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역사는 대략 수천 년이 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처음에는 거북이등뼈, 대나무, 점토 등에 문자와 그림을 그려서 책을 만들었다.

오늘날 형태의 책은 종이가 만들어지고 인쇄 기술이 발달하면서 등장했다. 종이책의 등장 덕분에 책의 대량생산이 가능해졌고, 책의 대중 보급도 시작됐다.

과거의 책이 종이로 만들어진 지식의 보고였다면, 스마트 시대의 책은 종이의 벽을 넘어 IT기술을 타고 무궁무진한 형태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PC와 인터넷의 발달로 e북이 탄생했다. e북의 출현으로 기존의 종이책 출판업체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디지털에 익숙한 사람들은 종이책 대신 e북을 선택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변화를 재빨리 감지한 곳이 글로벌 도서 판매 업체 ‘아마존’이다.

아마존은 종이책을 인터넷으로 유통시키면서 e북을 팔았다. 시도해보니 수요가 점진적으로 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아마존은 2007년에 킨들(Kindle)이라고 하는 e북 단말기를 만들어서 판매했다.

책과 크기만 비슷하지 종이책을 넘기는 느낌이 없고 399달러라는 높은 가격이어서 아무도 사지 않을 것이라는 비판이 있었다. 그러나 킨들은 지난 5월까지 300만 대를 팔았다. 미국 도서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3~5%를 차지할 정도로 성공했다. 종이책이 전자책으로 진화한 사례다.

아마존의 성공에 자극받은 미국 대형 서점 ‘반즈앤노블’은 지난 10월 ‘누크(Nook) 컬러’라는 새로운 전자책을 선보였다. 흑백의 킨들에 반해 누크는 컬러다. 책 콘텐츠에 동영상도 지원되고 총천연색의 잡지를 볼 수 있다.

누크 컬러는 1024×600 해상도를 지원하는 안드로이드 기반의 태블릿 PC다. 전자책 단말기를 지향하고 있지만 인터넷 검색, 멀티미디어 재생 기능을 갖추고 있다. 애플의 아이패드나 삼성전자의 갤럭시탭과 같은 태블릿PC와 큰 차이가 없다.

이제 e북 단말기와 태블릿PC와의 경계가 사라졌다. 애플의 아이패드에도 아이북 앱이 있고, 갤럭시탭에도 e북 기능을 탑재하고 있다. 태블릿PC와 e북 단말기와 구분이 없어지면서 책의 형태의 진화가 또 다시 이뤄지고 있다.

종이책의 콘텐츠를 e펍(Pub)을 이용하여 PC나 단말기에서 볼 수 있도록 미디어만 변화한 것이다. 특히 스마트 폰이나 태블릿PC에서는 앱 형태로 책을 만들어 볼 수 있다.

e북이 아닌 앱북(AppBook)이 가능해지면 책의 제작 방법이 바뀌고 유통 방식이 바뀔 수 있다. e북은 출판업체나 유통업체들이 e북으로 전환하여 만들어지고 북 스토어에서 유통되어 저자가 들어갈 자리가 없다. 그러나 앱북은 저자가 직접 앱을 만들어 앱 스토어에서 독자와 직접 거래할 수 있다.

특히 책의 형태에서 혁명적인 변화가 일어난다. 종이책이나 e북은 독자가 책의 내용을 보는 기능만 있다. 그러나 앱북에서는 책의 내용을 음성으로 전환할 수 있고 움직이는 그래픽이나 영상을 삽입할 수 있어서 읽고 말하는 책을 만들 수 있다.

또한 프로그래밍하기에 따라 책의 내용을 보고 메모를 하거나 자신의 생각을 입력할 수가 있어서 독자가 반응하는 책을 만들 수 있다. 쉽게 말해 앱북은 읽고, 말하고, 쓰는 기능을 제공하여 독자를 콘텐츠 창조자로 만들 수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앱북에 소셜 네트워크 기능을 추가하면 책의 내용을 다른 사람과 토론하고 책 친구도 만들 수 있다. 이를 소셜 앱북(Social App Book)이라고 칭할 수 있다. 소셜 앱북은 책에 대한 실시간 토론이 가능하게 만든다.

이제는 책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할 때다. 새로운 기술과 미디어의 등장으로 책의 의미를 다시 해석해볼 만한 시대가 온 것이다.

김영한 앱컨설팅 대표
ykimceo@naver.com
삼성전자 컴퓨터 사업부장을 거쳐 국민대 경영대학원 교수를 역임했다. 앱MBA, 앱에디터를 개발했으며 60권의 경영 도서를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