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AOSP(안드로이드 오픈 소스 프로젝트)로 인한 ‘탈 구글화’ 러시에 위협을 느끼고 있다. 이에 구글은 저가 스마트폰 개발 플랫폼인 ‘안드로이드 원’을 통해 신흥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함과 동시에 저가 단말기 제조업체들을 견제할 것으로 관측된다. 또한 안드로이드를 기반으로 한 영역 파괴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구글의 행보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구글, AOSP와 ‘형제의 난’ 시작

지난 5 년간, 스마트폰 시장의 급성장 배경에 미국 애플사의 아이폰이 있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엄밀히 말하면 폭발적 성장의 원인은 아이폰이 아닌 ‘앱스토어’다. 애플의 아이폰 개발 이전에도 스마트폰 형태의 단말기들이 출시되었지만 콘텐츠 및 콘텐츠 유통망 부재가 스마트폰 시장을 성공적으로 이끌지 못했다. 스마트폰 성장의 핵심은 자유로운 모바일 콘텐츠의 수요와 공급은 물론 이를 주관할 ‘시장(Market)’에 있기 때문이다.

애플의 앱스토어가 선풍적 인기를 끌면서 스마트폰 시장이 급성장했다, 이에 구글은 애플의 모바일 OS인 iOS에 대항해 안드로이드를 전면에 내세우고 경쟁적으로 시장지배력을 넓히기 시작했다.

모바일 OS별 시장점유율 추이 [출처: 가트너]
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에 따르면 안드로이드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지난 2009년 3.9%에서 2013년 78.4%로 급성장했다. 반면 경쟁자인 애플은 2009년 14.4%에서 지난 2012년 19.1%의 정점을 찍은 이후 지난해 15.6%로 하락했다. 구글의 공격적 전략이 성공한 셈이다.

기본적으로 구글 안드로이드는 ‘폐쇄형 소프트웨어’인 iOS와는 달리 ‘개방형 소프트웨어’다. 누구든지 이를 가지고 새롭게 변형이 가능한 만큼 접근성이 쉽다는 것이다. 하지만 안드로이드를 이용하는 단말기 제조사들은 대부분 GMS(구글 모바일 서비스)를 이용한다. GMS가 없으면 콘텐츠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플레이스토어’는 물론 지메일, 구글 맵, 크롬브라우저 등을 사용할 수 없다. 다양한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어야만 단말기 제조사들의 경쟁력도 강해지기 때문에 안드로이드 제휴사들은 대부분 GMO를 이용하고 있다. 즉, ‘개방형’이라는 특징은 안드로이드의 시장지배력은 물론 이와 더불어 구글의 시장지배력도 높일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하지만 GMO가 빠진 순수 안드로이드라 할 수 있는 AOSP(안드로이드 오픈 소스 프로젝트)에 아마존의 태블릿PC 킨들 시리즈와 노키아의 노키아X 등이 자체 브라우저와 앱스토어 등을 탑재한 저가 단말기가 출시되면서 구글은 위협을 받기 시작했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무료로 제공하면서 GMO 서비스 제공에 대해서만 수익을 가져가기 때문이다. 즉, 누구든지 각종 기본 콘텐츠와 앱스토어 플랫폼 등의 환경만 구축할 수 있다면 구글의 안드로이드 시장지배력이 흔들릴 수 있는 것이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이미 시장을 형성한 모질라의 파이어폭스와 욜라의 세일피시 등의 OS 등의 도전도 이어지고 있다”며 “저가 스마트폰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중국에서도 샤오미가 자체 런처를 이용한 운영체제를 선보이는 등 AOSP는 물론 여타 OS의 발전이 구글에게 점차적으로 위협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구글 ‘역 치킨 게임’, ‘영역 파괴’로 대응

치킨 게임이란 본래 자본력을 갖춘 대형사들이 경쟁자들을 시장에서 몰아내기 위한 가격경쟁전략을 말한다. 하지만 현재 구글의 위치를 본다면 이번 저가 스마트폰 전략이 구글 주도의 치킨 게임이라 볼 수 없다. 따라서 구글의 저가 스마트폰 개발 플랫폼인 ‘안드로이드 원’ 공개는 AOSP를 기반으로 한 단말기 제조사들의 ‘역 치킨 게임’에 대응하는 형태라고 할 수 있다.

구글은 이러한 위기를 감지하고 이를 돌파하기 위해 PC와 모바일 환경의 통합, 영역파괴 그리고 비즈니스 클라우드 강화 등의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증가하고 있는 AOSP비중 [출처: 미래에셋증권]
지난달 25일(현지시간) 구글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구글 개발자대회 ‘I/O(Inovation in the Open)’에서 다양한 모바일 기기와 신규서비스를 선보였다. 이날 눈에 띈 것은 약 100달러 수준의 저가 스마트폰을 개발할 수 있는 플랫폼인 ‘안드로이드 원’을 중심으로 안드로이드 웨어를 적용한 스마트워치, 헬스케어 플랫폼 ‘구글 핏’ 등이었다. 뿐만 아니라 스트리밍 방송시장을 겨냥한 ‘안드로이드 TV’, 자동차 IT플랫폼인 ‘안드로이드 오토’ 등을 공개했다.

이순학 KB투자증권 연구원은 “구글의 QuickOffice 인수는 MS 오피스 시장에 대한 도전”이며 “삼성, LG전자의 안드로이드웨어 예약판매 실시는 애플 아이워치 발매 이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그는 “안드로이드 One 프로젝트를 통해 개발 능력이 낮은 제조사의 스마트폰 개발을 유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즉, 구글은 경쟁사들을 따돌리기 위한 영역파괴 전략을 본격적으로 구사함은 물론 성장성이 높은 신흥국들을 대상으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제공함으로써 개발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키고 지배력 또한 확고히 한다는 것이다. 특히 구글은 레퍼런스 폰의 빠른 공급을 통해 인구 10억명 시장의 인도를 초기에 공략할 계획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구글이 삼성, LG전자와의 더욱 강한 협력을 추진하거나 오히려 삼성, LG전자가 역으로 구글에 위협을 가할 수도 있다”며 “시장지배력을 위해 구글이 AOSP의 호환성을 낮춰 점차 폐쇄적으로 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