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일혁명이 촉발한 ‘에너지 전쟁’은 ‘에너지 다변화 전쟁’으로 변하고 있다. 또한 에너지 다변화의 중심은 신재생에너지로 꼽힌다. 하지만 신재생에너지는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을 지니고 있다. 바로 낮은 에너지 효율이다.

따라서 신재생에너지의 효율성 증대를 위해서는 에너지 저장기술이 충족돼야만 한다. 이에 국내 2차전지 기업들의 기술과 투자가치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유로존 위기로 뒤바뀐 신재생에너지 지도 

지난 2010년 PIIGS(포르투갈, 아일랜드,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국가들의 재정위기 문제가 불거지면서 유로존 국가 전체에 위협을 가하기 시작했다. 당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산업은 다름 아닌 태양광, 풍력을 중심으로 한 신재생에너지 분야다.

유로존 재정위기 이전까지만 해도 녹색산업이 발달한 유럽은 세계 시장의 80%를 차지했다. 하지만 위기가 지속되면서 각국의 정부지원이 삭감됐으며 현재까지 이러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심지어 선도적으로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주도해온 독일이 유로존 위기 이후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보조금을 줄이고 있어 독일 내 신재생에너지 업계 또한 이에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청정에너지산업에 투자된 금액은 2550억달러로 전년 대비 11% 감소해 2년 연속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제품가격 하락과 유럽의 수요 감소에 기인한 것으로 판단된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같은 기간 유럽 지역의 투자액이 2011년 1270억달러에서 2013년 680억달러로 급감했는데 그 원인은 유럽 내 주요 신재생에너지 수요국의 신재생에너지 보급률이 올라감에 따라 투자 수요가 큰 폭으로 감소했기 때문이다. 수요와 공급의 원리가 작용한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유럽의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점유율은 줄어들고 있는 반면 그 외 미국, 중국, 인도 등은 향후 2020년까지 점유율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아시아 지역이 원전 등의 문제로 인해 주요 투자처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유럽 및 북미 지역 투자는 감소했지만 같은 기간 아시아 지역은 1030억달러에서 1210억달러로 증가했다.

신재생에너지의 아킬레스건 그리고 ESS

태양광, 풍력 및 기타 신재생에너지는 탄소배출을 줄이고 환경을 보호한다는 명목 아래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또한 성장과 동시에 고용까지 해결할 수 있다는 녹색성장(Green Growth)의 핵심이기도 하다. 하지만 신재생에너지는 치명적인 단점을 지니고 있다. 바로 에너지 생산의 변동성이다. 특히 신재생에너지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태양광과 풍력 등은 기후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이를 제어할 수단이 필요하다.

하지만 기후를 제어할 수 있는 수단은 없다. 다만 그 해결책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 ESS(Energy Storage System)다. 기본적으로 전기는 다른 에너지원과는 달리 저장이 어렵다. 따라서 전력이 생산됨과 동시에 소비가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ESS는 그런 불편함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유로존 재정위기가 신재생에너지 산업에 대한 투자를 줄이자 그 여파가 ESS에까지 미쳤다. 이를 역으로 보면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성장은 ESS 산업 성장도 이끌게 된다는 것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는 발전량이 불규칙해 전력 변동성이 크다는 단점이 있어 ESS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현재 제반여건을 감안할 때, ESS 세계 시장을 우리나라가 선점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밝혔다.

테슬라 특허 공개 “시장 파이 커지고, 비용은 낮아지고”

지난 6월 12일(현지시간)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엘론 머스크 CEO는 ‘우리의 모든 특허를 당신에게’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제목 그대로 자사의 특허 기술을 누구에게나 공개한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금융투자업계는 테슬라의 특허 공개는 시장 파이를 키우는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조병현 동양증권 연구원은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미미한 점유율을 전기차 시장 전체의 파이를 키우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은 닛산, BMW 등 대표적인 전기차 선두 업체들과 함께 충전방식 표준화 방법을 연구하기로 했다는 것”이라며 “충전 시스템이 표준화될 경우 충전 인프라 구축에 드는 비용은 크게 경감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테슬라가 주도한 전기차 혁명은 상당히 높은 관심을 이끌고 있다. 하지만 전기차 시장이 예상보다 빠른 성장을 보이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비용이다. 전기차의 경우 배터리가 전체 제작비용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따라서 배터리 생산비용에 따라 전기차의 가격이 결정된다.

또한 충전방식 표준화도 문제다. 테슬라, 닛산, BMW 등 전기차 선두 업체들의 충전방식이 각각 달라 전기차와 충전기가 호환되지 않는 문제점이 있다. 따라서 충전방식을 표준화하지 않으면 충전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2중, 3중의 비용이 들어가기 마련이다. 테슬라의 특허 공개는 결국 시장 파이를 늘리고 비용은 줄여 더 큰 이익을 노리는 전략으로 관측된다.

ESS 그리고 스마트그리드 “전기차가 다는 아니다”

전기차의 배터리는 단순히 전기차를 움직이기 위한 수단만은 아니다. 전기차는 향후 가정용 ESS로도 사용될 예정이며, 실제 테슬라는 2015년부터 솔라시티와 함께 가정용 ESS를 공급할 예정이다.  이를 본다면 테슬라는 단순 전기차 시장뿐만 아니라 전력 시장 전체를 공략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윤혁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이폰 출시 후 갤럭시S가 출시되면서 스마트폰 시장이 급성장했다”며 “테슬라의 모델S 출시 이후 자동차 업체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2016년에는 테슬라의 보급형 전기차 Gen3를 포함한 많은 전기차가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따라서 전기차 시장이 성장하고 보급이 보편화되면 가정마다 예비전력이 생기는 셈이다. 이는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 여러 지역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전력대란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전력부족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서 장기적으로는 전력공급의 확충, 전력의 수요관리, 전기요금의 현실화, 신재생에너지 보급 등 스마트그리드를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 스마트그리드(Smart Grid)란 기존 전력망에 IT기술을 접목한 차세대 지능형 전력망으로 전력공급자와 소비자가 실시간으로 정보를 교환함으로써 에너지 효율을 최적화하는 기술이다. 따라서 스마트그리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충전’이 선결과제다.

국내 2차전지 기업의 투자 가치

2차전지는 이제 단순한 ‘충전지’가 아니다. 이는 ESS로 발전해 전력의 수요와 공급을 관장하는 역할을 하며 ESS는 IT와 접목해 스마트그리드 시장으로 발전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만큼 2차전지 산업의 향후 전망은 밝다.

황준호 KDB 대우증권 연구원은 “내년부터 시행 예정인 저탄소 협력급 제도는 국내 전기차 보급에 긍정적일 것”이라며 “이는 탄소배출이 많은 차량에 부담금을 물리고 적게 배출하는 차량에 보조금을 주는 제도로 보조금의 재원은 저탄소 협력금으로 모인 재원으로 충당할 수 있다”고 전했다.

결국 그동안 유로존 위기로 인한 수요의 감소, 저성장, 고비용 등 악재 아닌 악재로 고전을 거듭해온 2차전지 산업은 제도의 변화와 맞물려 큰 폭으로 성장한다는 것이다.

대우증권 리서치 센터에 따르면 지난 2012년부터 오는 2020년까지 전기차 시장은 연평균 18.7%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고성장이 예상되는 분야에서 한국 2차전지 기업들은 글로벌 2차전지 기업 대비 저평가에 머물고 있어 그 매력이 부각되고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국내 2차전지 기업들에 대한 전망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아무 이유 없이 저평가되는 경우는 없다”고 전했다. 그는 “수치상으로는 매력적일 수 있지만 주가는 그 외의 환경까지 반영하는 것이기 때문에 해당 실적이 가시화된 이후 투자해도 늦지는 않을 것”이라고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