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CEO란 업무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자리다. 수많은 결재 서류와 싸워야 하고,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야 한다. 일에 쫓기다 보면 식사를 꼬박꼬박 챙겨 먹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인지 조찬과 오찬에서 메뉴를 고를 때면 항상 건강식을 고른다.

상대방에 대한 예우인 동시에 자신을 위한 베려 차원에서다. 건강식이라고 하니 값비싸고 화려한 식단을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렇게 생각했다면 큰 오산. 이들의 식단은 일반인과 크게 다를 게 없다. 오히려 검소하기까지 하다.

고령의 나이에도 건강을 바탕으로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현해탄 경영을 벌이고 있는 신격호 회장. 그의 아침 식사는 늘 죽이다. 전복죽은 그가 가장 즐겨먹는 메뉴. 점심과 저녁은 한식과 일식을 번갈아 가며 먹는다. 한식의 경우 돌솥비빔밥과 백반, 일식은 생선회와 조림 등을 반찬으로 곁들인다. 바쁜 업무 일정 상 메뉴가 많은 식단보다는 비빔밥 같이 손쉽게 먹을 수 있고, 영양소가 풍부한 메뉴를 선호한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철저히 한식 위주의 식단을 고집한다. 된장찌개와 신김치는 가장 즐겨 먹는다. 1999년 림프절에 암세포가 발견된 이후 건강 관리 차원에서다. 건강하면 떠오르는 정몽구 현대차 그룹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들은 특별히 음식을 가리지 않는다. 젊은 시절 각각 레슬링과 럭비, 테니스로 단련된 만큼 건강을 위해 식단에 큰 신경을 쓰지 않는다. 대신 현장경영을 중요시하는 스타일 상 쉽고 빠르게 먹을 수 있는 간단한 식사를 즐긴다.

정 회장의 경우 김치찌개를 가장 좋아하지만 해외 출장길에선 라면을 먹는 경우도 있다. 최 회장은 빵과 주스를 즐겨 먹는 편으로 구내식당을 자주 이용한다. 또 해외 출장 중이라면 현지 음식을 즐겨 먹기도 한다. CEO의 식단이라고 해서 특별한 것은 없다. 다만 맛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맵고 짠 맛을 최대한 뺀 음식으로 식단이 구성돼 있다.

김세형 기자 fax123@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