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로스쿨(Law school, 법과대학원) 출신의 버락 오바마가 미국의 차기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한국 내의 하버드 출신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 하버드총동문회가 밝힌 자료에 따르면, 동문회에 등록된 전체 한국인 동창 수는 1800명 정도다.
이 중에서 오바마 당선자가 졸업한 하버드 로스쿨(법과대학원) 출신은 1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지만 동문회에 등록, 파악이 가능한 사람은 20여명 정도다.
법조계 인사로는 김&장법률사무소의 김영무 대표변호사, 장세원·현찬욱 변호사가 있고, 법무법인 안세의 강기원 변호사, 법무법인KCL 이건개 변호사 등이 있다.
학계에는 한양대 박대근 교수가 하버드대 로스쿨 출신이고 정계에서는 박재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을 비롯해 신혜경 국토해양비서관 등이 하버드 로스쿨 동문이다. 또 한나라당의 고승덕 의원과 강용석 의원, 자유선진당의 이영애 의원도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했다.
재계에서는 조현문 ㈜효성 전략기획본부 부사장, 곽태선 세이에셋코리아자산운용 대표, 이현승 SK증권 부사장 등이 하버드 로스쿨을 나왔다. 특히 조 부사장과 곽 대표는 하버드 로스쿨 정규학위과정(3년)을 졸업한 몇 안 되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국내의 하버드 로스쿨 졸업자 가운데 오바마 당선자와 비슷한 시기에 학교를 다닌 인물로는 김&장 법률사무소의 장세원 변호사가 있다. 장 변호사는 오바마 재학 중이던 1990년도에 하버드 로스쿨을 다녔다.
장 변호사는 하버드대학 시절 오바마가 기억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한두 번 수업을 같이 들었을 수는 있지만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장세원 변호사 오바마와 같이 학교 다녀
하버드 로스쿨과 함께 하버드대학의 양대 산맥으로 꼽히는 하버드 비즈니스스쿨(HBS,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국내 인사는 약 180여명에 달한다. 그러나 이들 중 상당수는 AMP와 같은 단기과정을 수료한 이들이다.
한국 대학의 최고경영자 과정과 비슷한 AMP는 현장 경험과 경력이 풍부한 기업의 중견간부들을 대상으로 개설된 과정이다. 국내 대학의 최고경영자 과정이 일주일에 한두 번 저녁시간에 모여 수업을 듣는 반사교장 비슷한 분위기라면 하버드대학의 AMP는 13주 동안 기숙사에 입소해 아침부터 오후까지 실제 기업경영에서 발생한 각종 경영 사례를 토론하고 연구하는 방식으로 수업이 이뤄진다.
동원그룹 김재철 회장, 삼성생명 이수빈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등이 하버드대에서 AMP를 받았다. AMP 출신을 제외하고 하버드 비즈니스스쿨을 졸업한 재계 인사로는 삼성전자 이재용 전무, SBS 윤석민 대표이사, 민선식 YBM시사영어사 사장, 이성용 베인&컴퍼니 한국대표 등이 꼽힌다.
하버드 비즈니스스쿨 출신들은 대부분 1980년대 이후 해외유학이 자유화된 이후에 졸업한 30~40대의 소장파가 많은 데, 이들은 대부분 국내의 대기업이나 외국계 컨설팅업체에 근무하고 있다. 실제로 맥킨지와 배인앤컴퍼니에는 하버드 비즈니스스쿨 출신들이 20명 이상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학계에서는 조동성 서울대 교수가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출신인데 조 교수는 대부분의 하버드 비즈니스스쿨 출신들이 기업현장이나 컨설팅업계에 몸담는 것과는 달리 학교에 남은 드문 사례다.
한국의 하버드대 출신 중에서 가장 숫자가 많고 동문들의 활동도 활발한 곳이 케네디스쿨(KSG, 행정대학원)이다. 하버드대학 한국총동문회에 등재된 케네디스쿨 출신들의 숫자는 약 190여명에 달한다. 케네디스쿨을 졸업한 한국인들이 많은 까닭은 1981년 말부터 정부가 공무원 국제화 작업의 일환으로 해마다 공무원들을 케네디스쿨에 연수를 보냈기 때문이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을 비롯해 유지창 은행연합회장, 이우철 금감원 부원장, 이현승 SK증권 부사장 등이 모두 이 같은 케이스로 공직 재직 중에 케네디스쿨을 다녔다.
이 밖에 국내의 일반 대학원이라고 할 수 있는 하버드 문리대학원 출신들은 국내외 정·재계와 학계, 관계에 널리 퍼져 있는데 고건 전 국무총리, 한덕수 전 국무총리, 이정우 경북대 교수, 이상승 서울대 교수, 강문석 LG텔레콤 부사장 등이 있다.
또 홍정욱 한나라당 의원은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든 하버드 학부 졸업생이다.
그동안 국내의 하버드대 동문들은 학교의 명성에 비해 그렇게 동문모임이 활발하지 않았다. 컨설팅업계에 종사하는 비즈니스스쿨 출신들이 업무상 정보 교환을 위해 모임을 가지는 것을 제외하고는 1년에 한 번 모이는 것도 쉽지 않다.
실제로 하버드대 한국총동문회는 지난 2004년부터 동창회와 대학 학과별 동문회를 활성화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으나 2006년 송년회를 마지막으로 동문회 활동이 유명무실해졌다.
그러나 최근 버락 오바마가 미국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하버드대 한국총동문회의 역할론이 부각되며 동문모임이 활성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12월6일 당선축하 겸 송년회 열어
한국 하버드대 총동문회(회장 이영애 자유선진당 의원)는 지난 11월6일 이사회를 열어 12월6일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오바마 당선자 축하를 겸한 송년회를 열기로 했다. 2006년 열린 이후 2년 만에 부활한 송년회다.
하버드대 총동문회는 이번 송년회를 계기로 동문회 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해 이메일과 우편으로 초청장을 발송한 데 이어 전체 동문 1800여명 중 국내에 있는 1000명에게 일일이 통화해 참석을 독려했다.
이에 대해 하버드대 한국총동문회를 맡고 있는 강용석 의원은 “동문회 집행이사회를 중심으로 오바마 당선을 계기로 하여 하버드 동문 출신으로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전문가 등을 초청, 워크숍을 개최하는 방안 등 동문회가 오바마 행정부와의 연결고리 역할을 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과연 하버드대 동문회가 오바마 시대에 한국과 미국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이형구 기자 (lhg0544@ermedia.net)

박스
재계, 오바마 정부 줄 대기 분주

경제단체, 美 민주당 인사 초청 강연회 잇따라

재계가 오바마 정부와 소통 창구를 찾는 데 분주하다. 가장 먼저 움직인 곳은 무역협회(회장 이희범). 무역협회는 지난 14일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을 초청해 강연회를 개최해 회원사들이 미국 민주당 인맥과 교분을 쌓는 자리를 마련했다.
전경련(회장 조석래)도 지난 18일 오바마 행정부의 민간 싱크탱크로 알려진 전략 컨설팅업체 ‘스톤브리지 인터내셔널’의 공동회장인 찰스 프린스, 워런 루드먼 공동 회장과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백악관 안보자문 보좌관을 지낸 새뮤얼 버거를 초청해 ‘금융위기와 미국 차기 정부의 정책’이라는 주제로 비공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새뮤얼 버거 등은 “금융위기로 미국경제가 어렵지만 경기부양을 위해 각종 SOC건설이 활성화돼 한국기업에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요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재계가 오바마 정부와의 커뮤니케이션 채널 확보에 나서면서 재벌 총수들의 미국 인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 내 인맥이 가장 넓은 재벌총수로는 단연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꼽힌다. 김 회장은 그동안 에니 팔레오마바에가(Eni Faleomavaega), 얼 포머로이(Earl Pomeroy) 같은 미국 연방 하원의원과 교분을 쌓아왔다. 팔레오마바에가 의원은 오바마 의원을 초기부터 지지한 민주당 중진의원으로 하원 국제관계위의 아·태소위 위원장을 맡고 있어 한반도 정책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류진 풍산회장의 미국 인맥 역시 김 회장과 쌍벽을 이룬다. 류 회장은 공화당 인맥은 물론, 이번 대선에서 오바마 지지를 선언한 콜린 파월(Powell) 전 미국 국무장관과도 절친한 관계여서 일정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히 류진 회장은 지난 11월6일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이 참석한 비공식 파티를 개최한 데 이어 지난 14일에는 무역협회가 개최한 앨 고어 전 부통령 초청강연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재계의 이 같은 움직임 속에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가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과 앨 고어 부통령과 잇따라 만나 주목을 끌었다. 특히 이 전무는 고어 부통령과는 특별한 배석자 없이 단독으로 만나 최근 경제위기와 환경문제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이 하버드 출신인 이 전무를 앞세워 오바마 행정부와의 채널 확보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스사진설명-무역협회 초청으로 지난 11월14일 한국에서 강연회를 가진 엘고어 전 미국 부통령

재계의 하버드 출신 인사들
곽태선
세이에셋 자산운용대표
윤석민
SBSi 사장
이성용
베인앤 컴퍼니 코리아 대표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
조현문
(주)효성 부사장

사진설명
하버드대 한국 총동문회는 12월6일 오바마 당선축하회겸 송년회를 열 계회이다. 사진은 2005 송년회 모습

이형구 기자 lhg0544@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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