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에 놀란 가슴
정기예금으로 달랜다

원금보장의 안정성과, 주식시장이 바닥까지 왔을 거라는 예상으로 부자들은 ELD에도 주목하고 있다.
ELS만큼의 수익률을 올리지는 못해도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살을 에는 한파에 옷깃을 여미면서도 먹잇감에서 결코 눈을 떼는 법이 없다. 요즘 부자들은 ‘정중동(正中動)’이다. 부동산시장은 아직 회생의 기미가 엿보이지 않고, 신흥 시장 펀드는 말만 들어도 몸서리가 난다. 하지만 위기와 기회는 동전의 양면이다. 강남 부자들은 안전자산에 돈을 묻어두고 ‘때’를 기다린다.

금융시장은 고객들의 불안을 자양분으로 성장한다. 저금리지만 안전성이 뛰어난 정기예금 상품부터, 적금처럼 통장에 금을 적립할 수 있는 골드리슈, 그리고 건강 증진을 겨냥한 ‘하나 S-라인 적금(Green)’까지, 은행권은 ‘시류(時流)’에 충실한 금융상품을 앞세워 ‘성장’과 ‘수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좇고 있다.

정기예금 여전히 인기폭발

요즘 뜨고 있는 상품이 바로 일시납 연금보험이다. 부자들이 일시납 연금보험 상품을 선호하는 이유는 다름 아닌 거액의 이자 때문이다. 수십억 또는 수백억 원의 자금을 일시납으로 넣어둘 경우 만기 때 최소 1000만원까지 이자를 받을 수 있다. 정기예금도 마찬가지로, 거액의 돈을 넣어둘 경우에 이자를 수백만 원씩 받을 수 있다.

각 은행들도 정기예금 상품을 출시, 부자고객들의 마음을 유혹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정기예금이면서 적금처럼 자유롭게 추가 입금할 수 있는 정기예금 상품인 ‘투인원 적립식 정기예금’을 판매하고 있다. 이 상품은 CD 및 금융채 유통수익률을 연동해 적립식이면서도 고금리를 적용시킨다. 6개월 이상 월단위로 최장 3년까지 약정할 수 있으며, 횟수 제한 없이 추가 입금이 가능하다. 중도에 환급이 되지 않는 일반 정기예금과 달리 연금처럼 ‘원금+이자’로 분할 수령을 할 수 있고, 6개월이 경과되면 1회에 한해 일부를 인출할 수 있다.

입금액이 1000만원 이상은 0.1%p, 3000만원 이상 및 1억원 이상은 각각 0.2%p와 0.3%p의 우대금리를 추가 지급한다. 또 인터넷 신규고객 및 50만원 이상 추가 입금 고객 그리고 4월 말까지 5년 이상 거래 고객에게 각각 0.1%의 우대금리를 추가로 지급한다.

서비스로 보험을 들어주는 예금상품도 있다. 하나은행은 최근 경제위기 속에서 여러 기업들이 자전거를 이용한 에너지 절감 및 개인의 건강증진을 유도하기 위해 ‘하나 S-라인 적금(Green)’을 판매하고 있다. 이 상품은 체중 감량에 따른 보너스 금리 제공 이외에 신규고객에 한해 자전거보험을 무상으로 가입해 준다. 자전거보험은 자전거 사고로 사망, 후유장애 시 최고 3000만원 보상 또는 4주 이상 치료를 요하는 사고에 40만원이 보상된다.

원금보장형 ELD도 주목받아

대표적인 지수연동상품 ELS, ELD, ELF. 이 중 ELS는 지난해 발급됐던 상품들이 수익률 -80%까지 내려가면서 올해 만기인 투자자의 가슴에 못을 박고 있다. 이는 ELF도 마찬가지이지만, ELD는 사정이 조금 다르다. 세 상품 중 원금보장이 되는 ELD이기 때문에 수익을 벌지는 못해도 원금을 지킬 수 있는 것이다.

하나은행은 국내 코스피200지수 변동에 따른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하나 지수플러스 정기예금’을 판매 중이다. 이 상품은 3월20일까지 판매되며, 종류는 ‘적극형 28호’, ‘안정형 35호’ 2가지가 있다. 적극형 28호는 결정지수가 기준지수 대비 120% 미만으로 상승할 경우 최고 연 12.35%의 고수익을 볼 수 있다. 기간 중 1회라도 장중 지수가 120% 이상이면 연 3.90% 확정수익을 준다.
안정형 35호는 결정지수가 기준지수 대비 120% 이상 상승할 경우 최고 연 6.40%의 고수익을 볼 수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 3월6일까지 600억원 한도로 ‘세이프 지수연동예금(ELD)’를 판매했다. 이 상품은 4월에도 다시 선보일 예정이다. 상품 종류는 원금보장과 함께 최고 연 13.6%의 수익률이 가능한 고수익형(1년제), 상한지수 없이 주식시장은 상승에 비례해 수익률을 경정하며 최고 수익률이 무제한인 상승형(1년제), 하한지수 없이 주식시장의 하락에 비례해 수익률을 결정하는 하락형(1년제) 등으로 구성돼 있다. 주의할 점은 100% 원금보장은 예금만기일까지 보유할 경우에만 적용되므로, 이전에 중도해지할 경우에는 중도해지수수료로 원금손실을 초래한다는 점이다.

안전한 수익 금적립계좌도 각광

현재 금가격이 지난 2월보다 떨어졌다고 해서 금테크가 식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부자들은 온스당 900달러까지 하락한 이 시기를 금테크의 기회라고 보고 금투자에 주목하고 있다. UBS골드바를 직접 사는 경우도 있지만, 안전성을 함께 가져가고 싶은 부자들은 ‘금적립통장’을 선호한다.

현재 금적립통장은 신한은행과 기업은행밖에 없다. 신한 골드리슈 금적립계좌는 최근 1년 수익률이 68.22%, 기업은행도 최근 1개월 수익률이 19.5%를 기록했다.

신한은행의 ‘골드리슈 금적립계좌’는 적금처럼 통장에 금을 적립할 수 있는 상품이다. 가입 기간은 6개월 이상에서 3년 미만으로, 투자자는 매달 일정한 금액 또는 일정한 양의 금을 적립할 수 있다. 월 불입액이 10만원이라면 매달 10만원어치의 금이 통장에 적립되고, 이와 달리 매달 10g의 금을 모으기로 했다면 금값 변동에 따라 금 10g에 해당하는 돈이 계좌 이체로 빠져나간다. 물론 통장에는 10g의 금이 쌓인다.

기업은행의 ‘윈클래스 골드뱅킹 금적립계좌’는 최초로 가입할 경우, 금 1g 이상에 해당되는 금액을 넣고 그 후에 매달 1만원 이상 불입하면 통장에 급이 적립된다. 만기 또는 중도해지할 경우 해당 시점의 금 시세로 환산한 돈을 돌려받는다.
김현희 기자 (wooang13@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