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브라운대학교에서 경제학 석사, 박사 학위를 받은 김 원장은 지난 2000년부터 본부장 겸 기획조정실장 부임을 통해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일원으로 본격 활동하기 시작한 뒤 2005년 부원장을 거쳐 2008년 제6대 원장에 취임했다. 국토연구원 건설경제연구실장, 국토부 장관자문관, 국토연구원 기획조정실장, 민간투자지원센터 소장 등을 지냈다.

대형 공사 분할 발주, 공공건설사업 참여 확대 등 정책적으로 중소건설업체를 위한 배려가 중요하다. 업체 스스로도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자생능력을 배양해 나가야 한다.

건설업의 역할이 더욱 커지고 있는 이때,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국가와 국민으로부터 인정받고 국가 발전에 보탬이 되는 가치 있는 연구기관으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Q 실물경기 악화로 인해 전 산업이 어렵지만 특히 부동산시장은 더욱 경색돼 있다. 현재의 부동산시장을 진단한다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미분양 주택 수는 전국적으로 16만호 이상에 달하고 있다. 더욱이 올 1월 중 주택건설 허가면적이 지난 1989년 이후 2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함으로써 주택공급 기반 역시 크게 약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야말로 국내 부동산시장은 침체를 넘어서 거의 와해되고 있는 형편이다. 정부는 그동안 부동산시장 활성화 대책으로 투기지역 해제, 양도소득세 면제, 종부세 완화 등을 추진해 왔다. 이러한 정책들은 매우 시의적절하다는 생각이다. 다만 폐지 예정인 민간 분양가상한제나 강남3구 투기지역 해제 등이 조기 추진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Q 경기악화는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게 타격을 준다고 본다. 양극화 심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는데. 해결 방안을 제시한다면.

서울·지방, 대형·중소를 막론하고 건설업계는 전반적으로 모두 어렵다고 보면 된다. 특히 지역 경제의 근간이 되는 지역 중소건설업계는 상대적으로 상황이 더 좋지 못한 형편이다. 대형공사 분할 발주 확대, 공공건설사업에서의 중소 건설업체 참여 확대 등 정책적으로 중소건설업체를 위한 배려와 함께 업체 스스로도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자생능력을 배양해 나가는 것이 위기극복을 위한 가장 현명한 길일 것이다.

Q 정부가 건설·부동산시장 활성화에 정책 기조를 두고 있다. 현재의 정부 정책 방향이 올바르다고 보는가.

정부는 현재의 경기침체를 타개하기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중 한 방편으로 건설·부동산시장 활성화에 기조를 둔 정책을 펴고 있다. 적극적으로 추진 중인 녹색 뉴딜사업이나 대폭적인 규제 완화를 포함하는 부동산 정책들은 현재로서 적절한 것으로 판단된다. 정부는 이 같은 효과를 배가시킬 수 있도록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 줬으면 한다.

Q 정부 발주공사는 대부분 최저가 공사로 이익이 작다고 한다. 문제점은 무엇이고 해결 방법은 있는가.

올해 공공공사 발주는 크게 늘어날 전망이지만 그동안 최저가낙찰제 확대 적용, 실적공사비적산제도 적용 공종의 지속적 확대 등에 따라 공공공사의 수익성이 계속 떨어지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 더욱이 지난해 폭등한 자재비로 인해 수익성이 더욱 낮아진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따라서 시설물의 생애주기상의 비용과 효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향후 최저가낙찰제 적용 공사의 일방적인 확대보다는 최고가치(best value) 개념의 입낙찰제도 합리화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또, 업체들도 악화되는 수익성의 보전을 위해 신기술 신공법 등을 개발함으로써 원가절감 방안을 지속적으로 강구해 나가야 할 것이다.

Q 불황 극복을 위한 방안으로 해외진출이 필요하다고 본다. 건설 기술 수준 등에서 볼 때 선진국과의 경쟁에서 승산이 있다고 보는가.

지난해 우리나라는 476억3972만달러라는 사상 최대 규모의 해외 수주고를 기록했지만 올해는 글로벌 금융위기 등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6일 현재 국내 건설업체들의 해외건설 수주액은 76억873만달러(93건)로 지난해 같은 기간 118억2367만달러(122건)에 비해 35%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수주를 많이 해 일감 확보는 충분히 해둔 상태지만 전 세계적인 경제 불황으로 낙관할 수만은 없는 형편이다. 전반적으로 우리나라의 건설기술 수준은 선진국 건설업체 대비 약 70~75% 정도다. 그러나 특정 지역과 특정 상품에 있어서 우리 기업은 상당히 높은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중동지역의 플랜트 상품과 같은 특화 상품을 바탕으로 선택과 집중을 해나간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또 기획부터 유지·보수까지 건설공사 전 단계를 아우르는 능력을 갖춰나가는 것도 선진국과의 경쟁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Q 정부에서는 건설산업 선진화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건설산업 선진화를 위해 정부나 건설사가 담당해야 할 역할이 있다면.

건설산업 선진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부정·부패·부실과 같은 부정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 국민의 신뢰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선진화된 건설산업은 내수 시장만을 대상으로 해서는 안 되며 내수 시장 고갈에 대비한 대체 시장 개발과 함께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해 나가야 한다.

그래야만 국가 경제성장에 기여하는 산업으로 거듭날 수 있다. 건설산업 선진화는 건설업체 스스로 노력해 나가야만 가능하다. 건설 시스템 혁신을 통한 원가절감, 기술력 배양을 통한 해외건설 수주, 깨끗하고 투명한 건설문화 정착을 통한 국민의 신뢰 확보 등은 매우 중요하다. 여기에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 등이 어우러진다면 건설산업의 선진화는 반드시 실현될 것이다. 건설산업 선진화의 시작은 지금부터다.

Q 현재 건산연에서는 부산-청주-대구-광주 등 지자체를 돌며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다.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를 반드시 진행해야 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는데.

지구 온난화와 기후변화 등으로 극심한 홍수와 가뭄이 빈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주요 하천의 종합적인 정비사업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가 되고 있다. 4대강 정비사업도 마찬가지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을 통한 건설투자는 산업연관 효과가 커서 경기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지역경제에서 건설업이 차지하는 비중(28개 업종 중에서 건설 고용비중 평균 순위 2위, 생산비중 평균 순위 3위)이 높아 지역 중소기업의 참여가 높은 4대강 살리기 사업은 지역경제를 살리는 대안으로 가장 적합하다고 본다.

우리 연구원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4대강 사업은 21만명의 신규취업 창출과 23조원 규모의 생산유발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지금의 경제위기를 감안했을 때 4대강 정비사업이야말로 이수와 치수는 물론 경기 부양, 일자리 창출, 미래의 경쟁력 제고 등 다목적의 경제회생을 위한 뉴딜정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 중요한 것은 어렵게 마련된 재원이 낭비되지 않도록 종합적인 계획을 세워 국민소득 4만달러 시대를 여는 국가사업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Q 위기가 기회라는 속담이 있다. 어려운 시기를 잘 이겨낸다면 앞으로 기회가 찾아올 것으로 보고 있다. 불황 이후 건설산업이 나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면.

최근 건설업계가 겪고 있는 어려움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지경이다. 그렇다고 해서 당장의 고비만 넘기고 보자는 근시안적인 미봉책은 결코 제대로 된 해법이 될 수 없다. 건설산업은 이 기회를 잘 활용해 경쟁력을 강화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과감한 R&D 투자를 통한 기술력을 확보하는 한편, 우수인재 개발에 주력해야 한다. 또, 글로벌 건설업체들이 구사하고 있는 사업 다각화와 기업 역량 확대 전략을 벤치마킹해 경쟁력을 강화한다면 건설업이 지금의 불황 이후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는 동력이 될 것이다.
홍성일 기자 (headsun@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