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란 대비해서 예약받습니다.' '대란 곧 온다고 하네요. ㅍㅇㅂ(페이백을 뜻하는 초성으로 27만원 이상의 보조금만을 일단 할인해주고 추가 보조금은 1~3개월 후 가입자의 통장으로 주는 것을 뜻하는 단어) 언급 금지입니다.' 온라인 커뮤니티나 밴드(BAND) 채팅방을 통해 쉽게 받을 수 있는 공지다. 보조금 27만원의 이상이 풀리는 때가 종종 있으니 이를 대비해 예약을 해놓으라는 얘기다. 이런 '대란'경우가 잦다보니, 제 값에 스마트폰을 사는 사람들은 '호갱(호구+고객)'이라고 불릴 정도다. 안녕하지 못한 스마트폰 보조금 시대다.

 

지난해 주요 5개 단말기 평균 출고가는 96만5000원으로 조사됐다. 2008년 51만5000원이었던 것에 비해 2배 가량 비싸진 가격이다. 단말기 평균 출고가는 지난 6년 간 계속 증가해 왔다. 아이폰이 처음 출시된 2009년 73만8000원으로 껑충 뛴데 이어 2010년 86만5000원·2011년 91만9000원·2012년에는 101만원까지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다 보니 가계 내 통신비 부담이 심해졌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보조금 27만원 가이드라인도 크게 실효성이 없다는 주장도 일각에서는 계속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대란' '폭탄' 등으로 불리는 불법 보조금이 살포되면서 단말기를 차별적인 가격에 구입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차별적인 대우를 받고 있다는 불만도 터져나온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지난 5월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을 통과시켰다. 이의 시행령에 따르면 동일한 단말기에 대해 차별적 행태를 할 수 없으며, 가입자 평균 예상 이익과 이동통신단말장치 현황, 통신시장의 경쟁 상황 등을 고려해 단말기 구매 지원 상한액에 대한 기준 및 한도를 설정한다. 

이에 대한 스마트폰 제조사와 이동통신사들의 속내는 어떨까. 이후 책정될 보조금 상한선은 얼마 정도가 좋을까. 국내 이동통신사업자 및 관계자, 제조사들이 24일 방송통신위원회 주최로 열린 '단말기 보조금 상한 정책방안 토론회'에서 모여 입장을 밝혔다

 

SK텔레콤 "지금의 과도 보조금은 제조사 장려금 탓, 추후 지원금 구별해 공시해야"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은 이동통신사와 제조사들의 장려금과 보조금이 구별돼 공시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단말기 보조금에서는 이동통신사보다는 제조사들의 장려금의 비중이 높아진 만큼 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상원 SK텔레콤 정책협력실장은 "제조사 재원의 지원금은 출고가 인하와 상관관계가 존재하며, 지원금 구조의 투명화는 출고가 인하로 연결된다"며 "이통사 및 제조사 지원금의 상한 구분 및 구분 공시를 통해 지원금 지급 주체인 이통사 및 제조사의 책임성을 강화하고 지원금의 투명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KT "이통사 입장 유사, 단말 적정 출고가와 가격을 "

KT도 SK텔레콤과 비슷한 입장을 내놨다. 다만, 보조금인 통신사 마케팅 비용이 늘어난다고 해도 회사 측에 이득이 되는 부분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서기홍 KT CR 팀장은 "이동통신사의 입장은 유사하다"며 "통신사는 소비자에게 매년 요금과 결합 할인 등 다양한 할인 혜택을 주고 있어 보조금이 적정 수준이었던 과거 대비 가입자당 매출액에는 크게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단말기 가격 부담을 줄이기 위해 단말 보조금이 유일한 수단이라고 생각"한다며 "단말기 가격과 적정 출고가와 적정선을 짚는 것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LG유플러스 "신규, 기기변경, 번호이동 가입자 간 차별적 보조금 필요"현재 이동통신 3사 중에서 가입자 비율이 적은 LG유플러스는 새로운 규정을 제시했다. 신규가입자와 기기변경 가입자 간의 차별절 보조금을 지원하자는 것이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번호이동 (MNP·Mobile number portability) 신규 가입자에게는 '스위칭 코스트(Switching cost)'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기존 통신사에서 갖고 있었던 포인트 등 혜택을 버리는 비용인데 이를 감안해 5만~8만원의 추가 지원금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기기 변경 위주의 시장 고착화는 시장을 위축시킨다"고도 했다.

LG유플러스 측은 가입 요금제와 단말기 기기에 대한 보조금을 공시한 뒤, 신규 가입자의 경우에는 5만원 이상의 추가 보조금을 더 줘야한다며 이야기를 마무리 지었다.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 "보조금 정액 방식으로 평균 10만~27원대 원해"

 

알뜰폰은 이동통신 3사의 보조금 상한 가이드라인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드러냈다. 현재 전체 이동통신시장의 5.6%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통사의 보조금을 쓸 수록 성장세가 둔화되기 때문이다.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는 "방송통신위원회에 제의했던 바로는 정액 방식으로 평균 10만~27만원 이하에 책정되길 원한다는 업체의 이야기를 전달해온 바 있다"며 "출시 이후 15개월 이후의 단말기뿐만 아니라 단종 이후 6개월까지 유예를 해달라"고 입장을 전했다.

삼성전자 "보조금 27만원 이상 필요, 출고가 비례해 결정"삼성전자는 27만원 이상의 보조금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지원금 상한액 산정 방식이 이동통신 단말의 사정을 반영하지 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가이드라인인 27만원은 피처폰 당시 책정된 금액이기 때문에 최근의 가입자 수익률을 반영하지 못한 것이니 현실화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측은 "지원금의 결정방식은 이통사의 단말기 출고가에 비례해 책정해야 한다"고도 했다.  

 

LG전자 "단말기 유통단계 나눠 차별적 지급하자"

LG전자는 스마트폰 라이프 사이클을 고려해 주기에 맞춰 보조금을 차별적으로 지급하길 원한다고 주장했다. 안병덕 LG전자 판매기획실장은 "출시 후~9개월까지 기준 보조금 상한액 준수하고,  9~12개월의 스마트폰에 대해 지원금 상한 보조금에 30%를 추가 지원하고, 12개월~15개월의 경우 추가 50%를 보조금을 차등적으로 지원하자"고 했다.

 

팬택 "27만원 이하, 워크아웃 기업은 예외로 해달라"

워크아웃 상태에 있는 팬택 측은 "보조금 시장을 안정화 해달라"는 부탁과 함께 "워크아웃과 같은 상황에 빠져있는 기업은 예외로 고려해달라"고 전했다.

이제까지 줄곧 27만원 이상의 보조금 가이드라인을 주장한 팬택 측은 전과 다르게 20만~27만원의 보조금을 주장하고 나선 것. 박창진 팬택 부사장은 "회사가 힘이 있거나 돈이 있지 않다보니 시장 안정화가 오히려 기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보조금 규모가 줄어들면 지금보다 출렁거리는 폭이 적어져 이 시장이 지금보다 한층 안정화되지 않겠냐는 것이다.

박 부사장은 말미에 "경영이 어려운 기업 특수한 기업에게는 보조금 상한 제외 조치가 필요하다"고도 주장했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최대 50만원, 하한선에서는 자유롭게"

단말기 판매업체 15만개를 대변하는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측은 상한액을 최대 50만원으로 선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따. 그대신 최대 금액 아래에서는 시기와 금액은 탄력적으로 운영하자고도 했다.

 

지원금 총액=사업자 지원금+제조사 지원금

1)사업자 지원금의 경우에는

사업자 지원금=1인당 예상 매출액(ARPU)*EBITA(영업을 통해 실제 얼마나 벌었는 지를 측정하는 값)마진율1인당 예상매출액=월 인당 매출액*1인당 평균 유지개월수+잉여매출

2)제조사 지원금의 경우에는

평균 출고가*사업자와 제조사간 합의한 공토 판촉비 출고가의 5~25%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측은 "보조금 지출이 감소하면 이동통신사의 이익이 증가할 뿐이지 통신비 인하로 이어지지 않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며 "이해당사자들의 역학관계와 사회적 합의에 따라 보조금 가이드라인 결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