생명이 있다. 조상의 지혜가 담긴 보물과 같은 장독 문화를 되살려 지구촌 음식으로 발전시켜 나가자는 것이 바로 한식 세계화다. 그런 만큼 한식 세계화는 우리 조상들이 남긴 보물을 갈고 닦는 길이요, 오늘을 사는 우리가 마땅히 수행해야 할 시대적 사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