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태블릿 PC ‘아이패드’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일부에서 시행되고 있는 ‘아이패드 무료 증정 이벤트’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현재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는 업체는 모 요식업체와 인터넷 오픈마켓, 신발 판매업체 등 어림잡아 20여 곳에 이른다.

최근에는 여수세계박람회 조직위원회에서 퀴즈 이벤트를 통해 1위 당첨자 2명에게 아이패드 단말기를 선물로 주겠다는 광고를 인터넷에 내기도 했다.
하지만 속을 따지고 보면 그 아이패드는 결코 공짜가 아니다. 기계를 공짜로 받았어도 돈을 내야 아이패드를 사용할 수 있다. 어불성설로 보이는 말이지만 진짜다. 왜 이런 것일까?

11월 중 국내 출시가 예정된 애플 태블릿 PC ‘아이패드’.


시점을 올해 봄으로 돌려보면 답이 나온다. 올해 초 시장을 장악했던 무료 증정 마케팅의 최고 인기 품목은 바로 아이폰 3GS였다. 이 업체들은 시장의 관심을 얻기 위해 아이폰을 앞세워 각종 이벤트를 실시했다. 사람들은 아이폰을 갖기 위해 너나할 것 없이 이벤트에 참여했고, 이들 중 당첨자는 아이폰을 무상으로 받게 됐다.

하지만 그 다음이 문제였다. 요금 상품에 가입되지 않은 아이폰은 그 자체로 먹통이었다. 전파 수신이 되지 않기 때문. 결국 약정기간이 따로 정해진 요금 상품을 가입한 뒤에서야 비로소 아이폰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기기는 공짜로 받았지만 2년 동안 꼬박 돈을 내고 아이폰만 써야 하는 셈이다. 아이폰을 해지하고 바꾸는 순간 위약금이 돌아온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아이패드 증정 이벤트도 똑같은 형국이다. 공짜 선물의 이름이 아이폰에서 아이패드로 바뀌었을 뿐이다.

요금상품 가입 안 하면 무용지물

아이패드도 무선 인터넷을 기반으로 사용하는 통신 단말기이기 때문에 어떠한 경로를 통해 단말기를 취득했다 하더라도 무선 인터넷 요금 상품에 가입해야 사용이 가능하다. 결국 요금 상품에 가입하지 않으면 아이폰 이벤트처럼 아이패드도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벤트 관련 인터넷 홈페이지 어디에도 ‘요금 상품에 가입해야 아이패드를 쓸 수 있다’는 조항이 없다는 것이다. 그냥 ‘아이패드 무상 증정’이라는 문구만 쓰여 있을 뿐이다.

아이패드 무료 증정 이벤트를 실시하고 있는 모 업체 관계자는 “현재 진행 중인 이벤트는 단말기 무상 지급 행사가 맞다”고 해명했다. 이 업체는 “경품에 대한 제세공과금을 당첨자에게 부과한다는 조항이 있기 때문에 무료 경품”이라고 덧붙였다.

당첨자에게 제세공과금이 별도 부과된다는 것은 이 업체가 자체 비용으로 기기를 산 뒤 이를 무상 경품으로 준다는 뜻이다. 요금 상품 가입 등에 대한 판촉업체의 책임은 없다.

업체 관계자는 “요금 관련 조항을 사전에 알리지 못한 것은 아직 아이패드 국내 출시 및 판매 계획이 확실치 않기 때문”이었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KT가 정확한 아이패드 판매 정책을 확정지으면 당첨자들에게 일일이 통보할 예정”이라는 말을 되풀이했다.

일부 업체에서는 아이패드 출시가 늦어질 것을 우려해 ‘출시 지연 시 현금 증정’ 등으로 이벤트 조항을 바꾸는 움직임을 보였다. 하지만 “소비자의 관심만 끌기 위한 고질적인 무대책 마케팅”이라는 비난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정백현 기자 jjeom2@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