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투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불어닥친 위기를 노사 화합과 비상경영을 통해 극복, 사상최대 실적 달성이라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지난 10월25일. 모두투어의 주가가 상한가로 치솟았다. 호텔신라가 모두인터내셔널의 유상증자에 참여했다는 소식이 전해져서다. 모두인터내셔널은 모두투어의 인바운드(해외 여행객의 한국관광) 영업 전담 자회사다.

호텔신라는 약 한 달 전 약 10억 원을 투자, 이곳의 지분 19%를 확보했다. 이로써 모두투어(지분 67.5%)에 이어 2대 주주가 됐다. 호텔·면세점 외국인 고객 유치에 시너지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 호텔신라의 판단이었다.

시장의 반응은 뜨거웠다. 증권업계의 시각도 긍정적이었다. 그러나 일부에선 크지 않은 규모의 투자라 지분 인수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모두투어도 당장의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기대엔 조심스런 입장을 내비쳤다.

단, 내부에선 한층 자신감이 붙은 모습이었다. 삼성그룹의 핵심 계열사 호텔신라가 투자 대상으로 선정했다는 것만으로도 회사의 잠재적 가치와 미래 비전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국내 여행업계 2위 모두투어의 ‘날개짓’이 심상치 않다. 지난 3분기 모두투어는 창사 이래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매출액은 368억 원으로 전년 대비 106.5% 증가했다. 영업이익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2132.7% 증가한 88억 원을 달성했다.

총 출국자 수 대비 자사 총 송객 인원으로 나타내는 시장점유율은 8월까지 8.4%를 기록했다. 이는 2009년 6.3%에 비해 크게 오른 수치로 역시 역대 최고치다.
이러한 실적 상승세는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매출액 1000억 원, 영업이익 200억 원 돌파도 무난하리라고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도매업 진출, 사업 다각화로 견고한 성장

현재 하나투어와 모두투어 양사의 시장점유율은 60% 내외로 절대적인 시장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모두투어가 실적 상승에 힘입어 업계 1위 하나투어 뒤를 바싹 뒤쫓고 있다. 장기적으로 5년 내엔 1위를 따라 잡겠다는 의욕이다.

비결은 무엇일까. 우선 높은 해외여행 수요 증가 등 시장 환경 개선에 힘입은 바 크다. 그러나 지속적인 시장점유율 확대는 프로세스 혁신에 의한 결과였다.

1989년 국일여행사로 출발한 모두투어는 2005년 코스닥에 상장되며 도약의 큰 전기를 마련했다. 모두투어로 회사명과 브랜드명을 통합하고, 국내 최초로 여행상품 도매업(wholesale)에 도전했다.

BI 리뉴얼을 계기로 거래 중소 여행사에게 ‘모두투어’의 브랜드를 사용해 줄 것을 설득했다. 그 결과 2005년 7월 상장 전 5개월 동안 400여개 가까운 대리점이 홍보 간판을 바꿔달았다. 브랜드 인지도는 높아졌고, 판매처의 로열티는 강화됐다.

모두투어는 전국 700여개의 전문판매점을 ‘베스트 파트너(Best Partner)’라고 부른다. 대리점과의 ‘상생’을 중시하는 모두투어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판매점의 양적 확장에 급급하지 않고 내실을 다지는 데 주력한 것도 이 때문이다. 고객들에게 보다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파트너사와 함께 성장하기 위해선 토양이 단단해져야 한다는 판단에서였다.

모두투어는 전문 판매점 등록 심사 시 규모, 자본금, 위치, 거래 형태 등에 대해 엄격한 품질 경쟁력 기준을 적용해 이에 부합하는 업체들만을 선별하고 있다.

국내 계열사도 확대해나갔다. 새로운 수익모델을 창출하기 위해서다. 2006년엔 MBC, 올리브나인과 합작으로 엔터테인먼트와 여행이 결합한 형태의 투어테인먼트를, 2008년엔 국내 숙박 예약 전문법인인 모두투어 H&D를 설립했다.

특히 인바운드 부분의 시장성을 미리 내다보고 만든 모두투어인터내셔널은 그 성장세가 거침없다. 중국 인바운드 부문에서 지난해 업계 1위를 차지했으며 2010년 상반기 기준 전체 5위를 기록 중이다. 현재는 중국·일본 전문이지만 향후 동남아시아, 미주까지 영역을 넓힐 계획이다.

정보 제공을 위한 새로운 소통 채널도 마련했다. 지면 광고와 블로그에 대한 QR코드 마케팅은 물론, 상품정보와 예약정보 확인, 대리점 찾기까지 가능한 애플리케이션도 출시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올해 모두투어가 턴어라운드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비상경영 체제 하에서 노사가 서로 힘을 모은 것이 주효했다.

2008년은 여행업계의 불황의 터널이 시작된 해였다. 하반기 글로벌 금융 위기에 이어 20009년 신종 인플루엔자 확산으로 악재는 거듭됐다. 2007년 944억 원이던 모두투어의 매출액은 2009년 614억 원으로 35%나 뚝 떨어졌다.

똘똘 뭉친 노사화합 턴어라운드 성공

문제는 또 있었다. 과도한 선(先)투자였다. 대규모 신입사원 공채 등으로 2007년 상반기 718명에서 1년 후 933명으로 증가했다. 회사가 어려워지자 늘어나는 인건비를 감당하가 벅차졌다. 이에 홍기정 모두투어 사장은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분기별로 사업계획을 수정했고, 신규사업을 전면 중단시키며 긴축 재정에 들어갔다. 또 “어렵더라도 모두 함께 가자”라는 평소 철학에 따라 그는 구조조정 대신 노동조합과 머리를 맞댔다. 그래서 나온 위기 극복 방안은 ‘잡쉐어링’.

먼저 제안한 건 노조 측이었다. 2009년 1분기 동안 900명의 전 직원을 3개조로 나눠 한 달씩 무급휴직을 실시했다. 임직원도 솔선수범했다. 노사가 서로 힘을 합하고 비전을 공유하니 자연스레 신뢰가 쌓였고 회사 곳간에도 먹을거리가 함께 쌓여갔다.

홍 사장은 함께 곡식을 거둬들인 만큼 또 함께 나눴다. 지난 3분기 목표를 상회하는 실적 달성으로 전 직원에게 총 5억 원의 성과급과 약 3억 원의 추석 귀향금을 지급했다.

전민정 기자 puri21@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