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메신저 시장이 다시 요동치고 있다. 국가별로 나뉘어 있던 메신저 시장에 새로운 플레이어들이 도전장을 내밀고 있는 것. 그야말로 ‘글로벌 메신저 2차 전쟁’이다. 한 번 가입하면 큰 불편함이 없을 때까지 사용자를 묶어둘 수 있는 ‘승자독식(Winner takes all)’ 구조인 데다, 묶어둔 유저들을 대상으로 타깃 광고, 커머스 등 다양한 사업을 펼칠 수 있다 보니 ICT 업체들은 메신저 시장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해외에서 선전하고 있는 네이버의 ‘라인(Line)’과 카카오의 ‘카카오톡(Kakaotalk)’은 이 시장에서 승자로 거듭날 수 있을까.

 

소리 없는 메신저 전쟁 ‘2차전’ 시작

스마트폰의 전 세계 보급이 진행되면서 유료 문자서비스(SMS)를 사용하는 사람보다 네트워크 망을 활용해 무료로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IT기업들의 메신저를 쓰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북미와 유럽, 일부 아시아 지역에서 스마트폰이 보급된 시점과 다르게 동남아시아와 중남미 등에서도 스마트폰이 확산되면서 메신저 시장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메신저의 글로벌 동향을 분석해보면 일부 유럽(독일‧프랑스‧영국 등)에선 현재 페이스북에 인수된 ‘와츠앱(Whatsapp)’의 사용률이 높다. 미국 등지에서는 와츠앱과 페이스북 메신저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중국에서는 텐센트의 ‘위챗(Wechat)’ 사용률이 높으며, 국내에선 카카오의 ‘카카오톡(Kakaotalk)’, 일본에선 네이버의 ‘라인(Line)’을 주로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글로벌웹인덱스가 2013년 4분기 조사한 전 세계 메신저 이용 현황을 보면 페이스북 메신저의 이용률이 37%로 압도적으로 높다. 그 뒤를 와츠앱(36%)‧위챗(14%)‧라인(10%)‧카카오톡(6%) 등이 잇고 있다.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점은 위챗과 라인이 2013년 3분기에 비해 사용률이 소폭 상승했다는 점이다. 위챗은 3분기 3%의 이용률을 보였지만, 4분기에는 11%포인트 끌어올렸고 라인은 같은 기간 8%였지만 현재 10%가량이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관련업계는 “중국에서의 스마트폰 보급률이 위챗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으며, 1차적으로 와츠앱 등으로 고착화됐던 메신저 시장이 흔들리면서 라인 등과 같은 다양한 메신저들이 더욱 성장할 여력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결과”라고 분석했다.

메신저는 현재 ICT기업들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플랫폼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래서 페이스북도 올해 2월 와츠앱을 190억달러(약 20조원)에 인수했으며, 일본 전자상거래 업체인 라쿠텐도 ‘바이버(Viber)’를 9억달러(약 9550억원)에 사들였다. 중국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도 영상 메신저 ‘탱고(Tango)’에 올해 3월 2억1500만달러(약 2300억원)를 투자해 80%의 지분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모바일 메신저에 대한 러브콜은 메신저 사용자 수가 증가하고, 수익 모델을 갖출 수 있는 통합 커뮤니케이션 플랫폼 모델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사용 중인 유저들을 대상으로 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반응도를 체크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성향 분석을 통한 타깃 광고에도 안성맞춤이라서다.

조성완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이 낸 ‘M&A 트렌드로 본 모바일 메신저의 잠재력’ 보고서에 따르면 모바일 메신저의 네트워크 효과(Network effect)는 엄청나다. 네트워크 효과는 상호 간에 연결될 수 있는 경우의 수에 따라 늘어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사용자 수의 제곱으로 증가할 수 있다. 등록된 친구가 많을수록 서비스 충성도가 높아지고, 체류시간이 늘어날 확률도 커지게 된다. 예를 들어 1:1로 대화할 경우 네트워크의 연결 기회는 2회에 불과하지만, 10명이 그룹채팅을 할 경우 90회(10×9), 50명이 그룹채팅을 할 경우 2450회(50×49)까지 늘어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네트워크 효과로 모바일 메신저를 활용한 각종 마케팅과 활동은 더욱 활기를 띨 것으로 예측된다.

라인, 철저한 현지화 전략으로 4억7000만 가입자 확보

모바일 메신저 시장이 성장하고 움직이다 보니 국내의 메신저도 해외 정복을 목표로 일련의 활동을 펼쳐가고 있다. 2011년 6월 23일 출시된 라인은 최근 전 세계 230개국, 총 4억7000만 명 이상의 가입자를 확보한 것으로 조사됐다. 앱 시장분석업체 ‘앱 애니(App Annie)’의 조사에 따르면 라인은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방영할 시기에 일시적이지만 중국 내 앱 다운로드 순위에서 소셜 카테고리 1위, 전체 7위를 기록했다. 미국에서도 올해 3월 중순부터 미국 전역 TV 광고를 시작한 결과 앱 인기 순위가 3 월 초 189위에서 4월 중순에 19위로 상승해 17위에 위치한 왓츠앱과 동등한 수준까지 성장했다.

폭넓은 이용자 층과  높은 이용률의 원인에 대해 업계는 라인의 철저한 현지화 전략이 통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라인을 해외 시장에 선보이기에 앞서 각국의 상황과 정서를 알 수 있는 ‘FGI(Focus Group Interview)’를 실시했다. 네이버 측은 “이 인터뷰를 토대로 전략을 수립하며, 현지화 전략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라인 전체 매출의 약 20%(2013년 4분기 기준)를 차지하는 스티커도 국가별 사용자들의 특성을 고려해 다르게 론칭한다. 예를 들어 라인 캐릭터 중 하나인 ‘문(Moon)’은 브라질 유저들에게 근육이 탄탄한 남성적인 이미지로 다가갔고,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싱가포르 등의 국가에서는 현지 젊은이들이 주로 쓰는 표현인 ‘lah’ 등을 가미해 출시했다.

TV광고도 철저히 각국의 상황을 고려해 릴리즈하고 있다. 태국에서 첫 방영한 라인 TV광고는 태국 라인 유저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했다. 진솔한 스토리텔링이 현지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터키에선 유명 연예인을 코믹하게 표현해, 방영과 동시에 SNS상에서 회자되기도 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현지 소비자의 니즈에 맞는 광고를 속속 선보이고 있다. 글로벌 공통 광고는 없다”며 “인도네시아에서는 무슬림 신도들의 가장 중요한 연례행사인 라마단 시즌에 맞춘 광고를 방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라인이 해외 메신저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이유는 다양한 테마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제공한다는 점이다. 라인 외에도 게임‧툴‧보안 등 패밀리 앱은 63개가량이며 이는 누적 10억 다운로드된 것으로 조사됐다.

네이버의 라인 관계자는 “이 외에도 일반인도 지원할 수 있으며, 신진 작가의 이름을 알릴 수 있는 ‘크리에이터스 마켓’ 등 혁신적인 캐릭터 스티커 시장 등도 글로벌 시장을 석권하는 주요한 원인으로 꼽고 있다”고 전했다.

카카오, 현지 협력사와 손잡고 소수 국가 집중공략

국내 메신저 시장에서 혁혁한 성과를 올리고 있는 카카오도 세계 무대에서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카카오톡은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4월 구글플레이와 앱스토어에서 각각 1위를 차지했고 당시 일일 신규 가입자가 12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카카오 해외사업부문 관계자는 “나라별 유저 수를 밝히지 않고 있지만 현재 1억5000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했다”고 말했다.

자본과 인력 등 리소스가 네이버에 비해 한정된 카카오는 다양한 국가를 동시다발적으로 공략하기보다는 시장 잠재력이 큰 곳을 찾아 소수 지역을 집중공략하는 방식으로 해외 진출을 꾀하고 있다. 일단 카카오는 카카오재팬(2011년 7월 설립)이 있는 일본 시장을 시작으로 인도네시아‧필리핀‧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 밖에도 카카오의 해외 전략이 라인과 구별되는 점은 다양한 협력사와 관계를 구축한다는 점이다. 카카오는 지난해 10월에는 ‘야후재팬’과 카카오재팬을 합작 운영하는 제휴를 체결하고 일본 시장에서 ‘카카오톡’을 비롯한 모바일 서비스를 공동 전개하고 있다. 카카오와 야후재팬은 각사의 고객 기반을 결합하고 개발 노하우를 활용, 스마트폰에 특화된 커뮤니케이션 서비스를 제공하고 모바일 시장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카카오는  주요 통신사인 텔콤셀·엑셀·인도삿과 긴밀하게 협력하여 카카오를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는 요금제 출시는 물론, 일정 기간 동안 별도 요금제 가입 없이도 모든 카카오 서비스를 데이터 비용 발생 없이 사용할 수 있는 프로모션을 펼치면서 협력 관계를 공고히 하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아예 현지 SNS 업체와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다. 동남아시아 최대 소셜 게임 및 SNS 업체인 ‘프렌스터’는 카카오와의 협약으로 올해 1월 100% 자회사로 ‘카카오 말레이시아’를 출범시켰다. 카카오 말레이시아는 프렌스터가 가지고 있는 지리적 이점과 높은 문화적 이해도를 바탕으로 현지 마케팅과 사업 개발을 도맡고 있다. 카카오 측은 “말레이시아의 현지 정서에 밝고 오랜 비즈니스 경험으로 카카오톡의 말레이시아 인지도가 높아질 것으로 내다본다”고 전했다.

이 밖에 카카오는 필리핀 통신사 글로브(Globe)와 스마트(Smart)의 파트너십을 통해 카카오톡을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정액 요금제를 출시하는 등 필리핀 사용자들이 카카오톡을 쉽고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한류 콘텐츠의 상징인 국내 모델들을 기용해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는 한편, 현지 파트너들과 적극적으로 협력해 모바일 생태계 발전에 기여하는 모바일 소셜 플랫폼으로 도약할 방침”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 전문가들이 조언하는 글로벌 메신저 시장

“킬러 콘텐츠 개발 시급, 구글‧아마존 등 경계해야”

2013년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전송된 메시지 건수는 27조5000억 건. 올해는 이보다 2.5배 증가한 71조5000억 건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스마트폰 보급이 완벽히 이뤄지지 않은 몇몇 국가가 합류한다면 모바일 메신저 사용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이런 모바일 메신저 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국가별로 파편화되어 있고, 사업자별로 시장점유율이 큰 편차를 나타내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살펴봤듯이 유럽에서는 ‘와츠앱’이 중국에서는 ‘위챗’이 국내에선 ‘카카오톡’이 높은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그래도 미국과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 몇몇 국가에서는 선점한 메신저가 없어 이 나라를 선점하기 위한 업체들은 경쟁에 속도를 붙일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전문가들이 꼽은 해외 시장 개척을 위해 메신저 사업자들이 염두에 두어야 할 점은 무엇일까.

조성완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라인이 진성유저라고 하는 MAU(Monthly Active User) 수치를 공개하고 있진 않지만, 라인은 글로벌 3위 메신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여기서 염두에 두어야 하는 것이 메신저는 텍스트 기반 서비스이기 때문에 언어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는 점이다. 라인은 여러 나라 상황에 맞는 스티커와 각국의 작가들과 협업하면서 현지화 전략을 잘 수행해왔다. 여기에 더 첨가해야 할 것은 국내에서는 ‘네이버’라는 포털사이트로 구축해놓은 콘텐츠들을 활용하면서 라인에서 대화할 거리와 주제들을 더욱 풍부하게 했다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봤을 때 카카오와 다음도 해외 사업을 개척하는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보인다.

한 발 더 치고 나가기 위해서는 라인 등 메신저를 사용하는 유저들만이 누릴 수 있는 ‘킬러 콘텐츠(Killer contents)’를 제공해야 한다는 점이다. 카카오톡이 국내에서 게임을 끌고 들어오면서 입지를 공고화했듯이 말이다. 게임과 커머스 외의 콘텐츠 다변화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 외에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구글이나 아마존 같은 거대 ICT 기업들이 자신만의 무기를 내세워 메신저 시장에 진출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구글은 아직 메신저에서만큼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데 개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해줄 수 있는 구글플러스나 유튜브 등과 같은 서비스를 연동해 메신저를 내놓을 경우 메신저 시장은 다시 한 번 새로운 모멘텀을 맞을 것이다.

박재욱 VCNC 대표= 메신저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네트워크 효과를 내는 것이다. 메신저의 선택 기준은 얼마나 많은 주변 사람들이 메신저를 쓰고 있느냐가 관건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지금 그 나라의 상황을 정확히 판단해야 한다. 라인이 일본 외에 동남아시아에서도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은 정착한 메신저가 없는 상태에서 강력한 마케팅으로 초기 사용자를 묶는 전략으로 성공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메신저 어플리케이션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네이버의 라인은 사용자 측면에서의 UX와 디자인이 심플하면서도 잘되어 있다. 이런 점이 젊은 사람들에게 어필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