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하던 정부가 결국 전월세 임대소득 과세 방침을 다시 수정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설익은 정책으로 부동산 시장에 찬물만 끼얹어 놓고 시장 혼란만 부채질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 이후 정부의 부동산정책 방향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가 DTI(총부채 상환비율)와 LTV(주택담보대출 인정비율) 완화를 시사하는 발언을 해 시장과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최 내정자는 앞선 지난 4월에도 교섭단체 연설 중에 “DTI와 LTV 자금차입 규제를 지역별, 연령대별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해 부채 비율이 낮은 지역과 계층별로 맞춤형 완화를 추진할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이것은 향후 부동산 정책에 있어 기존의 규제 완화 드라이브에 보다 강력한 수단들이 동원될 것임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무엇보다 수출과 내수라는 경제 회복의 양 날개 중 내수 활성화의 중심에 부동산 시장이 있다고 보고 정책적인 효과를 일으켜 이를 실현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부동산 거래가 늘어나고 그로 인해 관련 업종이 성장세로 돌아서고 민간 내수 경기가 회복되는 시나리오는 실제 그대로만 된다면 충분히 시도해볼 가치가 있는 일이다. 하지만 시장 모멘텀 자체가 제반적 여건을 조성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기본적인 부동산 사이클마저 무시한 채 이름과 겉모습만 화려한 정책을 그럴싸하게 발표하는 소위 심리전 방식은 이제 식상하다 못해 학계와 시민 사회 역공의 대상으로 전락할 우려마저 있다.

과정과 결과까지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이번에도 큰 틀에서의 변화 없이 시장에 이러다할 반응을 일으키지 못하고 종적을 감출 가능성이 매우 높다. LTV·DTI는 기본적으로 가계부채 보호를 위한 장치이지 부동산 활성화 정책으로는 사용된 적도 없고 그렇게 되기도 힘들다는 것이 상당수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지방선거 이후 국회 차원에서 재검토에 착수한 임대소득세 과세 또한 실효성과 방향성 모두 엇갈리는 주장들이 제기되면서 장기전으로 번질 모양새다. 일단 2.26대책 당시 발표된 ‘2주택자는 주택임대소득이 연 2000만원 이하이면 14% 단일세율로 소득세를 분리과세하고 2주택자 전세소득에 대해서도 소득세를 매긴다, 또 3주택자는 임대소득 2000만원 이상이면 종합과세한다’는 방침에서 3주택자도 분리과세 대상에 포함시키고 전세소득자는 과세에서 제외하며 분리과세 기준점도 연 2000만원에서 그 이상으로 인상하자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2.26대책 이후 계절적 요인 등으로 인한 소폭의 주택 거래량 변화 외에는 임대소득 과세 정책 발표가 시장에 충격을 안겼다는 증거가 없다. 일각에서는 강남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내리고 신규 분양에 애를 먹고 있다며 원인으로 2.26 대책을 들먹인다. 그러나 전국의 모든 주택 소유자를 대상으로 임대소득 분리 과세의 가이드라인인 임대료 연 2000만원(월 165만원)을 초과하는 비율을 산출해 보면 과연 범주에 들어가는 퍼센테이지(%)는 얼마나 될까?

그리고 어떤 1주택 소유자가 노후에 월 165만원 이상의 임대료를 받으려면 그 부동산의 시장 가격은 최소 3억5000만원을 호가할 것이다. 임대소득 과세 발표 때문에 매수 문의가 뚝 끊겼다는 일선 중개업소의 말이 사실이라면 2.26 이전에는 그런 문의가 꽤 많았다는 말이 된다. 고급 주택 밀집 지역과 일부 신도시에서나 있었을 얘기를 전국적인 현상인 것처럼 확대시켜 논리를 전개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아울러 보증금 비율을 높이고 월세를 낮추는 이른바 반전세 등 연 2000만원을 넘기지 않는 방법도 얼마든지 있다. 그렇게 되면 1년에 내는 소득세액은 최대 56만원이 전부이면서 건보료 부담도 늘어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 당국과 국회는 이 정책을 수정·보완하기 위해 적지 않은 시간을 소진할 처지에 놓여버렸다. 사태가 여기까지 온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온 세상에 떠들썩하게 공시하는 형태의 정책 발표가 첫 번째다. 좋은 정책을 수립하고 입안하는 것은 좋지만 자칫 소모적 논란의 빌미가 될 수도 있고 정책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언론과 이해 집단의 목소리가 너무 커졌다는 데 있다. 부동산 거래가 늘어나야 이익을 보는 은행권, 건설업계, 중개업계, 부동산정보회사에 소속된 사람들에게 부동산 정책을 묻는 것은 우산장사에게 날씨를 묻는 것과 같은 어리석기 짝이 없는 일이다.

4월 25일부터 전면 허용된 수직증축 리모델링 역시 시작은 요란했지만 강남과 분당신도시의 일부 단지를 제외하면 사업 추진 소식이 거의 전무하다.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한 데 따르는 효과가 수직 증축을 위해 투입된 비용보다 높아야 하는데 모든 단지가 해당되는 구조가 아니다. 주변 시세가 높으면 높을수록 일반 분양 이익이 늘어나 분담금이 감소하면서 기존 소유자들이 이익을 볼 수 있다. 따라서 강남권이나 분당, 목동 등 조건과 환경이 충족 가능한 지역들을 제외하면 사업성 검토 단계에서부터 부적격하다는 판단이 내려지는 곳이 더 많아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렇게 되면 수직증축 리모델링 사업이 가능한 단지나 지역은 수혜 지역이 되고 나머지는 기존의 재건축이나 맞춤형 등 부분적 리모델링 혹은 대수선에 의존하는 형태만 가능해져 지역별, 단지별로 부분 시장이 생기게 될 수도 있다. 즉, 수직증축 단지는 새 아파트로 변모되고 늘어난 면적의 주택에 재입주하면서 주변 시세만큼의 차익까지 누릴 수 있어 향상된 경제적, 환경적 가치를 향유하게 되지만 다른 단지들은 단지 노후 주택의 재생이라는 근본적인 원인만 개선하는 방향을 택할 수밖에 없는 또 다른 양극화와 박탈감, 갈등 요소를 불러올 수도 있는 것이다.

내수 경기 침체와 인구 감소, 가계 소득 불균형 등 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부담 요소들에 맞서 지난 정부 시절부터 많은 정책을 발표하며 투자 심리를 일깨우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 왔다.

하지만 타이틀은 거창하고 시장에는 영향을 거의 못 미치는 정책들이 찔끔찔끔 나왔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다 보니 실수요자를 제외한 다수의 수요층은 관망하는 형태를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거래 활성화와 주거 복지라는 두 목표를 모두 달성하려는 국정 철학은 정책의 일관성과 명확한 추진 의지가 바탕에 깔려 있어야만 힘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정부가 발표했던 상당수의 정책은 구체적인 실현 의지가 부족하거나 이해 집단의 반발 혹은 잘못된 시장 진단이 발단이 되면서 실효를 거두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정책을 수립하는 단계에서부터 정확한 통계에 근거한 충분한 논의를 거치는 것이 필요했다. 또한 발표되는 정책에 대한 구체적이고 설득력 있는 설명 즉 홍보가 필요했다. 그 다음 필요하다면 조율을 거쳐 시장이나 업계와의 불필요한 마찰을 최소화한 상태에서 신속히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제반적인 준비를 마칠 수 있어야 하는데 매번 그러지 못했다.

이제 나올 수 있는 카드는 거의 다 나왔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 제도는 폐지 수순으로 가고 있고 분양가 상한제 폐지 정도가 남아 있을 뿐이다. 답은 정부와 공급 집단이 내리는 것이 아니다. 규제 완화 중심의 부동산 정책 일변도로 가는 것이 어느 정도의 파장을 일으키고 경제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한 답은 시장과 수요 집단이 알려줄 것이다.

안민석 riomanjun@hanmail.net

전 한국경제신문 전국상권대해부 및 자영업컨설팅 자문위원, MBN ‘생방송부동산’ 및 MTN ‘부자들의 비밀노트’ 출연, 현 에프알인베스트먼트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