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광속으로 변하는 경영환경 속에 신(新)리더십의 조건이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10월 30일 멕시코 아카풀코에서 열린 세계국가올림픽총연합회(ANOC) 총회 일정을 마치고 귀국하면서 21세기 리더의 자질로 창의력과 새로운 문화에 대한 빠른 판단과 적응력, 신문화를 많이 접할 수 있는 젊음을 제시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 역시 지난 1일부터 계열사의 내년 사업계획을 점검하는 컨센서스 미팅 (Consensus Meeting)에서 ‘창의와 자율’ 조직 구축 및 인재 확보를 강조한다. 최근 부각된 신리더십은 ‘Y.S.C.A’로 압축된다. 각 이니셜은 젊음(Young), 신속(Speed), 창의력(Creativity), 적응력(Adaptabilty)을 의미한다.


■Y(젊음 Young)=삼성, LG와 같이 글로벌기업의 CEO들은 해외 법인 점검 등을 포함, 해외 출장 일정이 1년 중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이를 반영하듯 그룹 계열사 사장 및 임원들이 많이 사용하는 삼성 전용기 3대는 1년 중 절반 이상을 운항하고 있고 LG 전용기도 도입 2년 동안100만Km(62만마일), 지구 25바퀴를 돌았다. 이 회장이 향후 리더는 다양한 문화를 많이 접하도록 해외에 많이 나가야 하는데 이런 환경에는 젊은 사람이 적합하다고 말한 것은 바로 지치지 않는 체력을 의미하기도 한다.

■S(신속 Speed)=항공업계에 따르면 이 회장이 전용기로 출장할 때면 기장은 미리 엔진을 켜놓고 이 회장이 탑승하자마자 바로 이륙한다. 그만큼 스피드를 중요시하는 이 회장의 의중을 반영한 것이다. 이 회장은 “빠르게 변하는 21세기에는 판단과 결정도 그만큼 빨라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이 불모지였던 3D TV 시장 진입. 개척을 결정하고 스마트폰 부문에서 갤럭시S로 발빠르게 대응한 것이 스피디(Speedy) 삼성을 대변한 것이다.

■C(창의 Creativity)=구본무 LG 회장은 내년 ‘경영화두’로 창의성을 강조했다. LG화학이 2차전지로 신성장동력을 가동하고 있는 반면 LG전자의 경우 휴대전화 부문에서 창의적 제품이 아니라 과거 히트 상품에 집착한 것이 패착의 원인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건희 회장도 과거 일본기업 따라가기에서 혁신상품으로 시장 개척을 해야 하는 퍼스트 무버로서 리더의 덕목으로 ‘창의력’을 가장 먼저 꼽은 바 있다.

■A(적응 Adaptability)=21세기 기업은 ‘단순 성장’이 아니라 ‘빠르게 진화’해야 하는 입장이다. 예를 들어 아이패드라는 신제품을 접한 후 이를 새로운 문화로 받아들이고 새로운 혁신 제품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되는 셈이다. 재계 관계자는 “글로벌 시대는 복합문화 시대를 의미하며 이를 적용해 ‘맥(脈)’을 찾아내는 것이 CEO의 새로운 덕목”이라고 강조했다.

대우인터 껴안기 포스코 지극 정성

정준양 포스코 회장이 ‘한 식구’가 된 대우인터내셔널과 글로벌 사업의 밑그림을 새로 그릴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은 지난달 28일 오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시 뮬리아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대우인터내셔널을 “한 가족으로 모셔왔다”고 말했다.

인수기업에 대해 “모셔왔다”는 표현은 그 기업에 대한 최고의 예우로 볼 수 있다.
이어 이날 반탄주 찔레곤시 크라카타우스틸 옆 부지서 열린 일관제철소 부지 조성 공사 착공식에서는 포스코 회사 소개 동영상에 포스코 CI와 동일한 크기의 대우 CI를 삽입해 대우인터내셔널이 포스코의 한 식구임을 거듭 강조했다.

정 회장은 대우인터내셔널을 자신이 꿈꾸는 ‘글로벌 포스코’ 실현의 중요한 축이면서, 계열사가 아닌 ‘파트너’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포스코는 앞으로 대우인터내셔널과 포스코 건설과 함께 선단 부대로 (해외에) 나가서 프로젝트성 사업을 기획ㆍ제안하고, 이를 통해 현지 시장에 진출하는 그런 큰 꿈을 계획 및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오너의 귀환’

박삼구 회장, 제2 창업각오 현안 챙기기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지난 1일 공식적으로 경영 일선에 복귀해 현안 챙기기에 나섰다. 이날 금호그룹에 따르면 박 회장은 오전 7시께 사옥 본관 27층 집무실로 출근해 업무를 시작했다. 박 회장은 그룹 명예회장으로 물러났던 당시에도 집무실을 찾았지만 경영 복귀 선언 후 공식 첫 출근은 1년 3개월 만에 처음이다.

박 회장의 '컴백'을 두고 그룹 내부적으로는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금호그룹 한 직원은 “오너의 복귀로 인해 구심점이 생기면서 임직원들 사이에 예전의 활기와 긴장감을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라고 전했다. 이에 반해 임원들은 ‘오너의 귀환’으로 긴장감이 더 커졌다며 신발 끈을 다시 동여매는 모습이다.

박 회장은 워크아웃 중인 그룹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한편 이달 중 사장단 회의를 소집해 내년도 사업 계획은 물론 중장기 현안을 꼼꼼히 챙길 예정이다. 특히 내년은 금호그룹이 3년 내 워크아웃을 끝내기 위한 디딤돌이 되는 중요한 한 해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금호그룹의 각 계열사는 이미 내년 사업 계획 수립을 마쳤거나 최종 점검 단계에 있다. 박 회장이 연말 즈음 경영에 복귀할 것이란 게 기정사실화했던 만큼 계열사별로 철저한 준비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호그룹 주력 계열사 관계자는 “내년 사업 계획에 대한 막바지 점검 중”이라며 “올해에도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지만 내년에는 더 나은 수익 창출을 위해 힘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당초 예정된 12월 초순이나 중순보다 이른 시점에 각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를 불러 전략 경영 보고 시간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박 회장은 그룹 임직원들과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조만간 전 직원에게 ‘제2의 창업’이라는 각오가 담긴 이메일을 보낼 것으로 알려졌다.

“코닝사와 전략적 동반자 관계 강화”

이건희 회장-호튼 명예회장, 승지원 회동 우애 과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미국 코닝사의 제임스 호튼 명예회장과 만나 양사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지난 3일 삼성그룹은 사내 방송을 통해 이 회장과 호튼 명예회장과의 만찬회동을 공개하며 이 회장과 호튼 명예회장이 지난 2일 한남동 승지원에서 만나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강화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호튼 명예회장은 150년이 넘은 기업 코닝을 위기에서 구한 전설적 경영자로 2001년 IT 버블 붕괴로 회사가 위기에 처하자 경영 일선에 복귀해 회생을 진두지휘한 바 있다.

또 삼성과 코닝사는 고 이병철 회장 때부터 협력관계를 맺어왔고 1973년에는 합작으로 삼성코닝(현재 삼성코닝정밀소재)을 설립해 40년에 가까운 인연을 맺고 있다.
최근에는 코닝과 삼성코닝정밀소재가 태양전지 기판유리 개발 및 생산을 위해 ‘코삼테크날러지’라는 합작회사를 설립하기도 했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호튼 명예회장이 현직에서 물러났기 때문에 구체적 사업협력보다는 광범위한 협력관계에 대해 논의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리= 김세형 기자 fax123@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