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홈' 가전 3.0시대 또다른 전쟁

 

[사진=삼성전자]
‘KOREA DISCOUNT(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당연하게 통용됐던 시절이 있었다. 일본의 기술력과 독일 제품의 견고함, 미국의 세련됨으로 무장한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은 보급형과 가격경쟁력만을 내세우며 ‘잘 망가지지만 싼 제품을 만드는 나라’로만 기억됐었다. 하지만 이제는 해외 무대에서 한국은 일본‧독일‧미국의 우수성을 한데 담아내고, 시대를 앞서나가는 기술력을 ‘알파’로 내세워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특히 생활가전 분야에서 삼성전자의 두 가지 혁신적 비전이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이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없다. 이 중심에는 세계 가전 트렌드를 미리 읽고, 제조 기술 역량을 높인 삼성전자가 있다.

 

애플‧구글에 비해 한 수 위 ‘스마트홈’

[사진=삼성전자]
‘스마트홈’은 가전업계의 뜨거운 관심사다. ICT 인프라가 잘 갖춰지고, 한결 편한 것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부터다. 스마트홈은 생활가전 제품과 조명을 비롯한 모든 기기를 스마트폰‧웨어러블 디바이스 등으로 언제 어디서든 원격 제어하고 집 안 상태를 실시간으로 체크할 수 있는 홈 솔루션 서비스 전반을 일컫는 단어다.

삼성전자는 이미 스마트홈 시대를 예상하고 구축과 개발을 착실히 진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홈 시장이 2013년 78억달러에서 120억달러로 성장하며, 2015년에는 2배에 달하는 150억달러, 2017년에는 43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스마트홈의 핵심인 ‘사물인터넷(IoT·Internet of Things)’의 성장에서 찾을 수 있다. 지난해 2030억달러 규모였던 사물인터넷 시장은 매년 22%가량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이윤철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전략마케팅 상무는 이미 스마트홈을 구현할 수 있는 환경은 갖춰져 있다고 내다봤다. 이 상무는 올해 초 스마트홈에 대한 구상을 거론하며 “가전제품에 기술을 접목하려면 라이프스타일을 조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판단 아래 R&D를 가장 공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홈 시대를 바짝 앞당길 수 있도록 미국과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등 8개 지역에 ‘라이프스타일 리서치 연구소’를 운영하며 동향을 가늠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홈 구성도. [사진=삼성전자]
이미 올해 1월 삼성전자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4’에서 스마트홈을 공개했다. 이때 공개한 내용은 크게 세 가지다. 통합 애플리케이션으로 개별 또는 여러 가전제품을 한번에 제어하고, 홈뷰를 통해 가전제품에 내장된 카메라로 집 안을 실시간으로 체크한다. 또 스마트한 기능을 탑재한 가전제품들은 필터 교체와 청소주기를 사용자에게 알려준다. 이런 내용들은 모두 삼성 통합 플랫폼과 삼성 클라우드 기반 스마트홈 서비스 서버에서 관리된다. 클라우드와 서버는 실시간으로 내용을 교환하고, 처리하며 사용자의 패턴을 저장해 미처 사람이 생각지 못한 부분까지도 해결해줄 수 있게 된다.

삼성전자가 그린 로드맵 외에도 스마트홈 구축에서 중요한 세 가지는 클라우드와 플랫폼, 그리고 상황 판단이 가능한 센서를 탑재하고 언제 어디서나 연결된 사물인터넷으로서의 가전제품이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홈 활성화를 위해 기기들을 연결하는 표준규격인 ‘스마트홈 프로토콜’을 개발해 타 업체 제품이나 안드로이드를 비롯한 다양한 운영체제(OS)를 아우를 수 있는 오픈 스마트홈 생태계 구축을 전방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통합 플랫폼인 스마트홈 프로토콜이 상용화될 경우 삼성전자만이 아닌 통신·가전·건설·에너지·보안 등 각 산업 분야 기업들이 동참할 수 있어 스마트홈 확산 속도가 더욱 빨라지기 때문이다.

개방형 플랫폼으로 다양한 사업자들과 협력관계를 맺는 것 외에도 삼성 스마트홈이 글로벌 시장에서 우위를 갖는 이유는 바로 자체적으로 가전제품을 제조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스마트홈에 출사표를 던진 구글, 애플과 달리 삼성전자는 자신의 운영체제를 정확하게 표현해줄 만한 가전업체를 인수하거나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데 시간을 따로 투자하지 않아도 된다.

삼성전자도 이를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다. 홍원표 삼성전자 미디어솔루션센터 사장은 삼성 스마트홈의 장점으로 “연계할 수 있는 제품과 포트폴리오를 어느 회사나 그룹보다 다양하게 갖췄다”며 “삼성전자는 스마트홈 패러다임의 전환기를 맞아 세계 시장을 주도하며 서비스 대중화를 이끌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애플의 스마트홈 플랫폼은 사람·사물·공간 등이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사물인터넷(loT) 환경에서 아이폰으로 실내 조명부터 TV·냉장고 등 가전제품, 보안시스템 등을 원격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특징이다. 하지만 애플은 이를 제조할 수 있는 중국 가전업체와의 협의를 진행 중이다.
구글은 다양한 업체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스마트홈 시장 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구글은 올 초 실내온도를 조절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고 있는 네스트랩을  3조3000억원에 인수했으며, 홈시큐리티 CCTV 업체인 드롭캠을 사들이기도 했다. 
글로벌 업체들이 스마트홈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지 못하는 사이 삼성전자는 2~3년 후 완벽한 상용화를 목표로 잡고 있다. 이미 삼성전자는 올 초 스마트홈의 라인업으로 2014년형 삼성 스마트에어컨 Q9000·삼성 버블샷3 W9000 세탁기·삼성 스마트오븐·삼성 스마트 TV와 사운드바 ·안드로이드 4.0 이상 운영체제(OS)를 탑재한 갤럭시 S5 등의 스마트폰·웨어러블 디바이스인 삼성 기어2 등을 대상으로 서비스에 들어갔다.

이 외에도 삼성전자는 목소리로 제어하는 ‘음성 명령’도 눈여겨봤다. 삼성전자는 지난 17일 음성인식 서비스 기술력을 갖고 있는 업체 뉘앙스를 인수해 사용 편의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스마트홈에 대해 우려의 시각도 상존한다. 네트워크로 모든 것이 연결된 시점에서 보안이 허술할 경우에는 엄청난 개인정보 유출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홈의 보안 요소를 고려, 데이터를 암호화하고 제품 사이 또는 제품과 서버 사이에 암호화 솔루션을 적용하는 등 고객들이 안심하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북미 등 전 세계 휩쓸고 있는 ‘프리미엄 가전’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가전제품들. [사진=삼성전자]
시장조사업체인 유로모니터가 2013년 미국 및 해외 생활가전 시장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 소비생활가전 시장은 2013년 지난해보다 3.8% 성장한 560억달러다. 전 세계 시장 규모는 3.7% 확대된 3730억달러다. 유로모니터는 2014년에는 5.8%까지 이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생활가전에 대한 전 세계적인 수요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커가는 생활가전 시장의 또 다른 화두는 바로 프리미엄이다. 그러나 이젠 ‘프리미엄=비싸다’는 등식에서 벗어났다. 고급 마감재를 적용해 세련미를 높였고, 디테일한 디자인을 살려 누구나 생전에 꼭 사고 싶은 ‘명품 가전’이 대세라는 것이다. 여기에 환경을 생각하는 ‘그린(Green)’ 열풍까지 더해져 프리미엄은 소비전력이 크지 않으며, 생활의 편리함과 가전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개념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생활가전에 분 프리미엄 열풍은 두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가전의 색상은 스테인리스나 메탈 색상, 디자인은 무조건 심플하게다. 글로벌 생활가전 업체도 이를 주시하고 있다. 그러나 기존의 강자였던 월풀과 GE는 이런 추세를 정확하게 읽지 못했다. 월플은 화이트 아이스 컬렉션을 선보이는 데 그쳤고, GE도 슬레이트 마감재를 사용했다.

실제로 2013 생활가전 트렌드와 올해의 유행을 예측한 조사에 따르면 가전은 이제 인테리어의 한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섬세하고 디테일을 살린 디자인이 인기를 끈다. 가전 트렌드 분석가들은 “집 안 가구에 신경쓰듯이 가전 선택에도 심혈을 기울이는 것들이 주류로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디테일을 더한 프리미엄 가전으로 이미 올해 초 가닥을 잡았다. 윤부근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문 사장은 올해를 생활가전 혁신의 해로 선포하기도 했다. 윤 사장은 이탈리아에서 프리미엄 생활가전을 선보이던 지난 4월 “소비자들의 열정까지 실현할 수 있는 프리미엄 제품으로 유럽과 특히 디자인과 패션, 라이프 스타일을 선도하는 이탈리아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글로벌 프리미엄 생활가전 시장 공략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그 결과 삼성전자가 3월에 국내에 선보인 셰프 컬렉션 냉장고는 출시 가격이 589만~739만원에 달하는 고가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한 달 만에 판매량 1000대를 돌파하며 여심 빼앗기에 성공했다. 
이달 북미에 출시된 셰프 컬렉션은 리얼 메탈 마감재를 적용, 기존의 생활가전에 만족하지 못한 수많은 북미 소비자에게 다가간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아직 출시된 지 얼마 안 돼 시장 반응을 정확히 예측할 순 없지만, 프리미엄 가전에 대한 소비자 호응도가 높은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전략은 고부가 제품을 전면에 내세워 외형보다는 내적 성장을 꾀하기 위한 것. 전통적인 영업전략인 ‘박리다매’에서 벗어나 프리미엄 제품을 통해 ‘고수익 구조’로 전환하는 전략에 일조하겠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월풀과 GE는 교체 주기를 고려하지 않거나 신제품 라인업 활성화에 소극적이다. 삼성전자는 매년 신제품과 다양한 성능을 추가한 프리미엄급 제품들로 이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전자업계 관계자는 “7~10년 단위로 교체 수요가 일어나는 가전제품은 스마트폰처럼 ‘혁신’을 내세운 제품으로 단기간 내 승부를 보기가 어렵다”며 “가격경쟁력도 중요하지만, 프리미엄 제품으로 차별화된 가치를 부각시켜 브랜드 신뢰도를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른 프리미엄 전략은 바로 친환경이다. 전기 절약과 친환경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이 같은 사회공헌적인 부분도 소비자 선택의 우선순위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미국 환경청(EPA)이 주관하는 ‘에너지스타 어워드(Energy Star Award)’에서 최고상을 수상했다.

에너지스타 어워드는 미국 정부가 실시하는 에너지스타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2만여 개의 지방정부, 단체와 기업을 평가해 시상하는 미국 환경·에너지 부문 최고 권위의 상이다.

‘지속가능 최우수상’, ‘올해의 파트너상’, ‘엑설런스 어워드’ 등으로 나뉘며, ‘지속가능 최우수상’은 ‘올해의 파트너상’을 2회 이상 수상한 기업만 받을 수 있다. 삼성전자는 ‘2014 에너지스타 어워드’에서 2년 연속으로 최고상인 ‘지속가능 최우수상(Sustained Excellence)’을 받았다.

삼성전자는 2009년부터 미국 환경청이 에너지와 온실가스를 저감하기 위해 시작한 ‘체인지 더 월드, 스타트 위드 에너지 스타’ 캠페인에 참여하고, 지난해 북미시장에서 총 1176개 모델에 대해 ‘에너지스타 인증’을 취득하는 등 에너지 고효율 제품 출시를 확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수상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