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드오프’ 애플, 글로벌 공세… ‘후발주자’ 삼성, 국내시장 선점전략 대반격

스마트폰에서 시작된 스마트 IT 기기 경쟁의 두 번째 막이 올랐다. 언제 어디서나 유용한 정보를 마음대로 열람하고 기록할 수 있는 ‘초소형·초박형 스마트 PC’ 태블릿 PC의 시대가 본격 개막된 것. 스마트폰이 지난 1년간 우리 생활의 엄청난 변화를 몰고 온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태블릿 PC의 영향력이 스마트폰에 맞먹거나 이를 뛰어넘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코노믹리뷰>는 삼성전자의 태블릿 PC인 ‘갤럭시탭’의 공식 출시와 애플의 태블릿 PC인 ‘아이패드’ 출시 임박에 따라 우리의 생활을 화려하게 뒤바꿀 태블릿 PC의 모든 것을 알아보고, 앞으로의 태블릿 PC 시장을 전망해봤다. <편집자 주>

11월4일 최초 공개된 삼성전자의 태블릿 PC ‘갤럭시탭’


2010년 4월. 인터넷에 등장한 30초짜리 짧은 동영상이 누리꾼들의 이목을 끌었다. 동영상에 등장한 인물은 국내 거물급 재계 인사인 박용만 ㈜두산 회장. 50대 중반의 박 회장은 마치 산타클로스에게 성탄 선물을 받은 코흘리개 아이처럼 분주하고 과격하게 상자 포장을 뜯었다. 상자 속 내용물은 노트북의 모니터만 잘라낸 듯한 모양의 얇은 전자제품이었다.

박 회장은 이 물건에 대한 1분짜리 사용기 동영상을 연이어 올려 화제가 됐다. 이 물건의 이름은 애플컴퓨터가 지난 1월에 출시한 태블릿 PC ‘아이패드’였다. 평소 아이폰 등 3세대 IT 기기에 관심이 많았던 박 회장이 3월 미국 출장 중에 사온 물건이었다.

스마트폰에 대한 열풍이 고조되고 있던 그 시점에 태블릿 PC는 그렇게 세상에 이름을 알렸다. 태블릿 PC는 단말기의 액정 스크린을 손가락이나 펜으로 터치하는 방식으로 조작하는 휴대용 PC다.

사실 태블릿 PC의 역사는 생각보다 길다. 스마트폰 이후에 개발된 햇병아리 IT 기기로 착각할 수 있겠지만, 따지고 보면 스마트폰보다 훨씬 형님뻘이다. 일부 전문 직종에서 간간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대중들이 편하게 사용하기에는 거리가 멀었다. 단지 대중에게 보급된 역사가 짧기 때문에 스마트폰의 후속 모델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태블릿 PC는 10년 전인 2000년대 초반에 등장했다. 당시 태블릿 PC는 노트북과 함께 PC 시장을 재편할 기대주로 꼽혔다. 하지만 입력 방식의 불편함과 한글 인식 불능 등 기술적인 문제 때문에 인지도 향상에 실패했다.

국내 태블릿 PC 시장은 크게 삼성전자와 애플의 양강 구도로 볼 수 있다. 아이스테이션, 삼보컴퓨터 등 중소 IT단말기 업체들도 속속 제품을 내놓고 있고, 삼성의 라이벌인 LG전자 역시 태블릿 PC 개발에 착수한 상황이다. 하지만 삼성과 애플이 점하고 있는 시장의 비중이 워낙 크기 때문에 이들 업체가 삼성과 애플의 공세를 이겨내고 다자 구도를 구축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해외 워밍업’ 끝내고 국내서 정면 충돌

삼성전자의 갤럭시탭과 애플의 아이패드는 5개월의 시간차를 두고 모습을 드러냈다. 두 기기는 출시 이후 동일 시장에서 치열한 정면 대결을 벌인 적이 없다. 아이패드의 첫 무대는 미국이었고, 갤럭시탭의 첫 무대는 유럽이었기 때문이다. 두 기기는 각자의 텃밭에서 입지를 굳혀왔다. 일종의 워밍업이었던 셈이다.

아이패드는 올해 4월 미국 시장에 처음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고정적 고객층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출시 첫날 60만 대가 팔리면서 한때 물량 부족 현상까지 일으켰던 아이패드는 이후 순항을 거듭했다.

국내에도 많은 사용자들이 미국 등 해외시장에서 아이패드를 구입한 뒤 한국에 이를 가져오면서 수천 대 가량이 현재 사용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아이패드 세계 총 판매량 숫자는 약 760만여 대 가량으로 집계되고 있다.

갤럭시탭이 처음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 9월 독일에서다. 유럽 최대의 가전제품 박람회인 ‘IFA 2010’ 때 최초로 공개된 갤럭시탭은 아이패드의 대항마로 단숨에 주목을 받았다. 갤럭시S가 해외 시장에서 모습을 드러냈을 당시와 비슷한 상황이다. 신종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문 사장은 갤럭시탭 최초 공개 당시 “100만 대를 판매하는 것이 목표”라고 당찬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갤럭시탭은 지난 10월 중순 이탈리아에서 첫 판매를 시작한 이후 영국, 독일 등을 포함해 유럽에서 순조로운 출발을 보이고 있다. 특히 영국에서는 초기 공급 물량이 매진되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해외 시장에서 두 기기의 판매 상황만 놓고 봤을 때는 700만 대를 넘긴 아이패드의 애플이 월등이 우세한 상황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태연한 표정이다. 국내 시장에서 얼마든지 역전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애플보다 먼저 국내 시장에 입성한 만큼 태블릿 PC 시장에 대한 국내 잠재적 소비계층을 삼성이 먼저 점령하겠다는 움직임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렇다면 갤럭시탭과 아이패드는 무엇이 다른 것일까? 일단 외형적 생김새에서 큰 차이점을 지니고 있다(세부 사양 비교사항 표 참조). 여러 면에서 아이패드보다 갤럭시탭이 좀 더 작고 가볍다. 아이패드의 화면 크기는 넷북과 비슷한 9.7인치, 갤럭시탭의 화면은 차량용 내비게이션과 비슷한 7인치이다.

갤럭시탭, 아이패드보다 작고 가볍다

무게 역시 아이패드가 730g(3G 모델), 680g(와이파이 모델)인데 반해 갤럭시탭은 386g에 불과하다. 두께도 아이패드가 13.4㎜, 갤럭시탭은 11.98㎜로 갤럭시탭이 2㎜ 정도 얇다. 외형적인 면만 따져봤을 때 갤럭시탭이 기동성에서 앞선다고 볼 수 있다.

갤럭시탭과 아이패드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통화 서비스의 지원 여부다. 갤럭시탭이 음성과 영상통화 모두를 지원하는 것에 반해, 아이패드는 오로지 인터넷만 이용할 수 있다는 단점을 지니고 있다.

갤럭시탭은 안드로이드 프로요 2.2 운영체제를 탑재하고 있고, 아이패드는 아이폰 3GS 시절의 운영체제인 iOS 3.2 운영체제를 탑재하고 있다. 배터리 면에 있어서는 아이패드가 3시간 정도 더 길다. 하지만 단말기 자체의 크기가 작기 때문에 배터리 저장량에서도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삼성의 해석이다.

태블릿 PC의 핵심 기능인 애플리케이션은 스마트폰의 상황과 같다. 아이패드는 애플 앱 스토어에 시판된 앱을 기반으로 하고 있고, 갤럭시탭은 안드로이드 마켓과 삼성 앱스토어, SK텔레콤 티스토어에 시판된 앱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다만, 갤럭시탭도 갤럭시S처럼 기본으로 장착된 앱이 많고, 전문분야에 대한 콘텐츠를 다양하게 탑재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정백현 기자 jjeom2@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