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 경매 입찰현장. 내 집 마련을 위해 한 푼이라도 싸게 사기 위해 방문한 갓난아기를 업은 30대 주부에서부터 백발이 성성한 할아버지까지 실로 그 부류는 다양하다. 이렇듯 경매 투자는 소시민의 건전한 투자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선택 폭 높은 ‘경매’ VS 권리분석 용이 ‘공매’

경매란 빚더미에 올라앉은 채무자 소유의 부동산을 신뢰할 수 있는 공적 기관인 법원의 중개로 일반인에게 팔아 그 매각 대금을 채권자들의 순위에 따라 공정하게 분배해주는 절차다.

경매실시 주체에 따라 크게 개인이 주체가 되는 사경매와 국가기관이 주체가 되는 공·경매로 분류되며, 최근 의류, 액세서리 등 수입 과정에서 관세나 부가세를 내지 못해 압류된 물품이 공개입찰로 판매되는 세관공매도 각광받고 있다.

특히 최근 전세난이 심각해지자 시세보다 저렴하게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는 경매와 공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공·경매는 한국자산관리공사가 실행하는 공매와 법원이 실행하는 법원경매로 나뉜다.

법원경매는 개인 간의 문제나 채권채무 관계에 의해 경매매물로 나오는 경우가 많고, 주로 부동산 위주로 매물이 형성돼 있어 공매에 비해 물건수가 다양하다. 경매를 통해 주택 매입 시 해당 주택의 점유자가 점유권을 매입자에게 넘겨주지 않을 경우 공매에 비해 비교적 간단한 절차를 통해 인도명령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시장에 나와 있는 대부분 매물이 채권채무 관계에 의한 것으로 충분한 권리분석을 하지 않을 경우 낭패를 볼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공매는 채무자가 아닌 체납자가 국세나 지방세를 체납하고 독촉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세금을 납부하지 않을 때 세무서나 지방자치단체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체납재산을 위탁해서 매각하는 절차다.

입찰 시 직접 법원에 방문해야 하는 경매와 달리 공매는 캠코의 ‘온비드’라는 온라인 사이트에서 간편하게 입찰할 수 있으며, 세금 관련 문제로 나온 매물이 대다수여서 경매에 비해 권리분석이 용이해 해당 부동산의 투명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낙찰 후 점유자가 인도하지 않는 경우에는 따로 명도소송을 제기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경매업계 관계자는 “경매와 공매는 나름의 장단점을 갖고 있지만 적어도 주택마련에서만큼은 경매가 우위에 있다고 평가된다”며, “그러나 정보 수집이나 행동력, 기타 정보취득에 유리한 부분이 있다면 공매 역시 크게 나쁜 조건은 아니기 때문에 개인의 역량을 냉정히 따져보고 적합한 수단을 선택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전했다.

◆뜨겁게 달아오르는 NPL 시장

#서울 무교동에서 운송업을 하는 김 모(42) 씨는 외국계 투자회사인 L사로부터 경매에 부쳐진 안산시 본오동(대지 618㎡, 건물 연면적 489㎡)의 3층짜리 상가건물의 1순위 저당권(원금 및 이자 5억8344만원)을 할인해 2억6500만원에 매입했다. 매입 한 달 후 수원지방법원 경매13계에서 입찰에 부쳐진 이 물건은 입찰 당일 3명이 입찰해 감정가(5억2207만원)의 64%인 3억3557만원에 낙찰됐다. 채무자만 건물을 점유하고 있어 이의신청(항고)이 없자 최고가매수인(낙찰자)이 바로 낙찰 잔금을 냈고 두 달 후 법원에서 심 씨에게 3억312만원을 배당했다. 두 달 보름 만에 6672만원의 엄청난 시세차익을 얻은 셈이다.

경매의 절차

최근 경매 시장이 달아오르며 고가낙찰이 속출하는 가운데 전문가들의 고유영역으로 여겨졌던 부실채권(NPL) 투자가 주목받고 있다.

NPL 투자는 경매물건으로 설정된 부실채권에 투자해 연체이자만큼의 수익을 얻거나 실제 경매물건을 낙찰 받아 투자금을 회수하는 경매투자의 한 방법이다. 은행은 경매 진행 중에 곧바로 대금을 회수할 수 있어서 좋고, 개인은 예상 경매 낙찰가보다 낮은 가격에 근저당권을 매입할 수 있으므로 서로 상부상조하는 투자다.

현재 업계에서 판단하는 NPL 시장 규모는 약 10조원으로, 이는 2008년 1조6000억원에서 4년 새 6배 이상 성장했다.

NPL을 통한 부동산경매의 장점은 먼저 채권을 구입하고 입찰에 참여해 낙찰을 받지 못한 경우에도 배당을 통해 투자금액을 회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아울러 경매물건을 꼭 낙찰받고 싶은데 제3자가 낙찰받았다면 경매진행을 취소했다가 추후 다시 경매를 진행해 낙찰을 시도할 수 있다.

절세효과도 탁월하다. 부동산 NPL은 부동산이 아니라 채권이기 때문에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 매매에 따른 세금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

설춘환 세종사이버대학교 교수는 “최근 일반경매입찰은 입찰경쟁이 과열돼 있어 낙찰하기가 쉽지 않고, 매매 시에는 양도차액에 따른 양도소득세를 납부해야 한다”며, “반면 NPL은 높은 낙찰가로 인해 입찰경쟁이 과열돼도 낙찰하기 쉽고, 재매각 시에도 그 낙찰가 이하로 매각한다면 양도소득세 부담이 없어 인기”라고 전했다.

◆주택 매매 위축? 법원경매는 ‘전성기’

요즘 부동산시장의 화두는 단언컨대 법원경매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관심을 얻고 있는 것이 바로 아파트다. 부동산시장 경기회복의 견인차를 아파트가 담당하고 있는 만큼 법원경매를 해보려는 대부분 수요자 역시 아파트 낙찰에 뜻을 두기 때문이다.

법원경매는 매각 절차에서 입찰자가 없을 경우 ‘유찰’로 정의하고 입찰 최저가를 20~30%씩 떨어뜨린다. 바로 이 점 때문에 경매로 아파트를 싸게 사는 것이 가능하다.

최근 부동산경매정보업체 부동산태인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5월까지 수도권 아파트 경매의 입찰경쟁률과 낙찰률, 낙찰가율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1년 전 5.6 대 1에 불과했던 입찰경쟁률은 지난달 7.1 대 1로 나타났다. 지난달의 경우 낙찰률은 40.5%로 1년 전(33.4%)보다 7.1%포인트 올랐다. 낙찰가율도 85.7%로 5.3%포인트 상승했다.

이처럼 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인 낙찰가율이 100%에 가까워진다는 것은 높은 가격에 낙찰된 물건이 많다는 의미다. 더불어 입찰에 부쳐진 물건 중 낙찰자가 결정된 물건 수의 비율인 낙찰률이 동반 상승하는 것은 그만큼 적극적으로 경매에 나서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것을 뜻한다.

정대홍 부동산태인 팀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입찰에 나서는 사람이 꾸준히 늘어나면서 입찰 경쟁률이 상승하고 있다”며 “경매 물건이 일반적으로 5~6개월 전 가격에 나오기 때문에 저렴한 물건을 잡으려는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는 부동산 매매시장 침체와 신규 분양시장이 주춤거리고 있는 현재 상황이 가격경쟁력을 갖춘 경매의 매력을 부각시키는 요인으로 꼽고 있다. 부동산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약화되는 분위기에서 실거주 목적의 아파트를 장만하기 위해 가격이 저렴한 경매로 사람들이 몰리고 있는 것.

업계 관계자는 “최근 경매시장에서는 역세권의 3억원 이하, 전용면적 85㎡ 이하의 주거용 부동산의 열기가 뜨겁다”며, “전세가격의 상승, 부동산 활성화 정책 및 실물경기 회복이 따라준다면 하반기 경매시장의 열기도 계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아파트경매, 이제는 싼 것보다 좋은 것이 대세

최근 법원경매시장에서 최고의 인기 품목은 중소형 아파트다. 전셋집을 구하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부동산대책으로 대출 금리는 낮아져 소형 경매 아파트로 눈을 돌리는 사람이 늘고 있기 때문.

소형 아파트는 부동산 경기와 무관하게 인기가 높다. 입찰 최저가가 전세금 수준으로 낮은 데다 입지가 좋고 대단지인 경우 응찰자가 많이 몰리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아파트 낙찰사례를 보면 낙찰가와 시세 하한가 사이에 거의 차이가 없으며, 특히 잔존가치가 높고 입지여건이 우수한 물건은 90~100% 이상의 높은 낙찰가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아파트경매에 임하는 전략을 다시 세워야 할 때라고 강조하고 있다.

정대홍 부동산태인 팀장은 “최근의 아파트 경매시장은 제값을 내야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정상적인 구조”라며, “따라서 투자자들은 더는 이러한 ‘대박’이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싸게 사는 것보다 적절한 값에 좋은 것을 사는 방향으로 입찰전략을 바꿔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