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세월호 참사까지 겹쳐 주춤했던 유통가 경기가 월드컵을 기점으로 다시 살아날 것이라는 업계의 전망은 빗나갔다. 우리나라가 2014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예선 2차전에서 알제리에 패함으로써 16강 진출이 사실상 어렵게 되자, 장기화된 내수침체를 벗어나길 기대했던 월드컵 특수에 제동이 걸렸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 때도 3월 천안함 사건이 발생해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가 가라앉으면서 소비심리 또한 위축됐지만, 대표팀이 원정 첫 16강이라는 성적을 거둬 유통 경기가 되살아난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경기 시간이 주로 새벽시간 대 인데다 16강 진출이 어려워지면서 관련 업계는 울상이다.

알제리전 승리 또는 무승부를 전제로 업계가 준비했던 이벤트는 무산됐고, 분위기가 가라앉으면서 관련 마케팅에 대한 호응도 역시 거의 사라진 상태다.

먼저 이마트는 축구대표팀이 알제리전에서 이기거나 비길 경우, 250여개 품목을 최대 50% 할인하는 이벤트를 대표팀이 패하면서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앞서 러시아전 당시에는 승리를 전제로 준비했던 이벤트를 대표팀이 선전하면서 그대로 진행했지만, 알제리전에서는 경기 결과가 좋지 않아 취소했다.

홈플러스도 러시아전 한국의 첫 골을 기념해 최대 30% 할인행사를 했는데, 이번에는 대표팀의 부진으로 판촉행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

대형 유통업체뿐 아니라 응원도구를 판매하는 소규모 상인들 역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월드컵 응원도구와 관련 패션 소품을 대규모 물량으로 구비해 놓은 업체나 상인들 사이에서는 재고 처리에 대한 걱정이 크다.   

업계 전문가는 “지난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당시 유통업계 매출이 20% 가량 뛰어올랐지만, 이번 월드컵의 경우 새벽 시간대 경기가 많아 월드컵 특수를 노렸던 업체들의 성과가 기대에 못 미쳤다”면서 “16강 진출이 불투명해지면서 더 이상 월드컵 특수를 기대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어 “다가오는 여름 휴가가 유통가에는 또 한번의 특수를 노릴 수 있는 기회”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